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공포증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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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nel Phobia






많이 피곤했던건가, 하는 생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얼마나 피곤했던건지 언제 어떻게 잤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뜨고 흐린 시야가 선명해지자, 내 눈을 의심했다. 어젯밤 잠든 숙소가 아닌 새로운 공간.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이 공간. 우리 집이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는 너무나도 작은 손바닥과 매일 부모님과 자던 커다란 침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밖에 나와보니, 웃고 떠드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 꿈이었다. 엄마는 돌아가셨고, 난 이렇게 어리지 않다. 하지만 너무나도 깨기 싫은 꿈이었다.



천천히 엄마쪽으로 다가갔다.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그 얼굴과 채취, 손길. 여주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저 엄마의 손길이 좋고 잔소리는 싫은 칭찬받고 싶은 한 여인의 딸. 그것 뿐이었다. 누군가의 엄마도, 누군가의 아내도, 누군가의 여친도. 그렇다고 누군가의 누나도 아니었다. 그저 엄마의 사랑이 고픈 어린 아이였다.



...엄마?..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다가가는 그녀. 아아, 왜 못 알아챘을까. 죽고나서 단 한 번을 꿈에 나오지 않던 엄마였는데. 그렇게 괴로울 때 꿈에 나타나 자신을 위로해주긴 커녕 아빠를 말리지 조차 않던 그녀였는데, 옛정이란게 엄마를 믿게 만들었던걸까? 정말 천천히 오랜만에 본 엄마를 향해 다가가자, 엄마는 예쁜 미소로 날 반겨줄 뿐이었다.





" 잘 잤니? "



" 아, 아아... 엄마.. 엄마.. 흐.. 엄마.. "



" 어머,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런데? "



" 엄마, 엄마 맞지? 내 엄마 맞지? 나 안아줄 수 있는거 맞지? 나도 엄마 보고 엄마도 나 만질 수 있는거지? 어디 가는거.. 아니지? "





무서운 꿈을 꿨나 보구나. 엄마였다. 그렇게 자주 맡던 향기도, 웃을 때 예쁘게 휘어지는 눈꼬리도,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도, 볼록한 광대도, 위로 곧게 뻗은 속눈썹도. 나를 어루만져주는 그 손길과 다정하고 따뜻한 말. 우리 엄마가 틀림 없었다. 그래, 다 꿈이야. 석진오빠가 정부에 들어간 것도, 내가 SSS급 가이드인 것도, 팀에 들어가게 된 것도. ....아빠가 날 때리던 것도. 다 꿈이다. 깨어나면 없어질. 그래, 우린 이렇게 화목했다. 그리고 난 확신했다. 우리 엄마라고.





" 네.. 정말 무서운 꿈을 꿨어요.. "



"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정도면 정말 무서웠겠구나. "



" 엄마가 죽고, 아빠는 날 때렸어요.. 석진오빠는 정부로 넘어갔었구요.. "



" 그래? 정말 무서웠겠네. "





팟- 소리와 함께 엄마의 품으로부터 바닥을 나뒹굴게 된 나.







엄마가 날 밀쳐내기 전 까지만 해도. 엄마의품에서 떨어진 나는, 잔뜩 흔들리는 동공으로 엄마를 쳐다보았다.





" ...엄마?.. "



" 그래, 많이 무서웠니? "



" 네.. 근데 다 꿈이잖아요. 전 이제 괜ㅊ.. "



" 꿈? "



" 네... 왜.. 그러세요? "



" 그래, 정말 무서운 꿈이었겠네. "



" 그래도 악몽일 뿐이니 잊어보려ㄱ.. "



" 그런데 말이야.. "





왜 부정하는거야? 내가 죽은게 사실이잖니. 싸늘하게 날 쳐다보며 말하는 엄마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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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마?.. 순간 내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동공이 미친듯이 떨려오고, 그와 비례하게 내 몸도 떨려왔다.



엄마.. 그게 무슨소ㄹ-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짜악- 하는 마찰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대로 내 고개가 돌아갔다.





" ..엄마.. "



" 쯧, 더럽게. 어딜만져. "



" ...... "





스윽- 우리 여주, 아빠랑 놀아볼까? 진득하게 시선을 맞춰오며 말하는 아빠의 눈빛은, 내가 처음 가이드 발현했을 때와 비슷했다. 내 턱을 부드럽게 감싸쥔 아빠가 천천히 내게 시선을 맞췄고, 점점 숨이 가빠왔다. 그 때, 배경이 바뀌고 내 시야에 보인것은..





" ...숙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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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



" 석진오빠.. 그리고.. "





아빠.. 숙소 안 풍경은 아빠와 함께 날 보고있는 석진오빠. 그리고 빈 숙소.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고, 몸이 벌벌 떨려왔다. 그리고 난 천천히 뒤로 물렀다.





" ...오빠, 왜 우리 아빠랑.. "



" 여주야, 우리 여주.. 가이드로 발현했잖아. 오빠도 한 번만 받아보자. 응? "



" ...오빠, "





뭐, 가이딩으로 시작해서 각인으로 끝날수도 있겠네. 씨익- 웃으며 말하는 석진은 예쁜미소와 반대되는 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 오, 오빠.. "



" 응, 여주야? "



" 이러지.. 마.. "



" 내가 뭘? 가이드가 센티넬을 가이딩 하는건 당연한거 아니야? "



" 아, 아니야.. "



" 뭐가 아니야? 가이드인 너가 가이딩을 하지 않는다면, 센티넬인 나는 가이드인 널 지켜줄 의무가 없는 거, 알아? "





말을하며 여주에게 환각을 씌운 석진. 여주가 성인남성을 무서워하는 걸 뻔히 알았기 때문일까, 환각에는 여주의 주변에 남성들이 굉장히 많고, 누군가는 여주의 허리를 지분거리고 누군가는 입술을 훑고 또 다른 누군가는 크고 거친 손으로 여주의 허벅지를 쓸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여주의 고운 머리카락을 휘어잡았고 누군가는 발로 여주의 복부를 가격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피우던 담배를 담배빵으로 여주의 쇠골에 문댔다.



정말 끔찍했다. 우악스럽게 잡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센터장. 손가락 몇 번 까딱거리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지휘하는 센터장이었다. 엄마에 석진에 센터장까지, 믿던 모든 사람의 배신이었다. 그렇게 불안에 떨다가 어느새 환각이 벗겨졌다. 그와 동시에 나의 셔츠를 잡고 단추를 하나 둘 풀어가는 석진오빠에, 단추가 벌어져 훤히 보이는 부분을 붙잡고 뒤로 물렀다. 그러나 오빠는 멈추지 않고 서서히 다가왔다. 시, 싫어.. 하지만 등 뒤에 막혀버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점점 올라오는 공포심에 발작만 일으키고 있었다.









김여주!!! 귓가에 앵앵 울리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