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엄마가 비 안 온다길래 우산 안 갖고 갔었는데 끝나고 집 가려고 나오니 비가 지나다니지도 못 할만큼 우수수 내렸다. 게다가 오늘 난 도서실에서 책 읽고 오느라 지금 이 시간에 집 가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엄마까지 집에 안 계셔서 이 비를 맞고 전철역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내 뒤에서 누군가 날 불렀다.
“저기요.”
“...?”
뒤를 돌아보자 오늘 아침에 그 남자가 우산을 들고 서있었다. 아침에 있던 일 때문인지 그닥 지금 내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사람 같아보이진 않았다.
“우산 없어요?”
“..네”
“전철 타요?”
“네”
“전철역까지 데려다 줄게요.”
갑자기 존댓말을 하질 않나, 아침엔 그렇게 재수탱이로 보였던 사람이 지금은 진짜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침 일이 너무 신경쓰였던 나머지 바로 알겠다고 하진 못했다.
“됐어요, 저 혼자 갈 수 있거든요?”
“근데 왜 아직도 여기있어요?”
“도서실 갔다왔어요.”
“그럼 진짜 안 쓸거에요?”
“...아뇨”
더 내빼면 이 비들을 다 맞으면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 만 같아서 결국엔 우산을 같이 썼다.

“비가 꽤 많이 오네요. 전철역 나가면 혼자 갈 수 있겠어요?”
“네 거기서 부턴 혼자 갈 수 있어요.”
“근데 왜 갑자기 존댓말이에요?”
“그냥요”
“....?”

“다 왔네요. 잘 가고 내일 보죠.”
“네, 뭐..”
그렇게 어정쩡했던 대학교 첫 날에 생활이 마무리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