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빗공주의 이야기 창고

Dr.싱글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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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싱글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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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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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BP는요?”
(BP-혈압)

“89에 42입니다. 24세 남성이고요 귀가중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복부를 칼로 찔렸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자정을 방금 넘긴 시간, 응급실에 응급 환자가 실려왔다.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태훈..이요..”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

“배..배가 너무 아파요..”

“최쌤, 환자분 트라마돌이랑 트라넥사믹 에씨드 주세요”
(트라마돌-진통제, 트라넥사믹 에씨드-지혈제)

“네, 알겠습니다 주쌤”

나여주, 31세 방탄대병원 EM 펠로우1년차.
(EM-응급의학과)
오늘 응급실에 당직을 서는 유일한 의사이다.

“김쌤, 오늘 GS에 당직 선생님 누구세요?”
(GS-일반외과)

“음... 남준쌤이요.”

“지금 남준쌤 콜 해주세요.”

“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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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쌤, 무슨일 이에요”

“복부에 자상환자입니다. BP는 84에 42이고요 방금 트라마놀이랑 트라넥사믹 에씨드 처방 했습니다.”

“환자 상태 한 번 볼까요?”

김남준, 33세 방탄대병원 GS 펠로우 2년차

“보호자는요?”

“지금 오시고 계세요.”

“보호자분 오시면 동의서 받고 바로 OR 올라갈게요 수술중에 필요할수 있으니까 오피랩 해주시고요”
(OR-수술실, 오피랩-수술전 피검사)

복부 자상환자의 보호자가 도착하자 남준은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수술 동의서를 받아냈다.

“주쌤, 수술하러 갈게요”

“오늘 GS에 다른 쌤들 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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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걔랑 같이 들어가면 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네, 수고하세요 김쌤!”

복수자상환자를 수술실로 올려보낸 여주는 응급실 탁자에 기대어 힘을 쭈욱 빼버렸다.

“아아..오늘따라 엄청 힘드네요.. 최쌤.. 남준쌤은 안지치시나..”

“그러게요.. 왜 항상 주쌤이 당직일 때 이러는지 몰라요”

“아으앙.. 자고싶다아...”

“스테이션 들어가서 잠깐 눈좀 붙이고 계세요.”
(스테이션-간호사실)

“하아..그럴까요?”

“여기 우리애좀 살려주세요!!”

“하아... 가야겠네요”

“...주쌤 파이팅...”

“어머님 아이 이쪽으로 눕혀주세요!”

그렇게 갑자기 응급실로 온 아이까지 치료를 마치고 스테이션 의자에서 쓰러지듯 잠든 여주는 해가 뜨고 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스테이션을 나왔다.

“최쌤.. 어우 제가 잠이 들어서...”

“괜찮아요, 환자 더 안들어왔어요”

“으아아 죄송해요... 제가 뭐 사올까요?”

“오? 좋아요 뭐 사오시게요”

“로비에 새로 빵집 생겼는데 거기서 커피랑 빵좀사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여주는 응급실을 나가 병원 본관으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빵집으로 들어갔다.

“어? 여주쌤”

“어? 남준쌤 일찍 일어나셨네요?”

“네, 여주쌤도 당직?”

“네에... 당직인데 잠들어 버렸네요.. 죄송한 마음에 아침 사러 왔어요”

“어이고,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

“어제 남준쌤은 수술 잘 됐어요?”

“네, 이제 올라가서 라운딩 할때 뵈려구요”
(라운딩:회진)

“그렇구나아...”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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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주쌤”

“네에~ 수고하세요~”

베이커리에서 만난 남준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는 베이커리를 나섰다.

“으휴.. 집에 가고싶다...엄마 밥 먹고싶다아...”

“98번 손님 주문하신 브레드 세트 4개 나왔습니다”

“어어..네에!”

그렇게 여주는 집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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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쌤, 김쌤 얼른 드세요! 다른 쌤들은요?”

“물품 물량 체크하러 갔고 한명은 수액 놓으러 갔어요, 잘먹을게요 주쌤”

“주쌤 내일도 출근하세요?”

“아뇨, 내일은 오프에요”

“다행이다 내일은 진짜로 푹 쉬세요”

“하아.. 그러려고요”

여주는 잠깐 환자가 없는 시간에 간호사 선생님들과 함께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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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좋은아침이에요”

“네~ 선생님 좋은아침입니다”

“몸상태는 어떠세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남준은 병동으로 올라와서 아침 회진을 나왔다.
남준의 특유한 보조개와 사람을 기분 좋게하는 웃음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최고이다.

“환자분 상태도 많이 호전되셨고 환자분 I&O도 괜찮으니까 오늘 오후까지 상태 지켜보고 괜찮으면 오늘 퇴원조치 해주세요”
(I&O-섭취량과 배설량)

“네, 선생님”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환자분. 환자분 상태 많이 좋아지셔서 오늘 퇴원하실수 있을거예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남준은 병동에서 나와 회진 환자들의 상태와 처방 기록을 정리했다.

“남준쌤, 어제 복부 자상환자 보고 왔는데요 아직 통증이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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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통제를 좀 많이 써서 지금은 진통제를 쓰면 안될 것 같은데. 어떻게 아프시대요?”

“욱신거리면서 아프시대요. 막 심한건 아닌 것 같아요”

“음... 환자 한번 보고 올게요”

“네, 쌤”

한편 응급실
얼마전 인턴은 끝내고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레지던트가 방금 출근했다.

“민지 공부 많이 했어?”

“...네에.. 퇴근하고 공부하려니까 다시 학생된 기분이에요”

“그치..많이 힘들지? 아침은 먹었어?”

“네, 오면서 샌드위치 먹었어요”

“음~ 잘했네 그럼 깜짝 퀴즈 하나 내볼까?”

“...네?”

“의급환자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뭐부터 확인하지?”

“ABCDE요. 기도, 호흡, 순환, 신경학적 검사, 그리고.. 손상 부위 노출이요”
(A-기도, B-호흡, C-순환, D-장애, E-노출)

“오~ 정답!”

“이렇게 정확하게 대답하는 레지는 처음인데?”

“헤헤 감사합니다”

“너는 이제 어제 하던거 마저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여주는 레지던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민지가 귀여운지 엄마미소를 지으며 자주 퀴즈를 내곤 한다.
그래서 민지는 여주가 언제 문제를 낼지 몰라 항상 준비를 하고있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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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여주는 응급실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하나 뽑아먹으려는데 자판기 옆 벤치에 앉있는 처음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꼬마야,무슨일로 왔어?”

“아빠..보러요”

“아빠?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

“김남준이요. 여기 병원 의사에여..”

“김남준? 남준쌤?”

“근데근데 비밀이에여.. 몰래왔거든여”

“몰래 왔다고?”

“아빠는 맨날 내가 일어나기 전에 나가고 내가 자면 집에와요. 그래서 보고싶어서어...”

여주는 꼬마아이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남준쌤 결혼 하셨었나? 몰랐는데?’

“너 이름이 뭐야?”

“주하요, 김주하 9살 이에요”

“엄마 전화번호 알아?”

“저어..엄마 없어요 고모랑 같이 있는데 고모도 비밀이에요..”

“어어...”

여주는 주하의 눈높이에 맞게 쪼그려 앉은 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그럼 주하야, 나랑 여기 말고 다른데 가있자”

“...네에..”

한편 남준
방금 수술 하나를 마치고 수술실을 나온 남준은 여동생 연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오빠..지금 통화 할 수 있어?

“응, 말해”

-그게.. 주하가 피아노 학원에 안왔대

“뭐라고?”

-아까 주하랑 통화 했을 때는 피아노 학원 앞이라고 했는데 방금 선생님이 주하 안왔다고...

“주하는”

-전화 안받아. 꺼져있어

“하아..”

-주하 없어진 것 같아

“너는 오늘 쉬는날 이라면서 근데 왜 애가 없어진걸 자금 알아?!”

-주하 오늘 피아노 학원으로 바로 가는 날이라 잠깐 나왔는데... 피아노 학원도 학교 앞에 있는데...

“하.. 일단 좀 있다가 다시 전화해.”

남준은 연주와 전화를 끊고 딸 주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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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주하야 어디간거야...”


여주와 손을 잡고 의국으로 온 주하

“주하야, 언니 잠깐 어디 다녀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네에..”

의국을 나간 여주는 얼마 가지 않아 혼란스러워 하는 남준은 발견했다.

“하아.. 김주하...어디갔어..진짜”

“…”

그런 남준을 본 여주는 다시 의국으로 들어왔다.

“...주하야”

“네?”

“아빠가 주하 없어진걸 아신 것 같아”

“네..?”

“아빠가 많이 놀라셨어. 그냥 주하 여기 왔다고 솔직히 말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

“응? 주하야 아빠랑 고모 걱정하셔”

“...네”

“그래, 착하다 주하. 이거 사탕 먹고 있을래? 언니가 아빠한테 전화 해줄게”

“..감사합니다...”
 
여주는 주하에게 가운 주머니에 있던 딸기맛 막대사탕을 쥐어주곤 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준쌤?

“네...?”

-남준쌤 찾으러 왔다고 주하가 왔는데요

“네?! 어디에요?”

-지금 주하 저랑 의국에 있어요

“아..아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남준은 그제야 안심했는지 감사하단말만 중얼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


“주하야!”

“아빠아...”

“김주하, 아빠랑 고모한테 말도없이 여길 왜와?!

남준은 주하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

“아빠..보고싶어서”

“그럼 고모한테 말을 해야지 왜 혼자와!”

“고모가 안된다고 했단 말이야! 나는...아빠가 보고싶은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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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나 엄마 없는거 다 알아, 맨날 나 놀린단 말이야!”

“뭐...?”

“아빠도 없다고 그러니까 오늘 아빠 데리고 오고 싶어서...”

“…”

남준은 주하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주하야.. 언니랑 나가있을까? 잠깐 나가자”

“…”

여주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주하를 데리고 의국을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난 뒤 문이 닫히자 남준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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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윽...”

주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남준은 머리를 움켜쥐며 울기 시작했다.
요즘에 일이 바빠서 늦게 들어가거나 집에 아예 못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고모인 연주로는 부모님의 빈 자리를 채울수는 없었다.

한편 여주와 주하

“주하야, 주하 고모랑 있다고 그랬나?”

“네에.. 그건 왜요?”

“그럼 언니한테 고모 전화번호좀 알려줄래? 집에 가야지”

“...네에...”

“주하야,”

“네?”

“주하 핸드폰 있어?”

“네, 있어여”

“그럼 이거 언니 전화번호야. 언니도 바쁘면 연락 못할 수도 있는데 아빠가 바쁘셔서 연락 못하면 언니한테 문자해도 돼”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헤헤 감사합니다”


“주하야...! 김주하!”

“고모오~”

여주의 연락으로 연주가 한달음에 방탄대 병원으로 달려왔다. 

“야아.. 너 고모한테 말도없이 어딜가 고모 놀랐잖아...”

“미안, 고모...”

“너 앞으로는 그러면 안돼. 알았지?”

“응.. 알았어”

“주하 그럼 잘가~ 나는 들어가볼게”

“네에, 감사합니다 언니!”

“아아.. 저 오는동안 주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그럼 가볼게요”

연주가 주하를 데리고 간 후 여주는 응급실이 아닌 의국으로 향했다.


“저어.. 남준쌤...?”

“아.. 주쌤...”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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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에요...”

의국으로 들어온 여주는 의자에 힘 없이 앉아있는 남준에게 따뜻한 라떼를 건네주었다.

“주하 고모님께서 데리고 가셨어요”

“아.. 그러네요. 감사해요”

“…”

여주는 남준의 옆에 앉아서 어색하게 아메리카노만 들이켰다.

“...사실 저 본과 2학년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랑... 집에서 술...마시다가 주하가 생겼어요”

“아...”

“그 친구가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제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

“그 애는 주하를 낳고 바로 외국으로 떠났어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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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문에 자기 커리어 끊긴다고 주하만 낳고 떠나버린거에요”

“남준쌤...”

“우리 주하는 갓난 아기일때도 아빠가 많이 못 안아줬어요...”

“…”

“주쌤도 아시잖아요, 의대생이 얼마나 바쁜지... 너무 미안해요 주하한테”

“...남준쌤”

“네...?”

“주하가 남준쌤을 많이 닮았더라고요”

“아...ㅎ”

“특히 볼에 있는 보조개가.. 많이 닮았어요”

“감사해요...”

“주하한테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런말 하기에는 뭐하지만 주하도 아빠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

“…”

“그리고 오늘일을 저희끼리 비밀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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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ㅎ”

여주와 대화를 하던 남준은 어느새 얼굴에 예쁜 미소가 자리잡았다.

“여주쌤 퇴근하셔야죠”

“어? 그러네?”

“점심 먹었어요?”

“아뇨, 안먹었어요”

“괜찮으면 같이 점심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

“오!~ 좋죠! 얼른가요!”

“네, 얼른 가요”





🩺





남준과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들어와 목욕을 마친 여주는 거실 소파에 앉아 평소 좋아하던 예능 프로그램을 틀고 맥주 한 캔을 들이켰다.

“캬아아.. 이거지이... 흐우우 개운하다”

근무하는 시간이 짧고 굵은 응급의학과지만 대학 병원 치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많이 없는 방탄대학병원 응급실에 여주는 거의 매일 출근하고 당직하는 생활을 해왔는데 그런 고된 업무의 끝에 상 이라도 주듯 여주에게 3일이라는 휴일이 주어졌다.

“하아, 3일동안 뭐하지? 하고싶은게 너무 많은데...”

3일을 쉬는 여주는 핸드폰을 뒤적이며 인터넷을 둘러보았다.

“못했던 뜨개질이나 마저 할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여주는 코바늘로 실뜨는 것이 취미여서 스스로 모자를 만들어 쓰기도 하고 1년을 걸려 뜨개질로 카디건도 만들었다.

“어우...일단 좀 자자... 졸리다”

소파에 누운 여주는 텔레비전을 몇부 보다가 스스륵 잠에 들었다.


“아빠왔다~”

“어? 아빠!”

“어? 오빠 왔어?”

간만에 일찍 퇴근한 남준이 주하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아빠 오늘 일찍 끝났어?”

“응, 오늘 일찍 퇴근했어”

“이야야! 짱좋아!”

“주하야, 아빠 옷 갈아입게 고모랑 상차리자”

“그래! 아빠 얼른 다녀와”

“응 알았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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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향하는 주하를 빤히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밤 주하가 잠에들고 거실에 남준과 연주가 전등 하나만 켜진 거실에 나란히 앉아 맥주 한 잔을 하고있었다.

“...미안하다 오빠가”

“오빠가 왜...”

“너 아직 스물 여덟인데 일 다녀오면 주하 봐야하는거”

“에이.. 그게 뭐...괜찮아”

“친구들도 만나고싶을텐데”

“난 진짜 괜찮아, 신경쓰지마”

“그래... 미안하다”

남준은 연주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맥주만 들이켰다.

“오빠 그만마셔 내일 출근해야하잖아”

“...벌써 두병이나 마셨네”

“여기는 내가 정리할테니까 들어가 자”

“그래 고마워, 잘자”

“응, 오빠도”

남준과 4살 차이나는 동생 연주는 남준이 본과 2학년, 연주가 20살 때 조카가 생기고 24살 연주가 대학을 졸업한 후 연주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주하를 돌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연주는 또래 친구들보다 철이 좀 일찍 들었고 그런 연주를 보는 남준은 연주가 마냥 안쓰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3일 뒤

“쌤들~ 저 왔어요오!”

여주가 휴일을 끝내고 병원으로 출근했다.

“와~ 주쌤 얼굴 좋아진 것봐”

“헤헤 쉬는날 많이 잤습니다”

“어이구 잘했어~ 귀염둥이”

“어제 무슨 일 없었어요?”

“아 민지쌤이 크리코 했어요”
(크리코-윤상갑상연골절제술)

“그걸 민지가요? 다른선생님들 안계셨어요?”

“저희 병원이 그렇죠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많이 없잖아요”

“아, 저 부르시지 어떻게 됐어요?”

“어제 늦은 밤에 했던거라 성공하고 긴장 풀렸는지 지금 스테이션에서 주무세요”

“하아.. 그래도 다행이네요”

“민지쌤은 레지던트 들어온지 몇 개월도 안됐는데 그걸...”

“와..진짜 쟤는 뭐지...”

“민지쌤 볼때마다 주쌤 어릴 때 보는 것 같다니까...”

어젯 밤 교통사고로 얼굴에 외상을 입은 환자가 들어왔다.
그 환자는 기도삽관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도가 부어있어 목에 구멍을 뚫고 튜브를 넣어 엠브백을 연결하는 시술을 해내었다.
(엠브백-수동식 산소호흡기)

“민지야”

“어어? 선생님”

바로 스테이션으로 들어온 여주는 곤히 자고있던 민지를 불렀다.

“너 어제 크리코 했다면서”

“아...네...”

“안무서웠어?”

“사실 너무 무서웠어요”

“그럼 나 부르지”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잘했어”

“네?”

“응급실을 실전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잖아 정말 응급실을 실전이야”

“…”

“그 어려운거 혼자 해냈다는거 그거 쉬운 일 아니야”

“…”

“넌 정말 잘 하고있어 잘했어 진짜 최고다 민지야”

“감사합니다”

“피곤하면 더 자”

“아..아닙니다”

“그럼 간단하게 아침이라도 먹고와 나 있으니까 걱정 말고”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민지가 스테이션을 나가자 여주는 민지가 나간쪽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저런 보석이 우리한테 왔는지 몰라”








🩺







“남준쌤 우리 레지던트가 글쎄 크리코를 성공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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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 레지던트 시작한지 얼마 안된 친구요?”

“네, 대단하죠ㅋㅋㅋ 이론으로만 알텐데”

“와... 탐나네요”

어느덧 친해진 남준과 여주는 점심을 먹고 병원에 있는 작은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주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

“시간이요...? 음... 아마 될걸요? 왜요?”

“아.. 그게 주하가 놀러가고싶다는데 여주쌤도 같이 가고싶다고...”

“어? 정말요?”

“아..죄송해요”

“아뇨아뇨 뭐가요, 저 갈래요”

주하가 몰래 병원으로 온 사건 이후로부터 남준이 퇴근하면 주하는 항상 남준에게 여주를 묻곤 한다.
오랜만에 놀러가자는 남준의 말에 주하는 “저번에 그 언니도 같이가면 안돼?” 라며 여주를 찾았다.

“어디로 갈거에요?”

“놀이공원 가려고요, 주하가 가고싶대서”

“우와 재밌겠다”

“...어? 주쌤 미안해요 저 수술이 있어서”

“어? 네 얼른 올라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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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가볼게요”



“언니이!”

“어어 주하야 넘어질라”

“ㅋㅋㅋ”

그 주 주말, 세 사람은 놀이공원 광장에서 만났다.

“오늘 주하 완전 귀엽다! 머리 누가 이렇게 예쁘게 묶어줬어?”

“헤헤 아빠가요!”

“남준쌤 머리 진짜 잘 묶으신다”

“아..뭐...”

“언니이 우리 빨리 가요!”

“그래그래 가자”

주하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여주의 손을 꼭 잡고 앞장섰다.
“뭐야 김주하 아빠 두고 가는거야?”

어느새 여주를 끌고 저 멀리 가버린 주하에 남준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만 연신 지어냈다.

“먼저! 주하 키 몇이야?”

“으음...뭐더라...?”

“주하 131 이잖아”

“맞아요! 131!”

“오~ 그러면 못타는건 없겠다”

“아싸! 진짜요?”

“응, 저기봐 대부분이 130 이상이잖아”

“우와아! 아빠 나 이제 다 할 수 있따!”

“그러게 우리 주하 완전 신났네”

“헤헤 언니 우리 뭐 먼저 탈까요?”

“음... 일단 시작 전에 머리띠부터 하나씩 하자”

“오오! 좋다아! 얼른 가요! 아빠도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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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알았어”

한껏 신나서 돌아다니는 주하를 보니 남준은 주하가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아이였구나를 깨닫고는 주하에게 미안했다.

“ㅋㅋㅋ주하 완전 귀엽다ㅋㅋㅋ주하 완전 코알라랑 잘 어울린다” 

“진짜요?”

“응, 주하가 아기 코알라 했으니까 남준쌤은 이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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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해요...?”

“주하가 아기 코알라 했는데 남준쌤이 아빠 코알라 해야죠”

“마자아빠!”

“아...하”

“짠~ 주하야 아빠봐 완전 예쁘지”

“네! 아빠 완전 귀엽다!”

“ㅋㅋㅋ그래?”

“음... 나는 뭐하지?”

“언니는 이거요!”

“언니도 코알라해?”

“네! 가족같잖아요!”

“가...족?”

“네에! 오늘 우리 완전 가족같아요! 너무좋아”

주하는 아기 코알라, 남준은 아빠 코알라, 그리고 주하가 여주에게 건네준 머리띠는 엄마 코알라 인형이 붙어있는 머리띠였다.
주하가 오늘 우리는 가족같다라고 말하자 남준과 여주 둘 다 당황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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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야... 언니는 다른...”

“그래! 언니도이거 할게! 이거 완전 예쁘다~ 주하가 고르는거에 솜씨가 있는데?”

“헤헤 정말요?”

“그럼~ 그럼 이거 계산하고 놀러가자, 언니 계산하는동안 주하 아빠랑 밖에서 기다려”

“어어, 주쌤 제가 할게요”

“에이 아니에요, 오늘 푯값도 쌤이 내주셨는데 이것정도는 제가 할게요”

“...감사합니다”

“뭘요~”

“아빠아 우리 나가있자아”

“응, 그래ㅎ”

그렇게 세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해가 지기 직전까지 신나게 놀았고 주하는 남준에게 업혀 잠들어버렸다.

“와... 진짜 놀이공원 학생때 와보고 진짜 오랜만에 와봤어요”

“고마워요 주쌤, 주하 위해서 시간 내준거”

“에이 아니에요, 저도 덕분에 오늘 신나게 놀았어요”

“...다행이네요”

남준의 차로 도착하자 주하를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차에 탔다.

“주쌤 집 주소 뭐에요?”

“저 행복빌라요”

“네, 가는동안 좀 주무세요. 오늘 피곤하실텐데”

“조수석에서 어떻게 자요... 남준쌤 운전하시는데”

“괜찮아요, 그럼 출발할게요”

남준의 차가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꾸벅꾸벅 졸던 여주도 잠에 들었다.

“뭐야ㅋㅋㅋ잠들었네 안잘거라더니”

남준은 기절한 듯이 잠이든 여주를 보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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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마워요, 여주씨”


월요일,
방탄대병원 응급실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아...! 아프다니까아!”

“환자분~ 어디가 제일 아프시다고요?”

“자꾸 토할 것 같고 머리가 울려요”

“아까 간호사님 말씀으론 갈비뼈가 아프시다고...”

“..아아 됐고! 나 너무 아파요”

“환자분 그러면 잠깐만...”

“됐고! 코데인이나 처방해줘요!”
(코데인-통증을 완화시키고 기침을 억제하는 약물이며 의료진의 처방이 있어야 하고 마약류로 구분됨)

“코..코데인이요?”

“왜, 못해?”

아침 일찍부터 갈비뼈를 움켜쥐고 응급실로 실려온 한 중년 남성
간호사가 증상을 물어보러 가면 항상 다른답을 했고 마지막으로 여주의 질문에 코데인 이라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럼 일단 환자분, 먼저 검사 진행 하셔야 의사도 약을 처방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간단한 피검사 먼저 진행할게요”

“하아...내 말 안들려요? 빨리 처방 하라고!”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남성은 점점 여주를 툭툭 치며 화를 내었다.

“어디 일개 여의사가 이래라 저래라야?!”

“화..환자분 이거 놓으시고...”

“지금 내 말 안들려?”

“흐으...환자분...”

남성은 여주의 가운 카라를 쥐고 이리저리 흔들며 코데인을 달라고 계속 말했다.

“아! 좀 달라고!”

“병원 내 정숙입니다. 환자분.”

“너 뭐야?!”

“남준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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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대 일반외과 의사 김남준입니다”

회진을 끝내고 응급실로 잠시 내려온 남준이 위기에 처한 여주를 발견했다.

“하...나와”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말해주시죠”

“내가 좀 아픈데 글쎄 약 하나 주는게 그렇게 어려워!”

“그러면 의료진의 말대로 검사 진행하시죠”

“이것들이 내 돈 뜯어먹으려고!”

“아니요. 환자분께서 먼저 아프다고 응급실에 오셨잖아요.”

“허...”

“소변검사 하시죠. 따라오세요”

“아..안돼...그건”

“왜죠?”

“그...그게”

“아니면 피검사라도”

“…”

“처음부터 알아봤습니다. 경찰 불렀으니 잘 따라가시면 됩니다.”

“남준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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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제안해드린 검사에서 마약 양성이 나올가봐 거절 하시는거잖아요”

“뭐야?!”

“어디 의사를 속이려고, 환자분 현재 동공 풀리셨습니다. 손도 덜덜 떨고 계시고 전형적인 마약 금단 현상입니다.”

“이게 미쳤나!”

남성이 남준을 치려고 한 그때

“경찰입니다. 당신을 마약 복용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경찰이 도착했다.

“놔! 이거 놓으라고!”

“가시죠,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어어...”

혼란스러운 여주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여주의 심장은 쿵쿵쿵 뛰었다.
남준은 가만히 서있는 여주와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응급실을 나왔다.
잠시후 의국으로 도착한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여주는 소파에 앉자 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주쌤, 울지 마요 뚝”

“흐으으... 남준쌤 나 너무 무서웠어요..”

“무서웠어요?”

“네에 흐윽... 진짜 남준쌤 없었으면 경찰분들 오실때까지... 으으 상상도 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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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다친곳은 없어요?”

“네에... 없어여...”

“다행이다, 오늘 주쌤 센터로 CPR교육 간다면서요. 할수 있어요?”

“네에... 할 수 있어요...”

“언제 하는데요?”

“12시에... 어? 11시 거의 다돼가네? 남준쌤 나 먼저 갈게요!”

“네...가요...”

여주가 의국을 나가자 남준은 소파에 기대어 피식 웃었다.
이러면 안돼는데 입을 오물대며 울먹거리는 여주가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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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여주 진짜”


한편 여주
자신의 차를 타고 병원과 30분 정도 떨어진 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청소년 센터로 마음의 치유를 얻으러 오는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장소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나여주라고 합니다.”

여주는 센터 강당의 무대에 올라서 수업을 진행했다.

“여러분 이거 1년에 1번씩은 꼭 센터나 학교에서 꼭 배우죠?”

“네~!”

“왜 그런지 아는 친구 있어요?”

“저요!”

“흰 티 남자친구 말해볼까요?”

“엄청나게 중요해서요!”


“오! 정답! 자, 이거 사탕 받아가세요~”

여주는 화면에 PPT를 띄워놓고 학생들과 선생님 앞에서 이론과 실습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모든 센터 학생들이 실습을 마치고 수업도 끝이 났다.

“선생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원장님, 오늘 친구들이 아주 파이팅 넘치던데요?”

“맞아요 우리 친구들도 오늘 재미있는 수업 한다고 좋아했어요”

“다행이네요 좋아해줘서”

여주는 병원으로 돌아가기 전 센터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원장님. 가보겠습니다~”

여주는 차에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차가 좀 막히네...”

여주는 병원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기분 좋게 복귀를 하고 있었다.

“들어가면서 쌤들이랑 먹을 간식 사가야징~”

그런데 갑자기

“어어...꺄악!”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여주의 차량이 다른 차와 충돌했다.

그것도 아주 심한 7중 추돌사고 이다.

“흐으...살려...줘...”


[코드 오렌지, 코드 오렌지, 방탄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응급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코드 오렌지, 코드 오렌지, 방탄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응급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코드 오렌지, 재난이나 대량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불리는 의료 코드, 방탄대병원은 코드 오렌지 상황이 일어났다.

“7중 추돌사고입니다. 위치는 우리병원과 10분거리 고속도로 이고요”

“7중 추돌 사고요?”

“여기서 남준쌤과 영환쌤이 현장 나가서 환자들 상태 살피고 우리 병원으로 이송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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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남준과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거기 계십니까?!”

“말씀 가능하신 분들은 어디에 있는지 말씀 해주세요!”

대낮부터 일어난 사고에 고속도로는 통행이 불가능해졌고 많은 구급대들이 상황을 수색중이다.

“방탄대 의사입니다. 어디로 갈까요”

“여기 이분 인투베이션좀 해주세요”

남준은 사고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환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완료했습니다, 환자 이송해주세요!”

“이송팀!”

그 이후로도 남준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환자를 살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핸들에 가슴을 박았는데 너무 조이고 아파요?”

“음... 그러면 저기 구급차 앞에서 대기해주세요 바로 병원으로 이송할수 있도록”

한편 한 구급대원이 놀라서 소리쳤다.

“어...어... 나여주 선생님?!”

응급실을 오가며 만났던 여주를 알아본 대원은 유리 파편이 얼굴에 박히고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여주를 보곤 급하게 소리쳤다.

“이...이송팀 빨리! 환자 빨리 이송해야합니다!”

“무슨일...주쌤?”

구급대원쪽으로 온 남준은 여주를 보고 놀랐다.

“지금 맥박은 뛰는 상황인데 지금 빨리 못가면 위험해 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랑 같이 병원으로 갑시다 다른 선생님들 오신다고 저는 복귀 하라네요”

“환자 이송하겠습니다!”

남준은 놀라 쿵쾅대는 심장을 뒤로하고 침착하게 여주와 병원으로 돌아가는 구급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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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아줘, 나여주... 제발’

남준은 현재 의식이 없는 여주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환자입니다!”

“어... 주쌤...?”

“빨리 소생실로 옮겨주세요!”

급히 여주를 응급실 소생실로 옯긴 남준과 의료진들은 재빠르게 여주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일이에요... 우리 주쌤이 어쩌다...”

“주쌤 센터에서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이 사고가 난 것 같아요”

“하아...”

“알아보니 트럭 운전기사는 음주운전 이었고요”

“우리 주쌤...”

“지금부터 빠르게 급한것만 먼저 치료하고 수술 들어갈게요!”

그러자 남준의 말을 들은 소생실 안에 있던 모든 의료진들은 역할을 분담하여 여주를 치료했다.

“선생님 초음파 보니 나여주 선생님 헤모페리 인 것 같습니다...”
(헤모페리-복강 내 출혈)

“뭐요?”

“여기...”

“어...”

초음파 기계를 여주의 옆구리에 가져다 대니 장기들 대신 피가 고인 것을 확인일 수 있었다.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겠습니다”

“주치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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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겠습니다.”

남준은 입고있던 자켓을 벗고 빠르게 탈의실로 들어가 수술복으로 환복했다.
그 사이 여주의 수술 준비가 완료 되었다.
남준은 빠르지만 깨끗하게 손을 씻고 수술실로 들어왔다.

“마취과 선생님, 수술 시작해도 될까요?”

“네,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메스로 배 가르자 마자 피 많이 나올테니 거즈 많이 준비해 주세요.”

“네, 선생님.”

“하아...그럼 메스주세요”

숨을 크게 들이쉰 남준은 메스를 받아들고 여주의 배를 열었다.

‘푸쉬쉬...’

“윽... 거즈랑 석션 계속 해주세요!”

사고가 나고 바로 배를 세게 박아 배 안에 피가 고여 어느새 많아졌고,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피 멈출 때 까지 계속 해주시고 피좀 더 가져와 주세요!”

“네, 선생님.”

잠시뒤 피가 더 이상 흘러 나오지 않았고 남준은 이리 저리 살펴보며 헤모페리의 시작이 어느지점인지 찾고 있다.

“어...찾았다... 쌤 수처 주세요”
(수처-봉합을 하는 도구)

남준은 최대한 빨리 봉합을 마치고 여주의 바를 봉합하여 수술을 마쳤다.

“하아...”

“수고했습니다 남준쌤”

“주쌤 회복실에 있다가 1인 병동으로 옮겨주세요”

“..네 선생님”

그날 저녁 남준은 마지막 회진 순서로 여주의 병실을 찾았다.

“...음 맥박 좋고 혈압 좋네, 다행이다”

남준은 여주의 링거 속도를 낮추며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오늘 참 고생이 많아요, 주쌤... 아침부터 저녁까지... 쭈욱”

남준은 여주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중얼거렸다.

“나 요즘 좀 이상해요... 나여주씨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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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보여”

남준은 이 상황이 낯간지러운지 피식 웃었다.

“우리 주하도 주쌤 보고싶어하는데 빨리 일어나면 안돼요?”

나 이러면 안돼는거 아는데, 애까지 있는 애 아빤데, 요즘 당신이 너무 좋아요

“그럼 잘 자고 있어요, 우리 내일 봐요”

남준이 의자에서 일어나려 하자 남준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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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딸, 무슨일이야?”

-아빠아! 오늘 왜 안와?

“미안, 아빠 병원에 무슨 큰 일이 생겨서 수술좀 하느라, 오늘은 못갈 것 같아”

-히웅..뭐 어쩔수 없지...나 오늘 고모랑 자야지~

“그래, 우리 딸 씩씩하네~ 잘 자 우리 예쁜 딸...”

-응! 아빠 안녕!

“그래...안녕”

남준은 전화를 끊고 여주를 한번 바라보더니
‘쵹_’
“나 갈게요”

잠든 여주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여주의 꿈 속

 오늘 참 고생이 많아요


요즘 당신이 너무 좋아요


그럼 잘 자고 있어요, 우리 내일 봐요


익숙하게 나긋한, 기분 좋아지는 목소리가 넓은 들판에 울려 퍼진다.

나 요즘 좀 이상해요... 나여주씨 당신이...여자로 보여

너무나 익숙해서 두리번 거려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목소리

“누구세요! 흐윽...누구...”

여주는 넓은 들판에서 소리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왠지 모르는 그리움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싶니?’

‘이 문을 나가고 눈을 뜨면 그 사람이 당신 앞에 서 있을거야’

‘이제 일어나자, 자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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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드르륵’

읏, 눈부셔

“어...일어났어요?”

어느덧 아침이 되고 남준은 일어나자 마자 여주를 찾았다.

“남준...김남준이다...흐윽.. 나...남준쌤...”

“주쌤, 정신이 들어요?”

“쌤이죠...나한테 일어나면 안돼냐고 한거... 나 좋아한다고...한...거”

“주쌤...?”

“보고싶었어요... 그리웠어 당신”

방금 깊은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여주는 침대를 올려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잠시후 정신이 돌아온 여주는 남준에게 물었다

“나... 어떻게 된거에요...? 나 왜 이러고 있어요?”

“어제 7중 추돌사고가 일어났어요, 그 사고의 피해자 중 하나가 주쌤 인거고요”

“하아...”

“아픈 곳은 없어요?”

“네, 없어요”

“다행이다”

“...근데요 남준쌤”

“네?”

“그 어제 제가 꿈에서 쌤 목소리로 나를 좋아한다고...했는데...그게 뭔지 물어봐도 돼요?”

“그...그게...”

“…”

“…”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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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제가”

“저도 남준쌤 좋아해요”

“네?”

“어제 하신 말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라도 저는 진심이고 남준쌤도 진심이었으면 좋겠어요”

“정말요?”

“...네ㅎ”

“하아...”

남준은 급하게 올라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어 여주를 꼭 끌어 안았다.

“아아...쌤 저...배”

“아..미안해요”

“헤헤... ”

“나도 주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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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맞추었다.

“하아...하아...”

“주쌤은 괜찮아요?”

“뭐가요?”

“나 9살 딸도 있는데”

“뭐가 어때서요”

“…”

“나는 다른거 다 빼고 김남준 당신 그 자체를 좋아하는거에요”

“...ㅎ”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상관이 없어요”

“정말...너무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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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무 사랑해요, 여주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의학물 진짜 너무 재밌네요ㅋㅋㅋ

예전에 썼던거랑은 퀄리티하며 차원이 다른 것 같네요ㅋㅋ

그래서 합니다


외전 가자!



🩺


그로부터 몇달 뒤 사고가 나고 1년 동안 병원 근무를 한동안할 수 없게된 여주는 집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나 왔어요 여주야”

“여주언니이!”

“어 왔어요?”

매일 퇴근을 하고 주하와 함께 집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오는 남준이 요즘 여주 일상의 낙이다.

“주하 손 씻고 와”

“웅!”

주하가 손을 씻으러 간 사이 남준은 여주의 옆으로 가서 허리에 팔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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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슨 일 없었어?”

“응, 없었어요”

“심심했겠다”

“저녁에 오빠 오기만 기다렸지”

“...뭐라고...? 나한테...뭐라한거야?”

“응? 내가 뭐 했어?”

“오.. 오빠라고...”

“그럼 오빠가 맞지...뭐 친구야?”

“...허...”

남준은 자신을 오빠라고 칭하는 여주가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주하는 학교숙제를 하고있고 여주와 남준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주, 쉬는 동안에 뭐 하고샆은건 없어?”

“음... 그럼 나 전부터 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뭔데?”

“더블보드”
(더블보드-두개의 전문의 자격증)

“어떤거로?”

“...GS”

“음?”

“시간은 지금밖에 없을 것 같고 학생때 이루고싶은 목표여서”

“많이 힘들고 어려울텐데”

“괜찮아,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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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여주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지ㅎ”

“오빠는 얼미니 걸렸어? 보드 따는거”

“음... 레지던트 4년 끝나고 땄지”

“4년동안 공부한거야?”

“뭐 그렇지 틈틈이 공부 한거니까”

“그럼 그냥 있는 나는 얼마나 걸릴까?”

“음... 꼬박 1년정도?”

“음...”

“지금 여주가 하고있는 응급의학과도 전체 과를 포함해서 알아하 하는 것도 많으니까”

“그치, 알고있는게 있기는 하지”

남준은 여주와 대화하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여주가 꼭 하고싶은 것을 꼭 할 수 있도록 하고싶었다.

다음날

“나여주씨 택배입니다”

“어..? 나 시킨거 없는데?”

여주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 놓여있는 한 우체국 택배상자

“어우...무거워... 이게 뭐야”

여주가 택배를 열자 그 안에 있는 것은 일반외과 전문의 참고서들과 수술영상이라고 쓰여있는 USB, 그리고 한 장의 편지

여주야, 남준이야
내가 레지턴트때 공부했던 것들이야. 이것 보면서 공부해
여주 꿈 꼭 이웠으면 좋겠다. 조금 있다가 주하랑 여주 좋아하는 피자 사들고 갈게
좀 있다가 보자, 사랑해

“뭐야 진짜...”

여주는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미소를 지었다.

3년 뒤

“하... 이번엔 꼭 붙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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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긴장하지마. 여보”

“맞아요! 언니 파이팅!”

금새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들도 있었다.
여주는 매년 시험을 봤지만 매번 떨어졌고, 오늘이 3번째 시험을 보는 날 이다.

그리고 남준과 여주가 사귄지 2년이 되는 해, 두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어제 내가 집어준 부분 있지? 매년 시험에 자주 나왔던거”

“응...잘 볼게”

“언니 파이팅! 꼭 붙어요!”

“그래, 주하야 고마워... 나 다녀올게 여보”

“나여주 파이팅!”

시험장 앞, 남준의 차에서 내린 여주는 어께를 쫙 펴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몇시간 뒤

“어? 여보!”

“언니언니!”

여주가 시험장에서 나왔다.

“어땠어, 잘 봤어?”

“...항상 기분은 같아... 하아...모르겠어”

“아니냐, 수고했어 자기야”

“맞아요 언니! 아빠 우리 언니가 좋아하는거 먹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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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자”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주하도, 남편이 된 남준도 모두 여주의 편 이었다.

“아아...여보 지금 몇시야?”

“후우... 5분 전”

“수험번호... 잘 맞지?”

“응...맞아”

“아...! 긴장되서 죽을 것 같아!”

시험 후 한 달뒤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
남준과 여주, 그리고 주하는 거실 테이블에 노트북 하나를 두고 둘러 앉아 손을 꼬옥 잡고 있다.

“허어...벌써 일분 남았어”

“여주야, 할수 있을거야..”

“어? 아빠 1시야!”

“어? 벌써?”

오후 1시, 시험 결과가 나오는 시간
여주는 마우스 커서를 쉽게 결과확인 버튼으로 옮기지 못했다.

“...오빠가 해주면 안돼?”

“그래...”

남준이 마우스로 결과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위 사람은 일반외과 전문의 사험에 합격했음을 확인함]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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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주야 합격...!”

“어...어? 진짜!?”

“우와! 합격이다!”

세 사람은 거실에서 방방 뛰었다.

“이야~ 우리 여주 이제 더블보드네? 축하해”

“흑...오빠아”

여주는 남준의 어께에 얼굴을 묻었다.

“그으...”

주하가 무슨 하고싶은 말이 있는지 쭈뼜거렸다.

“크응...주하 왜?”

“축하해요”



엄마

“어?”

여주는 놀랐다. 결혼을 했어도 아직까진 언니라고 부르던 주하가 여주에게 ‘엄마’라고 불렀다.
여주는 주하에게 엄마로 인정받았다. 오늘은 여주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