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빙의글/에스쿱스] 예쁘다

1화 - 뒷모습

봄이었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양여주는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 사실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잃고 있었다.

 

"아니 동아리 박람회가 왜 이렇게 멀어…"

 

투덜거리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 건물 중에서 제일 낡아 보이는 곳 앞에 와 있었다.

여주는 잠깐 멈췄다.

소리가 들렸다.

 

둥. 둥둥. 쿵.

 

드럼 소리였다.

여주는 별생각 없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여주는 자기도 모르게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한 남자가 혼자 드럼을 치고 있었다.

 

뒷모습이었다.

넓은 어깨.

땀에 젖은 셔츠.

박자에 맞춰 까딱이는 고개.

 

여주는 숨을 참았다.

왜 못 지나가지 나.

 

스스로한테 물어봤는데 대답이 안 나왔다.

 

그냥 — 눈을 못 뗐다.

드럼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남자의 팔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쿵.

 

마지막 한 박자.

침묵이 왔다.

 

여주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그 남자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여주는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잘생겼다.

 

여주의 머릿속에 든 첫 번째 생각이었다.

 

두 번째 생각은 —

나 지금 들켰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구경하려면 들어와서 해요."

 

여주는 도망쳤다.

 

정확히는 "아 저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어요 실례했습니다" 라고 말하려다가 말이 안 나와서 그냥 몸이 먼저 돌아서 버렸다.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못 들은 걸로 했다.

 

 

동아리 박람회는 결국 못 갔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뒷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는데.

 

 

 

둥. 둥둥. 쿵.

 

드럼 소리가 귓속에 맴돌았다.

 

"아 진짜 왜 이래."

 

 

 

여주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소용없었다.

 

다음 날 아침.

 

여주는 동아리 신청서를 들고 그 낡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신청서 제목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밴드부]

 

 

"…내가 미쳤나."

 

 

중얼거렸다.

악기도 못 다루면서.

드럼은 당연히 못 치고.

기타도 베이스도 건반도 다 모르면서.

 

근데 손이 먼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었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건 형광등 불빛이었다.

두 번째는 악기들.

세 번째는 —

 

문 바로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였다.

 

"어."

 

 

남자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어제 그 사람이네."

 

어제 드럼 치던 그 사람. 부장이라는 그의 이름은...

최승철.

 

 

오늘은 뒷모습이 아니라 정면이었는데.

정면도 잘생겼다.

 

왜지.

 

여주는 신청서를 꽉 쥐었다.

 

"저, 밴드부 들어오고 싶어서요."

 

최승철이 여주를 위아래로 한 번 봤다.

 

"악기 뭐 다뤄요?"

"…없어요."

"없어요?"

"네."

 

침묵이 흘렀다.

최승철이 뭔가 말하려는 순간 — 안쪽에서 누군가 달려왔다.

 

"야 에스쿱스! 스틱 어디다 뒀어 또!"

 

여주는 순간 멈칫했다.

에스쿱스…?

외국인인가?

 

최승철은 그쪽을 보면서 "야 니가 가져갔잖아" 하고 쏘아붙였다.

여주 눈치를 챈 옆의 부원 하나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 얘 활동명이야. 본명은 최승철."

"아…"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승철. 에스쿱스.

왠지 둘 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최승철이 다시 여주를 봤다.

 

"악기는 못 다뤄도 돼요. 우리 잡일 할 사람 필요하거든."

"잡일이요?"

"응. 할 수 있어요?"

 

여주는 1초 생각했다.

드럼 치는 거 또 볼 수 있을까.

그 뒷모습.

 

"네."

 

대답이 먼저 나왔다.

 

 

최승철이 피식 웃었다.

어제 그 웃음이랑 똑같았다.

 

그렇게 양여주는 밴드부가 됐다.

악기도 못 다루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 뒷모습 하나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