딸랑-
" 어서오세요! "
슈가가 왔다간 지 일주일이 조금 더 되었을까? 나는 그 날의 감동을 떠올리며 아르바이트가 하루하루 즐겁게만 느껴졌다. 점장님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기좋다며 같이 열심히 하자고 격려해주곤 먼저 가게를 떠나셨다.
그렇게 오늘도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인사와 함께 설거지를 마무리하며 뒤를 돌았는데, 또 한번 그의 실물을 영접하는 행운이 왔다.

" 그 귤 타르트가 배달이 안돼요? 어플에 없던데.. "
" 아.. 타르트 종류는 배달할때 모양이 망가진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와서요. "
그래서 배달이 안돼요.. 나는 최대한 죄송한 척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 끝을 늘어뜨렸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컴플레인 걸어주신 고객님 3대가 흥하셨으면 좋겠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랑해요!
씰룩거리는 입가를 겨우 갈무리하며 오늘은 검정 스냅백을 쓰고 온 슈가를 보려 고개를 슬며시 들었는데, 팔짱을 낀 채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메뉴를 고르는 듯한 모습에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모자의 챙 때문에 눈이 보이진 않았지만 내 웃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살짝 들어올린것 같아서 나는 황급히 얼굴을 가리며 혹시나 다른 손님들에게 들릴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죄송해요.. 제가 너무 팬이라서요.. "
" 아, 네. 알아요 "

무심하게 툭 내뱉은 그의 한마디에 나는 심장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 속에 메아리처럼 네 알아요가 반복적으로 울리며 여기가 극락이구나 하는 환상에 빠진것만 같았다. 왜 사람들이 민윤기를 신고한다고 말하는지 알겠다.
나는 뭐가 감사한지도 모른채 감사인사를 했고,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듯 했지만 내 착각이라는 듯이 귤 타르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는 나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카드를 받으며 아쉬움이 묻어나는 손놀림으로 천천히 결제를 하고 진동벨과 함께 건네주었다.
그는 처음 온 날과는 다르게 다리를 꼬고 앉아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오늘도 타르트에 귤 몇개를 몰래 더 얹어놓고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린 뒤 캐리어에 담고 진동벨을 누르기 전에 근처에 펜을 들어서 컵홀더에 조그마한 글씨를 적어넣었다.
' 민슈가 짱짱맨 '
나는 뿌듯하게 웃으며 진동벨을 울렸고, 그는 야속하게도 타르트와 커피를 건네받고는 꾸벅 인사를 남기고 떠나갔다. 슈가가 내 글씨를 보고 잠깐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며, 오늘은 다이어리에 뭐라고 쓸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번외 (슈가의 시선)
지잉-
' 형 저 지금 갈건데 커피 먹을래요? '
진동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반짝여서 확인해보니 커피를 먹겠냐는 호석이의 카톡이 보였다. 윤기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갸웃 하더니 톡톡 빠르게 답장을 하곤 겉옷을 챙겨서 작업실을 나섰다.
그렇게 몇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며칠 전 귤 타르트를 사먹었던 그 카페였다. 연예인이기도 하고 악질적인 사생들이 어디에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자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아무리 배달 어플을 뒤적거려도 귤 타르트가 보이지 않아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몸을 일으킨 것이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이라곤 두 테이블밖에 보이지 않아서 안심하고 카운터로 터덜터덜 걸어갔고, 그 때보다 더 쾌활해진 듯한 알바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기는 사람 눈을 잘 못마주치는 성격이라 눈을 살짝 내리깔고 알바생에게 귤 타르트는 배달이 안되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이 알바생은 되려 죄송하다는 듯이 설명을 해주었다.
윤기는 팔짱을 끼며 대체 어떤놈이 그런걸로 컴플레인을 거는건가 생각하며 메뉴판을 살펴보는데,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살짝 올리니 알바생이 얼굴에 손을 올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죄송해요.. 제가 너무 팬이라서요.. "
" 아, 네. 알아요 "
윤기는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갑자기 드는 쑥쓰러움에 얼른 주문을 하려 카드를 꺼내는데 대뜸 감사합니다가 들려와서 본인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곤 담담한 목소리로 아이스아메리카노 두잔과 귤 타르트를 주문하고는 근처 테이블에 앉아 조금 전 울린 핸드폰을 확인했다.
윤기가 혼자 간게 걱정이 되었는지 호석이 카페로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윤기는 꼼지락거리는 알바생의 뒷모습을 슬쩍 보고는 금방 나온다고 작업실에 가있으라고 답장을 하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턱을 괴고 방금 전 상황을 회상하다가, 자신이 굉장히 진형 같은 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어이없어 했다. 그리곤 알바생의 감사인사를 다시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눈에 보일정도로 팬이라는 티를 내면서도 부담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윤기의 눈에는 그저 귀여워 보였고, 고마웠다.
금방 울린 진동벨에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가 담긴 캐리어와 타르트 상자를 손에 들곤 꾸벅 인사를 하고 작업실을 향해 걸어갔다.
윤기가 카페를 나서면서 다음에 또 오게되면 싸인이라도 해서 가져와야지, 생각을 한건 아마 알바생은 전혀 상상도 못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