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
이 여자는 이제 정말 보기 싫다, 그 썩은 물 선배보다 더. 제 생애 매우 엄격했던 고1 과학선생님보다 더 보기 싫은 사람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니면 얘가 그 선생님의 딸인가, 싶기도 할 정도이다.
처음에는 그저 헛소문으로만 다니던 것이, 이젠 진짜가 되었다. 물론 서로 고백을 하고 받아들여서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이건 진짜 비즈니스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빨리 이 여자를 자신의 옆자리에서 쳐내고, 여주를 앉히고 싶다. 여주라면 제가 먼저 다가가고, 사랑한다 속삭이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해줄 텐데.
" 야, 이건 너 담당이니까. 너가 빨리 가-. "
" 아니.. 그래도,.. 나 너한테 말했잖아.. "
" 사적인 것 때문에 공적인 걸 안 하겠다고? 공과 사 구분 좀 하자! "
시끄럽다, 하지만 중간에 들리는 목소리를 그냥 귀엽게 들리기만 했다. 아무래도 내가 기다리던 그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자동적으로 감겨있던 눈이 떠진다. 점점 커지는 발소리와 그 발소리에 맞춰 점점 풍기는 향기에, 눈치를 챘다. 그녀라는 것을.

" 저기-. "
" ㅇ, "
" 야! 너 눈치도 없어! 우리 데이트 중이잖아, 계속 나 화나게 할래!? "
눈치 없는 것의 개념을 모르는 건지, 아예 개념이 없는 건지. 과제에 관련된 걸 물어보기 위해, 말 걸어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또 저 눈빛이다, 상처를 받은 눈빛. 그녀는 너무 약해서 문제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 물론 그녀의 옆자리에 제가 맞지 않다는 것 또한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무조건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많이 이기적인 놈으로 보이겠지만.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고, 그녀의 옆자리도 나의 것이면 좋겠다.

" 됐어, 뭐 물어보러 온 거야? "
" .. 아,.. 그러니까 이번에 과제,.. "
역시나 이번에 팀플 과제에 대해 물으러 온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성낸 게 조금 민망할 법도 한데, 저 여자는 그런 것도 없다. 빨리 꺼지라는 듯, 여주를 째려본다. 덕분에 여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지만, 중간중간 말이 떨리고 눈치를 보는 것이 보인다.

" 하아,.. 야, 너 가 "
" 그래-, 빨리 안 가? "
하, 또 머리 아파진다. 대체 몇 번째인지, 과대치고 너무 철이 없다. 저한테 한말인데, 그걸 또 잡아서 여주에게 던지는 것이.
" ㄴ,.. "
"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선배님께 여쭤보려고 온 건데, 제가 데이트를 방해했네요. "
이 아이가 나에게 날 선 말투로 말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헷갈렸다. 그녀는 항상 부드럽고, 애교 넘쳤는데. 지금은 칼바람이 불고, 단호하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들에게는 능글맞게 빠져나왔지만, 그녀에게는 결코 그렇게 대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만큼은 잘 못한 것을 하나하나 따지면 오해를 풀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다시 그녀와의 관계를 회복해서, 관계가 더 발전되길 바랐으니까.
지금 그때처럼 뒤돌아 가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으나, 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는 또다시 상처를 주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면, 지금은 다른 여자도 아닌 그녀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