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표님 한 분만 설득하면 되지만 쉬운 일은 아니겠지. 그러니 나올 때까지도 여주가 불안해했던 거겠지. 혹시나 이 곳에서 살지 못할까 봐, 다시 고아원으로 가야할까봐.
“…다시 말해보세요.”
“들으신 그대롭니다.
장여주, 우리랑 같이 살게 해주십시오.”

“하… 너네 이제 2년차다.
열정 넘치는 신인인데, 쓸데없는 거에 열정 쏟네?”
“고작 열여덟입니다.
아직 법적으로 생일 안 지나서 만 16세고요.
만 16세는 혼자서 거의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그리고 그 끔찍한 기억이 있는 곳으로
다시 보내고 싶진 않네요…”
“사람으로서 그저 바라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못해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무시하는 건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하… 너네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현실을 봐 얘들아. 가능할 거 같아?”
“…네, 책임지겠습니다.”

“저희 상승세 타고 있습니다.
곧 유명한 그룹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하다가 안 되면 그 때 보내도 안 늦습니다.
적어도 해볼 기회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해보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거 알지만
도전은 해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저 언제 다시 나락으로 빠질 지 몰라요.
그리고 절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애밖에 없어요.”

“형만 12명인데, 친구 한 명 있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저 같았어도 친구 한 명쯤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안 된다고 했어.”
“…안 된다면 할 수 없죠.”

“숨겨서 같이 살게요, 그럼.”
“보내고 싶지 않아요… 제발요…”
“그런 얘기할 거면 이만 나가주세요.
난 분명히 안 된다고 했어요. 애들 데리고 나가주세요.”
“하… 얘들아, 걔랑 너네랑 무슨 상관이니?
여준가 뭔가, 걔가 고아원에 나쁜 기억이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너네는 너네끼리 잘 돼야지”
그렇지만 이러한 세상이니 도우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특히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고아 키워주는 거로 이미지 메이킹 하면 되잖아요.”
“너 정말…!”

근데 나 이거 진심 아니야.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는 영양가 없는 노력이지.
“착하다는 거로 이미지 메이킹 해봅시다, 우리.
나쁠 거 없잖아요.”
“무조건 있게 해달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멤버들의 심리적 안정이고,
여주는 그 역할을 해줄 겁니다.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단 것,
숙소가 깨끗한 것, 집밥이 우릴 기다리고 있단 것.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요.”

“하… 너네 안 된다 하면
진짜 숨겨서라도 같이 살 거야? 정말?”
“가능합니다. 애초에 숙소촬영을 잘 오지 않고요,
온다면 잠시 나가있으면 됩니다.
친구 집으로 보내도 되는 거고요.”
근데 허락해줄 때까지 떠나지 않을거에요.
“좋은 고아원을 찾아주는 걸로 마무리하는 건 안 되니? 너네 숙소에 있는 것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잖아.
그럴 거면 그냥 고아원 보내서 친구 만들어주자, 응?”
“여기도 친구 있습니다.”

“…캐럿들한테 안 들킬 수 있지.”
“네, 진짜 아예 하나도 모르게 할 수 있어요.
여주의 ㅇ도 안 나가게 할게요.”
“휴… 알았다. 단 들키는 즉시 여주 내보내라. 알겠어?”
“에휴, 쟤네 고집을 어떻게 꺾어…”
너를 생각하자 그저 빙그레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널 너무 아끼고 있나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너덜너덜해진 네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어. 여린 널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내 옆에 두고. 물론 넌 네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게는 너의 약한 모습이 보이거든. 약한 건 잘못된 일이 아니야. 사람이란 다 약한 존재니. 그러니 내게 조금만 더 기대줄 수 있을까, …마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