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보기엔 조금 그랬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엔 달달한 한 때를 보내는 남매로 보는 것 같았다. 뭐, 나야 손해볼 것도 없으니까. 좋은 관계로 보인다니 다행이다. 그리고 좋아보이는 관계가 실제였으면 좋겠다.
“이제 진짜 가려던 곳 가려는 거지?”
“응, 어디 갈 거 같아?”

“이지훈이 숙소랑 연습실 빼면 제일 많이 있는 곳”
“이불만 있으면 거기서 산다고 해도 믿을걸.
아니, 걔가 거기 몇 시간 있는 줄만 알아도 믿겠다.”
“오빠 작업실 가?”
“대박이다… 나 완전 가보고 싶었는데”
“왜 가고 싶어했는데?”

“막 그런 띵곡들이 나온 곳이잖아!
오빠한텐 그냥 집 같아서 되게 대단한 곳인지 모르지?”
“그게… 딱히 대단한 곳은 아닌데”
“약간 성지순례 느낌으로다가…”
“성지순례래”
“근데 가서 뭐하게? 교복까지 입혀놓고”
“녹음하러 가”

“나… 노래 녹음하러 가는 거야?”
“눈치 빠르네, 장여주.”
“가서 확인해, 네가 뭘 부를 건지는”
“응!”
“들어가자, 여기가 내 작업실이야”

“응”
“뭐가 그렇게 눈에서 불이”
“안녕하세요!”
“아, 이 아이가 그… 여주라는.”
“네, 어쩌다보니 같이 살게 됐어요”

“노래 한 번도 안 들어봤지?”
“네, 안 들어보긴 했는데…
그냥 못 부를 것 같진 않아서요”
“솔직히 말해. 너 여주가 해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온 거지?”
“…아니거든요. 그냥…”
“됐어, 여주 목소리 예쁘네.
녹음하면 예쁘게 나올 거 같은데?”
“감사합니다. 근데… 저 진짜 딱히 녹음할 것도 없는데…”
“일단 들어보고요.
노래를 못 부르는데 녹음을 할 순 없잖아.
물론 보통이라도 녹음은 해볼 거긴 한데”
“근데 갑자기 노래를 불러요? 무슨 노래를요?”
“잠시만”
“편하게 불러. 네가 가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못 불러도 돼”
“그래도 전문가들 앞인데…”
내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태양의 후예≫에서 나온 ‘You're my everything’. 지나가면서도 듣고, 내 플레이리스트에도 있어 자주 듣는 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가사를 알고, 부를 줄 아는 노래.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세븐틴 노래를 이기는 노래지만. 뭐, 내가 세븐틴만 좋아하란 법은 없지 않는가
“바람처럼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길 바래요
보처럼 먼저 말하지 못했죠 할 수가 없었죠
당신은 나의 모든 것♫”
“잘 부르는데”

“그러게. 그거 뿐만 아니라 나이답지 않게 감성도 있고…”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니까”
“나름 스타성이 보인다”
“저기… 할 말 있으면 하셔도 되는데…”
“2절도 불러볼래?”
“아… 제대로 부를까요?
방금은 그냥 흥얼거리던 거여서…”
“응, 녹음실 들어가서 제대로 불러봐”
“2절만… 부르면 될까요?”
“응, 2절에 고음 부분도 있으니까."
“목소리가 되게 예쁘다”
“감사…합니다”
“그… 지훈이가 너한테 들려준 곡 있지?”
“몰래 듣지 마요, 라는 곡이요?”
“그거 브릿지만 해볼게. 브릿지라는 말 알아요?”
“2절 끝나고 나오는 부분이요.
근데, 제가 작사한 부분인데…”
지훈이 오빠는 좋다는 뜻의 짧은 이모티콘만 보내왔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석민이 오빠의 파트로 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부르게 될 줄이야.
“알아, 지훈이한테 들었어. 한 번 불러볼래요?”
“네, 알겠습니다”
“와… 여주 생각보다 잘 부르는데? 형보다 나은 듯”
“그 형이 나야, 슈아야”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지훈이 오빠
“둘 다”
“둘 다 나름 보컬인데…”
“연습 좀 하란 얘기야”
“하하… 괜찮았나요?”
“레슨 받아본 적 없죠”
“네, 없어요.”
“타고난 거 같은데.”
“칭찬 감사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내 마음 속은 본격 혼란의 장이다. 타고난 건 보통 유전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이 노래 실력도 유전이란 건데. 그 뭐 같은 부모가 내게 남긴 게 또다른 게 있었단 말이 되지 않는가. 남겨 받은 게 싫어서 이름까지 예명으로 쓰는데. 이걸 좋아해야해, 싫어해야해.
“형, 나랑 잠깐 얘기 좀.”

“어? 어…”
“무슨 일 있나…”
“그러게. 근데 여주 너 진짜 잘 부른다.
승관이가 널 가르쳐준다고 했잖아”
“응, 저번에 말했지”
“근데 너 레슨 받으면 부승관보다 더 잘할 거 같은데?”

“에? 그 정돈 아니야.
그리고 그런 말 하면 나 캐럿들한테 죽을 거 같은데…”
“노래를 잘 부르느냐, 못 부르느냐는
주관적인 거 아닌가? 음… 아닌가?”
“왜? 나도 네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가수할 생각 있어?”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진심은 하고 싶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네가 진짜 원하는 건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노래를 부름으로써 너의 영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영혼까지 치료해줄 수 있을 거라고.
“딱 봐도 하고 싶어하는데. 왜 하기 싫다고 말한거야?”

“얼굴 공개하는 게 좀…”
“왜 그러는데. 대체 왜 그렇게까지 감추려고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