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 단편 모음
평생토록, 너만을 자랑스럽게 사랑하겠노라

정화랑
2026.08.25조회수 2
그 후 폭풍이 몰아쳤다. 오라버니의 강력한 가문은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오라버니가 공주와 혼인해야 한다고 완강히 요구했다. 그들은 문을 굳게 닫아걸고 몇 주 동안 격렬한 설전을 벌였지만, 찬연 오라버니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정의 정치적 압박도, 공주라는 지고한 신분도 오라버니를 흔들지는 못했다."내 마음은 이미 약조한 이가 있습니다."오라버니는 가문을 향해 그렇게 선언했고, 그들이 마침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세는 매섭고도 단단했다. 이 소식에 내 부모님조차 몸을 떨며 깊이 우려하셨다. 그토록 고결한 명문가에서 나를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처럼 처참하게 대할까 봐.
하지만 오늘, 찬연 오라버니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단 하나의 의구심마저 완전히 지워버리고 있었다.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우리 집의 육중한 대문을 뒤흔드는 리드미컬하고 거대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밤의 어둠을 틈타 나를 가문 뒷문으로 몰래 빼돌리기 위해 보낸 고요하고 초라한 가마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찬연 오라버니는 온 왕국을 향해 가장 찬란하고 웅장한 선언을 던지는 중이었다. 전통 장구의 우렁차고 기쁨에 찬 울림이 내 가슴속에서 선명한 맥박처럼 고동쳤고, 태평소의 날카롭고 승리감 넘치는 선율이 온 마을에 울려 퍼졌다.
우리 집의 무거운 나무 대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내 심장은 목구름까지 쿵 하고 뛰어올랐다.
그곳에 오라버니가 있었다. 찬연 오라버니는 숨이 막힐 정도로 역동적이고 거대한 혼례 행렬의 선두에서, 눈부신 백마 위에 당당하게 높이 앉아 있었다. 금빛 자수가 놓인 짙은 적색의 신랑 혼례복을 입은 오라버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한 귀공자 그 자체였지만, 그 따뜻한 눈동자만큼은 온전히 나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오라버니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열정이 피부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라버니는 조정의 엄격한 예법도, 거리에 모여 수군거리는 군중의 시선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라버니가 말에서 내리자, 늘어서 있던 수많은 예인(藝人)들이 오라버니를 위해 바다처럼 갈라졌다. 오라버니는 내게로 그저 걸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확신을 담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집 문턱에 채 닿기도 전에 오라버니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가슴 앞으로 두 손을 들어 올려,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시각적 언어로 정중하고 아름다운 수화의 동작들을 펼쳐 보였다.평생토록, 너만을 자랑스럽게 사랑하겠노라 약조하마.
내 가슴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줌의 불안감마저 눈 녹듯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오라버니는 우리 집 문턱을 넘어섰고, 오라버니의 눈가는 서고에서 보았던 그 따스하고 든든한 미소 그대로 예쁘게 휘어졌다. 오라버니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더니 내 몸을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나도 모르게 숨을 흡 들이켜며 오라버니의 넓은 어깨를 꽉 쥐었다. 오라버니는 감격에 겨워 환호하는 내 부모님을 지나 나를 품에 안고 걸어갔다. 그러고는 아름답게 장식된 가마 안으로 나를 다정하게 내려놓았고, 두꺼운 비단 커튼이 스르륵 닫히며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완벽하게 분리해 주었다.
가마꾼들이 혼례 가마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전통 음악이 어지러울 정도로 기쁜 리듬으로 터져 나왔고, 그 순간 비단 커튼 틈새로 따뜻한 손 한쪽이 스르륵 밀려 들어왔다. 나는 손을 뻗어 찬연 오라버니의 단단한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꽉 맞잡았다. 가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온전한 보호와 부정할 수 없는 사랑 속에서 나를 우리들의 새로운 미래로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