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30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여보세요? 김진우 님?”
photo

“어어? 그 여학생?”

민혁이 집에 가는 길, 택시를 무료로 태워주시고 5만원까지 쥐어주신 택시 운전사. 내가 알기론 택시 운전사들도 형편이 어렵다는데…

“네, 그 여학생이에요. 혹시 지금 어디세요?”

“삼성동 쪽이야. 왜 그래요?”

“헐! 저도 지금 삼성동 쪽이거든요! 혹시 식사 전이시면…”

“학생이 밥 사준다고 해도 안 얻어먹어요.”

“에이~ 모르는 척 받아주시면 안 돼요?
저 지금 되게 잘 됐거든요”

“음… 알았어요. 어디로 갈까요?”

얻어먹어주실 거면서 괜히 튕겨주시긴.

“삼성 힐스테이트 2단지 쪽인데, 이리로 와주실래요?
제가 맛집 알아놨거든요”
photo

“알았어요, 곧 봐요”

전화를 끊고 그를 기다렸다. 석민이 오빠 말을 듣기 잘한 거 같다. 명호 오빠가 걸쳐준 코트가 한 역할했다. 안 입었으면 진짜 얼어죽을 뻔.

“저 여깄어요!”

내 주변에서 계속 빙글빙글 도는 택시에 내가 손을 들어 표시한다. 꾀죄죄했던 여학생이 노란색으로 염색까지 하고 옷도 샤랄라하게 입으니 못 알아볼 수밖에.

“허어… 학생 엄청 예뻐졌다.”

“감사합니다. 아저씨도 잘생기셔졌네요”

“립서비스를 받을 줄이야.”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고마워요, 학생.
아, 근데 내가 계속 학생이라고 불러도 돼?
염색한 거 보니까… 학교는 안 다니는 거 같은데”

“아, 네. 여주라고… 불러주세요.”

“응, 여주야. 어디로 갈까요?”

여주야,라니. 한 달 동안 지겹게도 들었는데 괜히 기분이 몽글몽글하다.

“가까워요.
여기서 100m 직진에 우회전하면 바로 나와요.”

“오, 생각보다 가깝네. 출발할게”

“넹~”

10분 정도 지나자 내가 의도했던 거리에 도착했다

“뭘 좋아하실 지 몰라서
모든 메뉴가 있는 거리로 인도했어요”
photo

“아… 여주는 뭐 좋아해?”

“가리는 게 없긴 한데. 우리 저기로 가볼까요?”

곤란하실까 삼계탕 집을 가리킨다. 날씨가 싸늘하니까 따뜻한 국도 괜찮을 거 같다. 그리고 나이대가 조금 있으신 기사 분께 나쁘지 않은 메뉴인 거 같고.

“그러자!”

그리고 실패는 아닌 거 같다. 삼계탕이면 2인분에 3만원이니 딱히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다. 기사 아저씨 입장에선 내가 학생이니 부담스러우려나. 망설임 없이 수저를 드는 걸로 보아 부담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제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photo

저녁을 먹고 그의 택시를 탔다. 나 때문에 몇 시간 동안의 수입이 없었을 테니까. 녹음실로 향하는 동안, 순영이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

“나 이제 가려고. 왜?”

“우리 녹음 끝났거든. 집으로 오라고.”
photo

“아, 그래? 8곡 다 한 거야?”

“설마. 어떻게 하루만에 다하겠어.
내일도 하고, 모레도 하고 그런 거지.”

“잠시만, 나 택시 타고 있어서
목적지를 바꿔야할 거 같아.
원래 목적지가 녹음실이었거든.”

진우 님에게 세븐틴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주소를 알린다. 그 주소가 아파트는 아니지만 진우 님은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하여튼, 나 다음에는 안 갈거야”

“오늘도 오라곤 하지 않았어.
네가 신기할 거 같다고 해서 오는 걸 허락한거지.
안 오고 싶으면 얼마든지 안 와도 됩니다~”

“그래도 오늘 엄청 신기했어.
특히 지훈이 오빠가 코칭해주는 게 많이 멋있더라”

“…나는”
photo

순영이 오빠가 칭찬을 받고 싶다는 건지, 나한테 인정을 받고 싶다는 건지. 노래 잘 부르는 건, 랩 잘 하는 건 이미 캐럿들한테도 인정을 받았잖아.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하지만 순영이 오빠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좀 해줄까.

“어후~ 너무 멋있었지. 오빠가 본래 하는 건 춤이잖아.
근데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다니 난 좀 놀랐다?”

“냐하, 역시 나란 존재는.”

순영이 오빠도 나만큼이나 자존감이 높다. 그것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그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가 날 생각하듯이 내가 그를 생각한다.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럼 집으로 오는 걸로 알고, 전화 끊을게”

순영이 오빠의 말에 급하게 그를 말린다

“집에 갈 때까지 통화해주면 안 될까?”

왜 그렇게 부탁했는지 몰랐다. 그냥 그의 목소리가 계속 듣고 싶었다. 그 특유의 잔잔하지만 흥분해있는 역설적인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 거 같아?”
photo

그에게도 목소리는 소중한 것이기에 1시간 이상 동안 말하면 조금 벅찬 모양이었다. 다행히 그리 멀리 온 게 아니었다.

“얼마 안 걸려. 플레디스 본사에서…
한 10분 거리? 한 40분 정도 걸릴 거야.”

“그 정도야 뭐. 무슨 얘기 할건데?”

“그냥 솔직히 오빠 목소리 듣고 싶었어”

“그럼… 내가 40분 동안 말할게.
오디션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목소리 아껴.”

“세븐틴은… 컴백 얼마 안 남았잖아”

“40분 이야기해서 나빠질 목 상태라면
오늘 녹음도 안 했어. 그러니까… 그냥 내가 말할게.”

무게감 있는 분위기였다. 이어폰으로 흐르는 그의 목소리도 진중했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할 건지 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