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공포증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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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공포증








석진에게 들은 여주의 과거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정국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뭘까. 그래, 역겨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잘못 없는 아이를 미워했을 뿐더러 해를 가하기까지 했다는 죄책감과 자신을 향한 증오가 뒤섞인 죄책감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분노가 올라왔다. 가정폭력, 아동폭력 둘 다 접해본 경험이 없는 정국이었기에 그녀의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랑하던 연인이 죽었다 해도 그 아이는 연인이 남겨준 마지막 핏줄이었다. 그런 그녀를 이런 취급하다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정국은 제 안에서 피어오르는 동정을 느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동정이 아플걸 뻔히 알고 있어서 였을까, 그녀가 불쌍하다, 안쓰럽다는 표현 만큼은 떠올리지 않으려 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자신을 향한 역겨움. 이 두 감정만을 남기려 했다.





" ..형. 나 용서받을 수 없겠죠?.. "





사실 정국이 질투에 눈이 멀었다지만 마음만큼은 여린 정국 그대로였다. 그저 어린 나이부터 센터에 들어와 부모의 품에서 자라지 못한 탓인지 철도 없었고 남의 감정도 잘 헤아리지 못 했다. 그저 자신의 감정만을 알아차리고 행동했다가 후회할 뿐이었다.



팀을 꾸려 형들이 있다해도 뭐하나. 가장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알려줄 부모와 떨어져 지냈는데. 사실상 센티넬과 가이드 자체가 어렸을 때 부터 들어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점을 감안 해 센터에서 교육을 시켜주는 경수가 대다수였는데, 자존심 강하고 낯가림도 심한 정국이 센터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리 없었다.



정국이 처음 들어왔을 시기. 그의 나이는 다섯살이었다. 평소에도 유치원 가기 싫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통에 이 아이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까 걱정되던 참에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까지 시켜준다는 센터의 말에 정국을 보낸 그의 부모였다. 그 때까진 정국의 부모도 몰랐지.





정국이 센터에서 못 나올지는.







그저 평범한 기숙사제 학교처럼 주말엔 집에 오고 평일에나 센터에 머물러 있을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몇주가 되어서도 찾아오지 않는 정국에 결국 삼주만에 다시 센터에 방문한 정국의 부모는 놀라다 못 해 뒷목을 잡고 쓰러질뻔 했다.





" 우리 정국이가 왜 못 나온다는거죠? "



" 센티넬이니까요. "



" 아무리 그래도 주말엔 집에 보내줘야 되는거 아니에요? "



" 반정부군도 일주일 내내 일합니다. 그저 악당을 물리칠 뿐인데 힘들게 뭐가 있다고 휴일을 줍니까? "



" 뭐라구요? "



" 내 말이 틀렸나요? 능력 좀 있는걸로 설쳐대는것도 보기 싫은데 휴일까지 내달라? 이건 양심이 없는거죠. "



" 저기요!! "



" 용건 끝나셨으면 가보시지요? "



" 이럴거면 우리아들 여기 안 보냈어!! 내 놔!! 우리 아들 보내달라고!! "



" 아.. ㅋㅋㅋㅋ.. 골 때리네, 이 아줌마. "



" 뭐요? "



" 센티넬이.. 센터에서 영웅놀이 하면서 매달 걷어가는 세금이 얼만줄은 알아? 그 돈이라도 가져갔음에 감사해야지. 이게 무슨 민폐야? "





끌고 가. 라는 한 마디에 센터 경호원들이 정국의 엄마를 끌고 나갔고, 그 일을 보고나서 정국은 낯가림에 유치원을 빠지는게 일상이었다.



침대에 누워 밥도 몇숟갈 먹고 남겼을 뿐더러 아침, 저녁은 매일같이 걸렀다. 보다못한 센터에서 억지로 먹이려 해서 겨우 한 두끼 먹으며 살아가던 그. 남들보다 훨씬 적게 먹는 그였기에 그가 먹는 메뉴엔 영양소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있었다. 최대한 적은 양으로 많은 영양소를 채워넣으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못 해 버텨가던 정국의 숨통이 트이게 된 건, 그의 형들의 공이 컸다.





센티넬이든 가이드든 일반인이든 사람의 형체만 보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꺼리던 그에, 곤히 잠들면 센터인들이 몰래 와 가이드 앰플을 수액으로 꽂아주며 겨우겨우 버텨가던 그는 초등학교 입학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대론 안되겠단 심산이었다.



바글바글한 사람들에 적응 못 하고 혼자 있는 정국을 본 아이들이 조금씩 다가왔지만, 아직 인간관계에 서툴었던 정국은 내치기 밖에 할 수 없었고 그에 기분 나빠진 아이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그렇게 혼자 자라온 정국은 성격이 삐뚤어질 수 밖에 없었고, 점점 문제아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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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밥 먹듯이 빠지고, 하고 있는짓이 나쁜 짓인지, 왜 나쁜 짓인지, 왜 자신에겐 친구가 생기지 않는건지. 그런 심성에 점점 뒤틀려가던 정국을 말려준게 지금의 형들이었다.



처음엔 경계하던 마음이 자꾸만 풀려갔고, 어느새 이들은 많이 친해져 있었다. 어느새 이들은 정국의 마음 속 깊은 곳 까지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정국에게 가족,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였다.



항상 정국의 마음 속엔 형들과 희연, 7명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속에 여주까지, 총 8명이 들어차는 순간이었다.














눈에 띄게 미안해하며 시무룩해진 제 동생이 안쓰러워졌다. 아무리 더 오래 알아왔고 그만큼 소중한 여주를 다치게 했다지만, 정국 또한 수년간 함께 해온 팀원이자 제 소중한 동생이었으며 여주의 사정 못지 않게 불쌍한 사연을 가진 정국을 석진도 알고 있었기에 쉽게 내칠 순 없었다.





" 정국아. "



" 네?.. "



" 내가 말했듯이 여주는 어렸을 때 부터 봐 온 소중한 동생이야. "



"..... "





석진의 말에 정국이 고개를 숙였다. 정국의 자그마한 트라우마였다. 센터 사람들은 서로 어렸을 때 부터 부대껴온 경우가 대다수인데다가 새로 왔다면 서로서로 관심갖고 챙겨주며 친해지는 경우가 다 였다. 그런 센터에서 왕따란 찾아보기 힘들었다. 등급제가 있더라도 낮은 등급은 그 수가 많았으니 서로서로 어울렸었지.



하지만 정국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있는 지인도 친한 사람도 팀원이 다 였다. 그랬기에 정국은 서로에게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멤버들이 호감을 보인다면 견제했고 경계했으며, 멤버들이 자신보다 그 사람을 더 좋게 보고있다 싶으면 괜히 혼자 불안해져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선 먼저 자리를 뜨곤 했었다.



그런 정국이 걱정된 형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낯가리던 그 때로 돌아가 고개만 설레설레 젓고선 방으로 들어갔고, 영문도 모르던 형들이 자신보다 남을 좋다하는게 싫다는 정국의 이야기를 듣곤 걱정하는 마음에 정신병원에 데려가도 봤다. 결과는 무언가를 향한 집착과 인간관계로 인한 트라우마에 의해 생긴 애정결핍. 이게 심해지면 특정 경우에 공황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였다.



그 후로부터 멤버들은 정국을 우선시 했고, 뭐 좀만 하면 우리 막내 우쭈쭈를 시전했다.





" 전정국. 끝까지 들어. "



" 저, 목이 조금 마른 것 같은데, "



" 정국아. "



" ...형, 저 좀 피곤해서. 다음에 다시 얘기 해요. "



" 전정국. "



" 잘자요. "



" 멈추라고 했어. "





문을 향하던 발걸음이 석진의 차가운 음성에 막혔다.





" 이제 2시인거 몰라서 그러는거야? "



" 아.. "





그래. 여주가 실려간 시간이 이른 아침. 석진이 숙소로 돌아왔을 땐 점심시간이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정국과 이야기를 오래 한 듯 싶지만, 사실상 길어봐야 한 시간 정도 걸린 이야기였기였다.





" 끝까지 들어, 정국아. "



" ...네. "



" 나한테 여주가 정말 소중한게 맞아. "



"...... "





빠져나갈 구실도 없게 된 정국이, 고개를 푹- 숙이곤 애꿎은 손가락만 괴롭혔다.





" 그렇다고 너가 안 소중한게 아니야. "



"...... "



" 둘 다 내게는 소중한 동생이고, 내가 챙겨줄 동생이야. "



" ...나 이제 밉잖아요. "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



" 내가.. 여주 괴롭혔으니까.. 이제 나 같은건 싫잖아요. "



" 아까도 말 했듯이 너도 내 소중한 동생이야, 정국아. 물론 너가 여주를 괴롭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 "



"...... "



" 근데 너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뭘 잘못했는지 알면 된거야. 용서하고 말고는 여주가 정하는거지, 내가 정하는게 아니야. 또한 그런 이유로 너랑 멀어질거였으면 진작 멀어졌지, 아직까지 왜 너랑 같이 다녔겠어? "



" 그래도 여주는 형한테 소중한 동생, "



" 너도 그래. "



" 네?... "



" 너도 똑같이 소중한 동생이라고. "



" ...그래도 이젠 싫잖아요.. "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



" 그야.. 저보다 여주를 더 오래봤고.. 난.. 나쁜애니까.. "





풀이 죽어 꼼지락거리며 말하는 정국에, 석진이 생글생글 웃던 표정을 지우곤 한숨을 폭- 내쉬었다. 뒤늦게 생각난 정국의 상태에 기껏 진심을 전했더니, 이미 자존감이 떨어질데로 다 떨어져버린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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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가 왜 나쁜애야. 너 착해. "



" ...거짓말. 형들 빼고 다 나 나쁘다고 생각하는건 알아요? "



" 뭐? 누가 그러는데? "



" ...사람들이. "





아, 이런. 생각치도 못 했었다. 이 여린 아이가 그런걸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니. 사실 정국이 센터에서 왕따라는 것 쯤은 석진도 알고 있었다. 어딜가나 정국을 향해 수근대는 시선들이 불쾌했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 참에, 실수 한 정국에게 향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한 번 폭발한 적이 있었다.



항상 심했던 수근거림이 정말 클라이맥스를 도달해 있었다. 가볍지만은 않지만 다들 한 번씩 해봤을 실수. 오로지 실수였다. 약간만 스치게 공격한다는 것을 조준을 잘못 해 큰 피해를 입혀버렸다. 그런 정국에게 향하는 시선은, 매우 뜨겁다 못 해 불쾌할 지경이었다.





" 너 전정국 얘기 들었어? "



" 당연하지! 진짜 미친거 아니야? "



" 그 반정부군 신경이 손상돼서 다리 병신으로 살아야된데. "



" 헐, 진짜? 미친거 아냐? "



" 내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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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나 시끄럽네. "



" ㅁ, 뭐.. "



" 남 얘기가 그렇게 재밌나? 누군 실수 안 하고 사는 줄 알겠네. "





그 날 석진에게 말로 털린 그들이었고, 그 이후로부턴 들려오는 말이 없어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저 제 앞에서만 조심한 것일 뿐 정국의 앞에선 할 말 못 할 말 구분 안 하고 다 한듯 싶었다.





" ...시발. "





한동안 죽이고 살았던 살기가 다시 한 번 눈에서 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