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고 아름다운_1편
© 2023 방탄내사랑 All right reserved어린아이들 모두가 놀러 가는 즐겁고 행복한 어린이날. 아이들은 각자 부모님의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며 즐거운 어린이날을 즐기러 각자의 길을 향한다. 그 시각, 누구도 없이 조용할 것만 같았던 놀이터에 여자아이 한 명이 그네를 타고 끼익 소리를 내며 혼자 외롭게 앉아있었다. 그곳에는 끼익거리는 그네 소리와 쓸쓸한 아이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하 호호거리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는 자신의 가족을 생각한다. 못하는 게 없어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5살 차이의 오빠, 항상 회사 일이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빠와 진정한 오빠 바라기인 엄마. 그 사이에 걸림돌처럼 태어나 버린 아이.
아이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실수'로 이 세상에 나와버린 아이를 저런 풍선까지 사주며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지 않을뿐더러, 이런 날에 아이가 혼자 집에서 나와 무엇을 하든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이런 세월이 계속되자 모든 일은 오로지 오빠의 중심으로 돌아갔고, 아이의 의견 따위는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 아이에게 자신의 공간이란 조그마한 방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형식적인 방에 불과하였고 어린아이의 방 안에는 침대 하나와 책상, 옷장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곳은 아이가 집에서 숨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만약 아이가 조금이라도 부모님과 오빠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생기면 손찌검하거나, 회초리를 맞는 정도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버림받는 것보다 이렇게 사는 게 훨씬 나으니까. 그런 아이에게는 '가족'이 있었지만, '가족'이 없는 것보다 더 아팠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나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깊이 파고 들어 곪아졌다. 가족의 따뜻한 온기와 사랑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마냥 해맑게 걸어가는 아이마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지만 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그 아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너가 저런 행복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너에게 저런 행복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행복... 아이에겐 이 행복이란 말이 꿈만 같은 단어였다. 만약 누군가가 아이에게 꿈이 뭐라고 물으면 '행복해지고 싶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만큼 평범한 아이들에겐 일상인 행복은 아이에겐 절실함이었다.
그렇게 밀려오는 슬픔을 감추려고 혼자 모래성도 쌓아보고,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며 시계를 보니 역시나 시간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슬픔과 외로움에서 발버둥 쳐봐도 제자리였다.
그래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할 거리를 찾아 풀이라도 꺾으면서 놀까 싶어 수풀로 향할 때, 수풀 속에서 무언가가 낑낑거리며 앓는 소리가 났다. 아이는 마른침을 삼킨 후, 까치발을 들고서 조심스레 소리가 난 수풀 속으로 가자, 빨간 새가 몸을 웅크리며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새를 좋아해 모든 새 종류를 꿰뚫고 있었던 아이에게도 생전 처음 보는 새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생명체일까? 뭔지 모르겠지만, 생김새가 귀여운 새였다. 한번 만져보고 싶어 손을 뻗어 닿으려는 그 순간, 새가 갑자기 뜨거운 불을 뿜으며 주변 수풀을 모두 태워버렸다. 그 광경에 깜짝 놀란 아이는 뒤로 자빠져 버렸다. 불을 내뿜는 새에 무서워진 아이는 울먹이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려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아이의 어깨를 잡아 멈추었고, 쉿하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갑자기 다가가서 놀라 그런 거야. 내가 도와줄게, 다시 해볼래?"
남자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남자는 주문 같은 문장을 외우더니, 아이에게 말했다.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로시도 네 마음을 알아줄 거야."
"이름이 로시예요?"

"응. 도로시인데, 로시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하거든."
"로시야. 난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조심스럽게 로시에게 닿은 아이는 자신의 손길을 받아주는 로시에 가족들한테도 보여주지 못했던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순수하고 진심 어린아이의 손길에 로시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다.
"까다로운 이 녀석이 이렇게 좋아하는 건 처음보네. 꼬마야, 잘했어."
자신에게 칭찬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 아이는 몇 년 만에 들어본 칭찬에 울음을 터뜨린다. 그동안 혼나고, 맞는 일만 있었기에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웃는 얼굴로 칭찬까지 해주는 남자에 서러웠던 모든 일들이 떠올라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갑자기 서럽게 우는 아이에 남자는 당황했지만, 나긋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었다. 로시도 가까이 다가와 아이의 다리에 붙어 위로를 해주었다.
"울지마, 로시가 네가 슬퍼하는 건 싫대. 무슨 일 때문에 운 건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겠어?"
자초지종을 설명한 여주의 가족의 대한 말을 들은 남자는 자신과 같이 놀자고 하고, 둘은 매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원래 아이들은 웃는 일이 일상에 가득하지만, 여주에게 웃을 일이 가물에 콩 나듯 드물었다. 그동안 여주가 가족이란 이름을 단 사람들이랑 얼마나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을지, 눈앞에 훤하게 보였다. 그런 여주가 자신과 함께 놀면서 세상 해맑게 웃는데, 그 순간 남자는 자신을 옥죄이고 있었던 사슬이 헐거워지면서 풀려나는 느낌을 받았다.
마법사들의 나라, 아스틴 제국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상급 마법사가 바로 남자였다. 모든 마법사의 질투를 한 몸에 받았었던 남자는 그런 시기질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랬던 남자가 한 마법사의 가문을 멸망 시키고 인간들의 세계로 오게 된 사건이 있었으니.

훤칠한 외모에 남다른 피지컬 심지어 자만하지 않은 성격까지 모든 면에서 훌륭한 남자를 질투한 마법사들이 남자에 관한 말도 안 되는 악의적인 소문을 제국에 널리 퍼뜨린 것이다. 그 소문은 바로, 남자가 대대로 물려오는 마법사들의 마법 기밀을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고 그들에게 유출 시킨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였다.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을 들은 대로 믿는 건 사람이나, 마법사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일로 남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몰이를 당하였고, 자신은 결백하다는 걸 주장하였지만, 그 누구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남자는 소문의 시발점인 소문을 퍼뜨린 마법사를 찾았다. 남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사람은 그와 동고동락하며 자라온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였다. 배신감과 분노의 차오른 남자는 친구에게 이런 짓을 한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친구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지만 잘난 네가 재수 없어서, 무너지길 바랐어."
사과를 바란 게 아니었다. 그저 말을 잘못한 거라고, 그런 소문이 퍼질 줄은 몰랐다고 해주길 바랐는데. 그동안 자신이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 남자는 친구이자 배신자인 가문의 씨를 말려버렸다. 그렇게 인간의 세계로 온 남자의 자신의 앞길을 위해 남을 짓밟는 인간들을 여러 차례 보게 되었고, 그는 이제 마법사든, 인간이든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 남자가 조그만한 인간 꼬맹이의 해맑은 미소에 구원 받은 것이었다.
To be continued... 작가 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