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뒤에 보자.>
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빛날수가 없었다.
나는 , 밝은 해가 아닌 어두운 달이였다.
그녀가 위태로웠다는거 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녀와 나는 좋아함을 넘어 시랑하는 사이였으니.
하지만 그런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지 몰랐다.
나에게 문자 한통이 왔다.
'형 , 누나가 별이 됐어.'
그녀의 동생에게서 온 문자였다.
털썩 ,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핸드폰은 이미 바닥에 뒹군지는 오래였다.
나는 헐레벌떡 일어나 장소로 향했다.
빨리 거짓인 것을 인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 현실이였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있었다.
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런 나를 발견한 것인지 그녀의 동생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어깨를 잡곤 말했다.
"형 , 둘이 사랑했다며. 근데 , 근데 누나가 왜 이지경이 됐어?"
"사랑하는 사람끼리 위로 해 줬어야지!
그녀를 대신해 한 말이였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줄걸 , 좀 더 알아줄걸.
자책했다.
이제야 현실이 실감되었다.
눈물이 불을 타고 주루룩 흘렀다.
오랜만에 목 놓아 울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녀가 나에게 준 선물과.
그녀의 사진들을 하루종일 돌려보았다.
나도 선물 좀 많이 줄걸 , 사진 좀 많이 찍어둘걸.
그녀의 사진이 고작 20장 정도 밖에 안됐다.
20장밖에 안되는 사진을 계속 돌려보았다.
그녀의 선물이 넘쳐났지만.
그녀의 선물은 없었다.
계속 그녀를 그리워하고 , 생각했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온종일 그녀만을 생각했다.
그녀가 내 곁에 있는 동안에는 그녀의 소중함을 느끼지못했다.
하지만 , 곁에 없으니 많이 느껴졌다.
그녀가 미치도록 보고싶다.
그녀가 , 그녀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얼굴이 ,
데이트하자며 애교부렸던 목소리가 ,
내가 좋다며 안겨드는 그녀의 온기까지.
아직도 모든게 생생하다.
하아 , 깊은 한숨이 떨려왔다.
또다시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미치도록 보고싶었지만 ,
나는 그녀를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참 , 이기적이였다.
이런 내가 밉고 한심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멍을 때렸다.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았다.
이러다간 정말 나도 죽어버릴거 같았다.
밥이라도 잘 챙겨먹자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켰다.
달그락 , 수저들이 서로 부딫혀 소리를 내었다.
밥을 한숟갈 퍼먹었다.
얼마만에 먹는 쌀밥이냐···.
며칠동안 물로만 배를 채웠고 , 가끔씩 라면같은걸 먹긴했다.

띵동 , 초인종이 울렸다.
힘없이 일어나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끼익 , 초점없는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동생이 있었다.
들어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천천히 들어왔다.
불을 꺼두어 어두웠던 방을 보곤 불을 켰다.
청소를 안해서 그런지 먼지가 잔뜩있었다.
콜록 , 이래서 기침이 그렇게 나왔구나.
그가 한숨을 쉬곤 입을 뗐다.
형이 죽었어?
"아주 집이랑 몰골이랑 죽은거 같네."
"죽은거나 마찬가지지."
"이렇게 살 바엔 죽는게 나을거 같은데 자신이 없다."
자연사로 죽을때까지 기다려야지.
나의 말을 들은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바닥에 뒹굴던 빗자루를 들었다.
"사람사는 집으로 만들자."
민규형 , 그의 말에 살짝 웃었다.
그래 , 명호야.
같이 청소를 했다.
설거지를 안해서 초파리들이 많이 꼬여있었고.
벌레의 시체들도 많았다.
털썩 , 30분동안 청소를 하고 침대에 앉았다.
이제야 사람사는 집처럼 보인다.
오랜만이네 , 너랑 이렇게 오래있는거.
나의 말에 그가 웃는다.
"감성잡지마 , 형이랑 안어울려."
"ㅋㅋㅋ , 안어울리긴 무슨."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랜만에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거 같다.
"···누나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아니 , 몰랐어. 걔가 그렇게 한순간에 갈 줄은."
"그래 , 가족인 나도 몰랐는데 , 오죽하겠어."
"서유한이 그런건 티 안내잖아."
하아 ,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나는 입을 천천히 뗐다.
"···이유알아?"
"아니 , 어젠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 알았어."
"일기장이 있더라고 , 사실 오늘 온것도 이거 때문이야."
받아 , 공책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천천히 받아들었다.
'서유한' 공책 표지에 이름이 써져있었다.
익숙한 글씨체.
익숙한 이름.
익숙한 , 향기.
공책에서도 그녀의 향이 났다.
한장 넘겼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그녀의 글씨.
탁 , 다시 덮었다.
나중에 볼게 , 눈물날거 같다.
살짝 웃었다.
"그래 , 밥먹으러 갈래? 아주 홀쭉해졌네."
"좋아 , 뭐 먹을래?"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대충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뭐 먹지?

20××년 3월 2일
꿈꾸던 학교를 들어가지 못했다.
재수를 해도 못들어가다니.
나의 머리는 멍청하기 짝이 없다.
내년에는 꼭 성공할거다.
20××년 3월 29일
나와 사이가 안좋았던 친구가 내가 원하던 대학을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걔보다도 안된다니.
허탈했다.
하지만 그래도 , 같은 학교를 안다녀서 불행중 다행인거 같다.
그래 기분도 안좋은데 민규나 보러가야겠다.
20××년 4월 5일
내일은 민규의 생일이였다.
하지만 기분이 썩좋지는 않았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학창시절에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남자애와 결혼을 한다는 연락이였다.
나이도 어린 것들이 , 벌써 결혼을?
이란 생각이 들긴했지만.
나의 친구는 나의 이야기를 잘 알았다.
그가 나를 괴롭혀왔다는 것까지도.
알면서도 뻔뻔하게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내일 결혼한다는 내용의 청첩장을 보내왔다.
나는 시간이 안된다며 거절을 하긴 했지만.
20××년 4월 25일
동창회가 있었다.
그래도 나름 예쁘게 꾸미고 장소에 갔다.
거기엔 사이가 안좋던 친구도 있었다.
나를 보곤 비웃듯이 웃곤 자신을 겉옷을 만졌다.
내가 가고싶던 대학교의 과잠이였다.
인상을 쓰곤 나의 친구를 찾았다.
아참 , 걔 결혼했지.
라며 그녀와 제일 멀리있는 자리에 앉았다.
조금있다가 뒤에서 딸랑하고 누군가 들어왔다.
나의 친구와 나를 괴롭히던 그였다.
"헐 유한이 너 더 예뻐졌다!"
내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옆에 있던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 주먹을 꽉 쥐었다.
"아 맞다 , 나 이번에 울.면.안.대.에 들어갔잖아~"
사이가 안좋던 애가 대학교 이름을 정확히 말하며 나를 쳐다봤다.
"거기 공부 잘해야가는데 아니야?"
친구가 말했다.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참 , 유한이 너는 요즘 뭐해?"
나의 생활이 정말 궁금한건지 아니면 꼽을 주려는건진 모르겠지만 나에게 물어왔다.
"뭐 원래랑 똑같지 , 공부해."
"어머~ 얘 , 너무 공부만 하면 추억이 없잖아~"
사이가 안좋던 애가 말했다.
"너도 울면안대들어가고 싶었다며? 나는 공부 안했는데."
그래 , 자기들 잘난 맛에 사는 애들은 빨리 죽을걸.
20××년 5월 29일
오늘은 힐링 좀 할겸 밖으로 나왔다.
sns를 하다가 좋은 가게가 있어서 찾아왔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글을 천천히 써내려갔다.
그래 민규야 , 1년 뒤에 보자.
20××년 6월 29일
나는 요즘 계획을 세우고있다.
언제 , 몇시 , 어디에서 하늘을 날건지.
나는 조금만 있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잠시 민규집에 들러 민규에게 물었다.
"만약에 , 내가 하늘을 날면 어떨거 같아?"
"하늘? 뭐 스카이다이빙? 안돼 그거 짱 무섭잖아···."
그래 , 무섭긴하다.
20××년 7월 4일
드디어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민규에겐 미안하지만 , 나는 내 자유가 더 우선순위였다.
그래도 민규에겐 1년 뒤의 내가 있으니.
버텨줄거라 믿는다.
우리가족 , 엄마 , 아빠 , 동생 서명호 , 모두 사랑해요.
이게 아마 나의 마지막 일기가 되겠지.
고마웠어요 , 저는 이만 제 자유를 찾으러갈게요.

1년 뒤 , 그녀가 없는 일상에 이제 좀 적응을 했을때였다.
띵동 , 초인종이 울렸다.
서명호겠지하며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우편이요 , 김민규씨 앞으로 편지가 왔네요."
문 앞에는 배달원분이 계셨다.
내 앞으로 편지가 왔댄다.
나에게 편지를 보낼 사람이 있나?
편지를 받아들곤 침대에 걸터앉았다.
부스럭거리며 봉투를 열었다.
민규에게 , 라며 익숙한 글씨체가 있었다.
툭 , 이제야 그녀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는데.
그녀의 편지를 읽으니 또다시 무너지는거 같았다.
눈물이 끝없이 났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편지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저 , 그녀가 보고싶었을 뿐이였다.
'사랑해 , 사랑했어. 자기야.'
💎손팅해주십셔💎
갑자기 새드가 쓰고싶더라구요
오타있어도 넘어가기>_<
(중간에 사진은 친구가 써준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