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 이러시면 저 나중에
남친은 어떻게 사귀죠~?”

“그런 용자가 등장하지 않을까.
너 정도면 그런 용기는 있어야지.”
정연이도 꽤 고생하겠네. 아, 승철이 오빠라 괜찮은가. 어느새 나는 정연이와 승철이 오빠가 나란히 서있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럴 용자가 과연 있을까 무섭네.”
“너 성인 되면 연락하는 시간 조금 늦추지, 뭐”
“음… 오빠들. 나 할 말 있어.”
“오빠들 생각보다 나 많이 컸어.
처음 만난 마음이는 이미 이렇게나 컸다고.
걱정도 조금만. 오빠들 걱정은 나를 숨막히게 해.”
“걱정은 너무 고마워.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나도 좋았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줬으니까.
그런데… 가끔은 풀어주기도 해야한다고 생각해.
이런 말 해서 정말 미안해, 오빠들”
“마음아,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어…”
충분히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정말 착했다. 아니 착하기보단 이해심과 배려심이 넘쳤다.
“앞으로는 조심할게. 미안해, 마음아”
“나도 앞으로 더 조심할게. 걱정 늘 고마워.”
“어, 마음이 귀걸이 했어.”
“우와, 체리 모양이야”

아 진짜 윤정연. 승철이 오빠한테 많이도 빠져있었구나. 친구 첫 귀걸이를 짝남 별명 모양으로 추천하다니.
“윤정연이 골라줬는데.”
“정연이가? 그럼 귀 뚫으러 둘이 갔어?”
“오빠들 저녁 먹었어?”
“응, 마음이는?”
“6시 넘어서 못 먹을 거 같아. 나 들어갈게~”
“아, 샐러드라도 먹을까?”
“아니야. 네가 안 먹으면 안 먹는 거지.
근데 들어가서 뭐하게?”
“대학 원서 쓰려고~ 자기 전에 다시 나올게,
굿나잇 인사하러.”
“혹시 중간에 들어가도 되는 부분~?”

“노크만 하면 얼마든지.”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책상에 앉았다. 은은한 독서등도 키고 학교에서 받아온 대학원서를 책상 위에 놓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해야하는 건가.
방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노크 대신 입으로 노크하는 사람이 있었다. 캐럿 몇 개월에 같이 산 것만 3개월이라 목소리만 듣고 맞추는 건 일도 아니었다.
“들어와~”
그런 오빠를 눈치채고 한숨을 푸욱 쉬며 말해주었다.
“아직 결정 못 했어. 뭐 어떡해야할지 몰라서.”
“연세대…가고 싶다며. 거기 쓰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다른 곳도 써야할 거 아니야.
대학 원서 6개 쓰는 거거든.”
“아아… 그럼 그냥 아무 데나 써!”
“아무 데나 쓰기도 그렇잖아.
다른 데 붙어버리면 어떡해…”
심지어 성적이 낮아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면 내 수능 성적이 너무 아까웠다. 정한이 오빠는 내 말을 듣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근데 다른 데 붙어도 너 환영 받을 거 같은데?”

정한이 오빠는 내가 귀여운지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수능 만점에다 인기 있는 신인 가수. 뭐 더 필요해”
본래 사실보다 몇 배는 더 부풀리고 일단 칭찬부터 하고 봤다. 이러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자만하게 되는데.
“뭐, 그게 아니라도 마음이는 어딜 가도 뭐든 열심이라
시험 성적도, 동아리도 씹어먹을 것 같기는 한데.
학생회장에도 마음이 있으신가요, 마음 씨?”
“그런 말 해줘서 고마워.
오빠 덕에 자신감이 좀 생겼어.
아, 근데 등록금은 어떡하지…?”
뭣 같은 돈이라 많이도 원망했지만 돈은 세상이 돌아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돈이 없으면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했고, 그런 생활습관이 몸은 아니지만 머리에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세븐틴의 말대로 이제 그럴 필요 전혀 없는데도.
“PD님이 어련히 알아서 안 해주시겠다”

“아니 그래도…”
“놀랬어? 귀엽다, 진짜.”
“아, 정한이 오빠. 나 놀리지 마”
“우리가 네 보호자인 거 알지?
승철이랑, 슈아랑, 나랑 네 보호자더구만.”
큰일이 생겼을 때 연락하는 사람들이라고밖에 말 안 해줘서 편하게 3명의 이름을 불렀었는데, 정한이 오빠 말에 따르면 보호자가 생각보다 큰 일을 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대학 등록금 정도는 내줘야지.
하고 싶은 거 말릴 생각 전혀 없으니까.
오히려 더 지원해주고 싶으니까.”
“연세대 엄청 비싸, 오빠… 한 8백? 할걸…”
“세븐틴 돈 많이 벌어요, 마음아.
그리고 네 등록금이라고 하면
안 내줄 사람 아무도 없거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도 네 걱정 줄여볼게.”
내가 그들 앞에서 진지하게 말한 적도 없었고, 걱정이 갑자기 뚝 끊기자 부탁한 내가 불안해질 정도로 그 때는 아직 연약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 의사를 표현했고, 그들은 내 마음을 존중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나에 대한 걱정을 줄여나갈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고 오래 걸릴지라도 중간에 포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나 사랑 받고 지낸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나를 아예 밖에도 못 나가게 할 정도 같다. 사랑에는 늘 걱정이 함께 동반되니까. 거대한 사랑에는 거대한 걱정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이제 알았어…?”

사랑이란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고, 울리기도 했다.
“마음아…”
“오빠…”
“예쁘다, 우리 마음이.”
“그런 얼굴에다 그런 눈빛으로
그런 달달한 대사 치지 마시죠…”
“왜, 설렜어요, 마음이?”
아마 캐럿들은 이런 면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할거야. 오빠들이 남자친구 이미지이긴 하지만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네…”
“원서 어디 낼 지 정했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2개 남았네. 나머지는 더 알아보고?”

“응”
“그래, 그럼.”
“오빠 웃음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 좋더라.”
“그럼 많이 웃어야겠다.
우리 마음이 기분 좋게 하기 되게 쉬워서 좋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여자친구 사귀면 여자친구 매일 하루같이 녹아내리겠다.
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축복 받으셨어요. 정한이 오빠에게 사랑 받는다는 건 그 어떤 사람보다 행복해요.
“마음이, 이때까지 웃은 것보다 더 많이 웃어야해.
그래야 나도 행복해지니까.”

그는 나의 태도가 고마웠던 모양인지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