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흰 피부에 붉은 눈을 가진 홍사.
독사의 쉬어다오. 쉬어레이. 그 무엇이라고도.
독사의 가장 빛나는 보석. 쉬어디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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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시, '서울공화국' 이라 불릴 만큼 서울에는 온갖 최신 기술들과 높디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최첨단 도시-라고 보통 사람들은 서울을 그렇게 생각한다.
밤이면 빌딩의 밝은 불빛들이 어둠을 밝히는 도시, 낮이면 온갖 차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도시.
최첨단, 밤에도 해가 뜨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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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빌딩의 그림자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좁고 좁은 골목길, 사람이 살지 않을 듯 더러운 그런 길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건물의 간판에는 빛 바랜 글씨로 '영심미장원' 이라 써져 있었다.
그곳에는 여주가 살았다. 미장원을 여주가 운영하는 것은 아니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미장원은 그 누구도 운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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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자 아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누가 들으면 드라마식 설정이냐 할 법한 그렇게도 불행한 상황에 여주는 살았다.
집세가 밀려 노란 딱지가 붙은 집에는 매일매일 사체업자들이 찾아왔고, 제 아비는 그렇게 하나의 책임감이란 것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내쫒겼다.
그렇게 거리, 낡은 모텔, 때로는 가로등 밑에서 지내다 찾은 곳은 잔뜩 거미줄이 쳐져 있고 아무런 사람이 오지 않는 그곳이었다.
꿉꿉한 향이 풍기고, 환기가 안 된 집에서 나는 그런 텁텁하고 지독한 향이 풍기며
노란 장판에 끈적끈적한 바닥. 먹을 게 없어서 도둑고양이들도 오지 않는 그런 집
영심미장원-으로 빛 바랜 노란색과 빨간색 글씨가 쓰여져 있던 말던 상관할 것이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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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기도 부르기 무색한 사람은 건설 일용직을 하며 살았고 매일 일을 끝내고 들어오면 늘 술을 찾았다.
돈을 번 것은 모두 술값으로 들어갔고, 아비의 얼굴이 붉어지고 혀가 꼬이지 않는 날은 없었다.
술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집안 모든 물건을 집어던지며 화를 냈다. 가끔은 날카로운 물건을 집어던져 살이 찢어지고 패이는 일도 잦았다.
여주는 그 곳에서 빨간 눈 걔집얘-로 불려졌다. 제대로 이름을 아는 자는 여주 자신을 제외하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온갖 잡일을 도맡아 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범죄는 일절 저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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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오늘도 알람 없이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아비가 눈을 뜨기 전에 제가 먼저 눈을 떠야 했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마자 옷을 입고 신문을 돌리러 갈 채비를 한다. 아직 추운 겨울이라 입김이 나오지만 여주의 옷은 단 두 벌, 얇은 긴팔과 때가 낀 검은 바지였기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그런 옷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 추운 겨울의 새벽에 입을 따스한 옷 따위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추위를 느끼며 신세를 한탄할 그런 시간은 없었다.
-딸랑

집 문을 열고 나가면 차가운 새벽 공기가 여주를 마중한다.
아직은 어슴푸레한 하늘이 참 오묘하였다.
차갑고 상쾌한 공기. 여기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내쉬면-그게 여주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짧은 순간이다.
아무리 일해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
무료하고 지루하고, 우울한
그런 그런, 그런 상황. 그 속에서 상쾌한 공기는 하나의 안식처였다.

얼른 신문을 돌리러 가던 도중 매일 보이던 고양이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여주의 작은 행복이었다.
- "안녕? 오늘도 있네!"
돌아오는 대답은 없을지라도 따스한 털을 매만지고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였다.
-빨간 눈 네 몫은 이미 챙겨 뒀지.
-감사합니다!
-응 그래 수당은 미리 받아 가
매일 보는 얼굴의 신문을 나눠 주는 아저씨의 이름은-이름이라기엔 별명에 가까웠다.- 검은머리(...)였다.
여주는 아저씨가 저를 빨간 눈이라고 부르니 검은 머리라고 부르겠다고 선포를 한 바 있다.
신문을 받아 들고 돌리러 가는 와중에 여주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매일 신문을 받아 들고서는 그걸 꼭 읽곤 했다.
신문에 실리는 높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주랑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그냥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나 확 올랐으면 좋겠다-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신문을 펼쳤다.
[특보]송월 그룹 이사 민윤기 기초생활수급자 도움 사업에 16억 기부 ... 우리나라 1위 기업
헐. 이게 현실이 될 진 몰랐는데?
관심이 생겨 신문 기사를 읽어봤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마름달뉴스/김민주기자: 2021 ○○ 선정 기업 1위 '송월그룹'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16억 기부...서울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송월그룹 회장인 민윤기가 직접 전달할 것으로 밝혀'
와우. 나 기업 회장 두 눈으로 보는 거야?
오늘의 여주 몫의 일은 제법 즐거울 예정이겠다.
신문 다음은 우유다. 우유를 집집마다 돌리고 나면 겨우 한숨 쉴 틈이 생긴다.
"야! 빨간 눈! 얼른 와서 이 빨래 좀 널어"
"네에 갑니다~"
아 오늘도다. 앞 파란 지붕(지붕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하지만)에 사는 현 아저씨는 그래도 제법 돈이 있는 사람이었다.
돈이 있고 만사를 귀찮아하고 괴팍한 성격의 현 아저씨는 여주에게 종종 잡일을 도맡아 시키곤 했다.
언제나 똑같은 패턴. 간밤에 여주가 빨래를 하고, 또 그 빨래를 널고, 아침, 점심, 저녁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마당을 정리하는 그런 일.
그러다 중간에 짬이 나면 다른 집 일을 하러 가는 그런, 그러한 삶
"배고파..."
오늘도 제가 번 돈을 아비가 다 써서 여주는 밥 한 끼 먹을 돈마저 온전치 못하였다.
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친구가 알바하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 하나 받아 밥을 먹었다.
"여주야!"
"어 지은아! 알바 안 힘들어?"
"에이 이게 뭐가 힘들다고 그래"
"매일 이렇게 얻어먹어서 미안해 너도 먹어야 할텐데..."
"아냐 어차피 여기 유통기한 지난 거 다 알바들 거라 너 많이 먹어도 괜찮아"
"너네 아버지 때문에 여주 네가 고생이지 뭐,,,"
"그러게,, 언제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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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 붉은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저 골목 입구 언저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걸어들어오는 한 남자가 여주의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빨갛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해 여주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 걔집년, 쓸모도 없는 것!"
"술, 술을 가져오란 말이야!"
오늘은 또 어떤 물건이 깨져갈까, 망가져갈까.
제 분에 안 차 화를 내던 아비는 그 뒤로도 집안의 물건을 몇 개 부순 뒤 잠에 들었다.
-끼익....
아무도 없는 길거리 위에 나무로 된 문이 열렸다.
그 문을 연 당사자는 바로 여주였다.

"안녕?"
오늘 아침에도 봤던 고양이, 마루다
익숙한 듯 제 손에 머리를 부비는 모습을 보니 꼭 영락없는 개냥이이다.

여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먹구름이 낀 게 꼭 제 삶 같다 라고 생각하였다.
"마루야"
"밤하늘이 어두운 게 꼭 내 삶 같아"
돌아오는 대답은 애처로운 울음소리뿐.
서울의 야경이 그렇게도 아름답다던데
여주가 사는 곳에서는 서울의 야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높은 빌딩의 불빛만 간간이 보일 뿐
여주는 생각했다
내일이 되면 또 이 삶을 살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달라지는 게 하나 없는데
이럴 바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인 것 같고 자신의 손목에 있는 붉은 실로 연결된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한때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 보이는 사람마다 손목을 확인한 적도 있었으나,
그 사람 옆에 가면 그 붉은 실이 뜨거워진다는 소리를 듣고 그만 둔 지 오래이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던가
목소리는 또 어떻던가
아프도록 선명한 기억에 더욱 그리워진다.
당신의 눈동자를 한 번만 마주볼 수 있다면
그 따스한 손을 한번만 잡아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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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당신이 죽지 않을 수 있다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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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목숨일지언정.
그대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당신의 지난 6번의 생 동안 당신을 잊지 않고 연모하였습니다
당신, 나의 애인(서로 애정을 나누며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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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여주의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오늘도 역시나 나는 아빠가 일어나기 전에 다 녹슨 검은색 문고리를 잡아 돌렸고, 매일 새벽 걷던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다.
매일 가던 골목을 걸어 신문과 우유를 배달했다.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믿고 있었다. 열 다섯까지는 그렇게 믿었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런 기적은 내가 꿈도 꿀 수 없다는 걸 이렇게 나는 안다. 그래서 더욱 비참하다.
...사실 아직도 기적을 바란다. 매일 밤, 자기 전 일어나면 모든 게 꿈이기를 바라지만
언제나 눈에 보이는 건 다 찢겨 나간 노란 벽지, 고개를 돌리면 눈에 보이는 초록색과 짙은 갈색의 술병들.
쉰내가 나는 집과 옷조차 갈아입지 못하는 나.
언제나 똑같았다. 기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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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마을에 낯선 차가 한 대 들어섰다. 어제 말한 그 송월그룹 회장... 민윤기라던 그 사람인가 싶다.
한 눈에 보아도 꽤나 값어치 있어 보이는 한 검은색 차량은 매끄럽게 굴러 들어와 흙먼지 하나 없이 멈춘다.
사실 꽤나 신기하다. 이런 차를 본 게 얼마만이더라. 그래도 예전에 한 대 정도는 봤던 것 같은데... 라며 심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곧이어 차의 문이 열리고 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뒤이어 내린다.
한눈에 봐도 낯익은 얼굴이다.
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안다.
단지 직책과 이름 정도-송월그룹 이사 민윤기-가 아니라
온전히 저 사람이 누군지 나는 안다.
내가 찾고 기다리던 그 사람.
나보다 먼저 나아간 그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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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름달 작가입니다
오늘 뭐 보지? 굿바이썸머에 제 작품이 올라왔다는 댓글을 오늘 봤어요
정말....정말루 감동이에요 ㅠㅡㅠ
사실 토론대회를 준비하느라 조금 늦었는데(사실 많이..)
토론대회 1등! 하구 돌아왔습니다 :>
이제 홍사와 흑사 이야기 많이많이 연재할게요!
항상 예쁘게 읽어주시는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