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여주 안 자? 내일 보자며?”

“지금 12시 넘어서 내일인데요~”
“대박… 장여주 미친 듯…”
“와, 공부를 이렇게까지 한다고…? 12시가 넘었는데?
내가 보고 있지만 진짜 믿기지 않는다.”
“야, 친구야. 네가 나 대신 학교 가줄래?”
“그럴까?”
“와… 나도 밤까진 해본 적 없는데…”

“그건 형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일 듯”
“최한솔…팩트로 엿 먹이지 마라…”
“공부 안 한 건 맞잖어.”
원우 오빠가 툭 뱉는다.
“으아아앙! 난 데뷔할 거라 그랬다고!”
“아침에는 데뷔하지 말 걸 그랬다며.”
“그건 그냥 한 말이지…”
“아, 예예 퍽이나 그렇겠다.”

“너 부른 거 아니다…
내가 널 그렇게 사랑스럽게 부르겠니.”
“난 들어가서 작업한다”
“우와… 오빠 존멋이야… 나 구경해도 돼?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만 할게”
“뭐… 굳이 그렇게까진 안 해도 돼.
그리고 여주, 봐도 재밌는 거 없을텐데?”
“아잇! 그래도 궁금해!”
“그래, 뭐. 상관은 없으니까.”

“녹음은 언제 해? 나 오빠들 노래하는 거 보고 싶어”
“한… 다음달쯤?”
“오옹~ 언제 컴백하는데?”
“12월, 겨울에.”
“오옹”
“왜 다 리액션이 하나 같이 오옹이야.”
“내 맘~”
“올 거야?”
“응!”
“너 거깄는 동안 나 짐 옮기면 되겠다.”
“그렇네. 도와줄까?”

“뭐야 형. 왜 갑자기 착한 척이야?”
“와… 착한 척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아아…시끄러워.”
“원래 항상 시끄러웠잖아”
“그건 맞지”
“크, 인정하는 건 또 뭐야.”
“하, 우린 너무 시끄러워…”

들어와서 시간이 한참 지났다. 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는 건 재미가 없었지만 하는 모습은 멋있었고 평소에 작곡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신기했다. 그런 날 흘긋 본 지훈이 오빠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신기하냐?”
“응! 너무 신기하잖아.
음을 가지고 노는 게 꼭 마법사 같아!”
“넌 초딩 같다.”
“그래? 히힛”
“많이 심심하지? 그래, 내가 심심할 거라고 했잖아.
작사라도 해볼래?”
“어… 그래도 돼?”
“어차피 큰 문제는 안 생겨. 해볼래?”

“응! 무슨 곡인데?”
“곡이라고 하냐. 보통 노래라고 하는데.”
“곡이 뭔가 더 있어보이잖아?”
“몰래 듣지 마요, 라는 곡인데.”
“와… 역시 자체제작돌!”
“완성곡은 아니야. 수정 보려고.”
“난 완벽한데!”
“거의 다 스케치 되어있네.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
“세세한 부분만 좀 봐줘”

“살다살다 전문가한테 부탁까지 받아보네.”
“지금까지 쓴 리릭스야. 브릿지 한 번 해봐봐”
“하기 힘들 거 같음 안 해도 돼”
“아니아니? 할 건데?”
“하…고작 2줄만 쓰면 되는데…”
“엄청 어렵다. 학교에서 개사할 땐 쉬웠는데”
“작사랑 개사는 다르니까.”
“…그지. 아, 방해해서 미안. 조용히 짜져 있을게.”
“어”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아, 이걸로 가사를 써도 되겠다. 몰래 듣지 마요 라는 곡은 헤어지고 나서 다시 잡고 싶지만 직접 그녀를 잡지 못해 노래라도 전한다는 그런 느낌의 곡이니까. 화자가 헤어지고 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괜찮겠다.
‘지금 와서 대체 내가 뭐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대신 이제로 고치자.
‘우리 함께였던’
현재를 인지하면서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화자. 앞뒤 따지지 않고 함께였던 그날을 그리워하니…“무작정을 넣을까 말까…”
“앞에 넣을 거면 넣어. 괜찮네”

“뭐야, 안 보는 척 하면서 다 보고 있었지?”
“어”
“이 씨…”
“욕 많이 쓰지 마. 별로 안 좋아”
“예에~!”
“한 줄만 더 쓰면 되네.”
“음… 여기 서 있어 어때?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니까 언제든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거지.”
“나의 그대를 붙이는 건 어때?”
“오올~ 역시! 뒤에 붙이자. 여기 서 있어, 나의 그대.
괜찮다. 나 이거 썼으니까 작사에 내 이름도 올려줘”
“회사에서 좋아라 하겠네.”

“치, 예쁜 말로 해주지.
넌 숨기고 있는 애라서 이름 공개하기가 어렵다, 라고”
“어, 들었다고 치고. 공부하느라 피곤할텐데 가서 자.”
“피곤한 건 오빠 같은데.
다른 오빠들은 다 자는데 오빠만 작업하고 있잖아.
쉬엄쉬엄 해.”
“고마운데, 뒤에 쿵쿵대는 소리 안 들려?”
“쳇. 딴지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잘 걸어.”
“나 녹음할 때 구경가도 돼?
다른 작곡가님한텐 내가 부탁할게.”
“범주 형 말하는 건가. 그리고 아직 곡 다 안 나왔어.
8개 나와야하는데 이제 두어 개 나왔거든”

“왜 구경하고 싶은데?”
“신기하잖아! 나도 해보고 싶지만
평생 안 될 걸 아니까 구경이라도 해보게!”
“…녹음 해보고 싶어?”
“응! 정확하겐 노래를 불러보고 싶은 거야”
“TV 나오고 싶은 거 아니냐?”
“아니야… 나 관심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얼굴 공개하는 거에도 비관적이고.”
“너 내일 시간 비지? 내일 공부 계획이라도…?”
“내가 스케줄 있는 날도 있었어?”
“내일 노는 거네. 알았어, 들어가서 자.”

“오빤?”
“난 3시까지~”
“3시엔 진짜 들어가서 자.”
“걱정 돼?”
“당연하지! 늦게까지 스케줄하고 와서 하는 게 작업인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알았어, 알았어. 아, 네 폰으로 노래 보냈거든?”
“왜?”
“작사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
가사 들어갈 곳도 정하고, 가이드도 붙이고”
“아아…”
“가이드는 제 2의 작곡이야.
그러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서 정해줘.
정하면 다시 보내주고”
“응!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게.
언제까지 해야해?”
“네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내일까지 만들어야지, 지훈이 오빠 놀래키게”
“그럼 잘 자, 장여주”
잔다고 말하자 13명 모두가 ‘잘자!’하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굿나잇 인사를 듣는 게 기분이 묘했다. 심지어 하나 같이 내게 소중한 사람이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