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음! 너 오늘도 밥 안 먹으면 죽일거야!”

“먹을거야!”
팬덤 이름은 뭐로 하지? 소속사 들어가면 공식 로고 같은 것도 만들어주던데. 응원봉 디자인은 나도 참여해볼까? 공식 색은 내가 좋아하는 코랄색 계통에서 골라야지.
괜히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침대 속에서 뒤척였다. 내가 좋아하는 코랄색 털이불을 얼굴까지 덮자 코끝이 간지러웠다.
“…헤”
뭐, 몇 개월 전만 해도 자기 방이었니 이해할 수 있었다. 찬이의 향수 향기는 소년과 어른 그 사이에 있는 것 같은 향이다. 순수하지만 듬직한 향이다. 참, 자기랑 잘 맞는 향을 골랐다.
설마 향수 고르는데 전문가를 동행하지는 않았겠지? 여전히 그들은 내게 미지의 영역의 존재라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장마으으으음!”

행복한 한숨을 푸욱 쉬고는 이불을 젖혔다. 어젯밤 잠든 동물 털 잠옷 그대로였다. 이불과 구분이 거의 안 가는 옅은 코랄색으로 모자에는 귀까지 달려있는 잠옷이다.

지훈이 오빠가 하는 쇼핑 방법대로 지혁 님께 부탁해봤더니 이런 잠옷을 구해주셨다. 보통 실내복과 잠옷, 외출 사복, 스타일리스트 분이 코디해준 옷이 다 제각각인데, 실내복과 잠옷까지 다르게 입는 이유는 그거 딱 하나였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그들도 당연히 남자였고, 그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나만 불편했다. 그들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런데 오늘은 갈아입는 게 너무너무 귀찮아서 갈아입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우와…”
“나 다시는 이거 안 입을래”
“왜? 귀여워. 입고 있어도 되는데.”
“음중 가야지… 빨리 준비해. 나 놀리지 말고”
“네에, 그럴게요~”

“천천히 먹어. 우리 준비하려면 좀 더 걸리니까”
기계적으로 시리얼을 퍼석퍼석 씹으면서 오늘 올 지민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몇 살인지 물어볼걸. 나이 비슷하면 친구 먹고 싶은데.
그래도 내 팬이라고 하니까 애정이 생겼고, 먹는 내내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센 현타의 시간을 보내야하긴 했지만…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단정한 옷차림으로 딱 봐도 설레보이는 고등학생 한 명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지민이구나.
“마음이 언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 팬이라서”
“괜찮아요. 앞으로 안 그러면 돼요.”
“앞…으로요? 우리 앞으로 만날 수 있어요?”
“우리 장소를 좀 옮길까요?”
“아, 네! 어디가 좋을까요?”
“어차피 리허설도 했고… 몇 시간은 기다려야하는데,
이 참에 1:1 팬미팅 하죠, 뭐. 카페로 갈래요?
제가 살게요”

“어, 언니… 나 진짜 너무 설레요”
“그거 나 맞춘 거에요, 아님 지민 양 취향이에요”
“둘 다? 아, 그냥 지민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그럴게요. 아, 앨범 싸인 해드려야하는데!”
“전 이미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살아서 더 멋진 일을 해줘요.
지민 양이 제 첫 팬인데, 특별 대우 좀 할까요?”
“어어… 제 친구들 다 언니 좋아하는데?”
“헐, 진짜요? 그럼 제가 처음 만난 팬이라고 해두죠.
팬클럽이 없어서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어요”

“빨리 만들어주세요… 현기증 나요, 진짜”
“싸인, 싸인…! 저 사진도 찍어주세요…”
그걸 감추기 위해 서둘러 앨범 위에 싸인을 했다. 필기체의 Maeum Jang을 기본으로 만든 싸인으로 글씨의 곡선을 조금 더 우아하게 만들었다.
“감사해요… 나 진짜 울 것 같아”
“…저도요”
“언니가 왜요…?”
“그냥… 고마워서? 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너무 기뻐…”

“울면 나 탈덕할거에요”
“…ㅇ,어”
“울지 마요. 언닌 웃는 게 더 예뻐요”
“칭찬 고마워요”
“…사실 울어도 탈덕 안 해요.
달래려고 극단적으로 한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