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다각]

짝사랑 [☆☆☆☆☆]

W.Li Tie








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선 간신히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더 머리가 아픈 느낌이네, 별은 참지 못할 만큼 고통이 심해졌는지 책상에 이마를 살짝 기댄 채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런 별이 걱정되는지, 휘인이 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괜찮냐며 자신이 더 아픈 것 같은 표정으로 울상을 지으며 별을 바라보았다. 별은 당황한 채, 놀란 토끼 눈으로 휘인을 쳐다보았다. 근데, 쳐다볼 힘도 없다. 별은 다시 이마를 책상에 꽁 박았다. 휘인은 굳이 안해도 될 짓을 하고야 만다. 휘인의 임무, 문별이 보건실 데려다주기.



“넌 왜 안해도 될 짓을 그렇게 해.”



“왜. 친구가 아픈데, 어떻게 그래.”



“범생이가, 언제부터 친구 챙겼다고.”



“치, 나 그래도 친구는 챙기거든?”



휘인은 별의 귓볼을 만지며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자신의 속마음도 모르고 무조건 아픈줄만 아는 네가 정말 멍청하면서도 귀엽다. 별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눈을 감았다.



“졸려. 나 자도 돼?”



“어..?”



휘인은 별의 옆에 누워 새우처럼 등을 말았다. 그리곤 별을 자신의 품에 가득 안았다. 하지만, 자기가 안기는 포즈가 되겠지. 별은 심박수가 빨라지는 느낌이 와서 애써 진정시키려고 애국가를 실컷 불러댔다.



“심장소리 빨라.”



별은 휘인에게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휘인은 나근한 목소리로 별의 이름을 불렀다.



“별아.”



“응..?”



“나, 고백 받아보고 싶어.”



“응?”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나도 슬슬 외로워지기 시작하나 봐.”



“뭐라는..”



“근데, 너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진짜, 무슨말이 하고싶은거야 너는. 별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은근 성질을 냈다. 옆을 뒤돌면 금방이라도 휘인을 덮치기라도 할까 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덥지도 않은지, 나에게 따뜻하다고 더 들러붙는다. 별은 은근한 반사로 휘인을 밀어내려 했다.



“저리 가, 더워.”



“너 추위 잘 타잖아.”



“몰라, 나 요즘 더위 타.”



“뭐야. 지금 10월이야.”



“몰라, 잘거니까 건들지 마.”



“으응, 자지 마..”



휘인은 등을 돌린 별을 꼭 껴안았다. 별은 휘인의 알수없는 행동에 어떻게 할줄 몰랐다. 하아-.. 진짜, 이건 잘못 된거야. 이건 이상해.



“야, 저리가라고.. 덥다고-.”



“이따가, 나 좀 재워 줘.”



“..뭐라는거야.”



“집은 너무 어둡고 무서워. 누군가가 없으면, 잠에 못들어.”



“꼬맹이, 겁은 더럽게 많아.”



휘인은 씩씩거리며 별을 안고있던 손을 풀었다. 그리곤 별의 뒷덜미를 살짝 때렸다. 별은 휘인의 대한 알수없는 감정과, 오묘한 이 사이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그게 걱정이고 힘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이 감정이 숨겨질 순 없으니까. 그렇지만 포기는 할 수 없고, 한마디로 패닉이다. 정휘인, 너 때문에. 별은 꼼지락 거리다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새근새근한 소리에 등을 돌려 휘인을 바라보았다. 귀여워, 예쁘다. 별은 휘인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휘인은 간지러운지 꿈틀꿈틀거리며 별의 품안에 들어갔다. 별은 휘인의 입술에 아주짧게, 입을 맞췄다.



“어.. 휘인아. 자는거지?”



휘인은 자는 것 같았으며 별은 휘인의 숨소리마저도 예뻐서 평생 듣고싶을 정도이다. 어색함과, 긴장감이 가득한 이 보건실에선,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



-



별은 책상과 같이 일심동체가 되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별의 폰에서 울린 알림을 보고선 한숨을 푹 쉬었다. 뭐, 놀아달라. 그런 얘기겠지-?



[나 할말있는데, 나와줄래?]



[너네 집 앞에서 기다릴게.]



별은 춥게 입을 휘인이란 걸 아는데, 그래서 그런지 별은 더 빠르게 자신을 기다리는 휘인의 앞에 서있던 것 같다. 휘인은 어느순간부터 갑자기 진지해진것 같다. 항상 자신을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휘인이, 오늘따라 무언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온 것 같았다.



“있잖아.”



“응.”



“나, 고백 받았어.”



“..”



“근데, 나도 어쩔 수 없나 봐. 나도 모르게 받아주더라.”



“너도, 좋은 애인 만나.”



“나, 연애하기 어려울거야.”



“그럴리가-.. 넌, 가진것도 많으니까.”



“나, 여자 좋아하거든-.”



“아..”



별은 씁쓸한 듯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고, 휘인은 뒤돌아서서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은 미간을 찌푸리며 휘인의 작은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아무생각 없이 휘인을 바라보았다. 예쁘다. 매일매일, 이제 앞으로 널 어떻게 대해야할까. 내가 고백을 한다면, 넌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 나와는 다르니까. 그게 두려워서, 나는 오늘도 휘인의 모습을 되새기며 감정을 눌러담기를 반복했다.



-



휘인은 요즘따라 이상해진 것만 같다. 마치, 내가 사랑앓이를 하던 날 처럼? 휘인은 머리가 뜨거웠고, 기침을 해댔다. 별은 조금 걱정되어 휘인에게 약을 사다주었다. 주말인데, 약국이 열었던가..? 이미 약을 사오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는건 또 뭐람, 별은 휘인에게 약을 건네준 후에 집을 다시 나가려 현관으로 향했다. 그때 여위고 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응..?”



“너, 나 좋아해-..?”



“..어? 미쳤어? 내가 무슨-...”



“사실대로 말해 줘. 정리할 시간 좀 갖을테니까.”



“나랑, 관계 정리하게..?”




“뭐래-.”



휘인은 탄식을 하며 별을 바라보았다. 별은 작게 앓는 듯한 신음을 질렀고, 휘인에게 다시 돌아섰다.



“나, 너 좋아해.”



“...사실 당황스러워. 나도,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데, 너가 없으면 이상하고, 너를 보면 온몸이 근질거려.”



“좋아하는거야.”



“어..? 내가-, 너를? 하지만.. 나는 여자를 좋아해본 적도 없어.”



“그렇다고 영원히 그렇지 않다는 법은 없잖아.”



“친구는, 진짜 친구라는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친구라는 의미를 정확히 몰라도, 우리 사이가 친구 이상인 건 사실이야.”



“…”



“..그러니까 내 말은,”



“사귀자.”



별은 휘인을 힘있게 껴안으며 고백을했다. 사귀자고, 나는, 네가 없으면 안된다고, 사랑 고백을 시전했다. 휘인은 당혹스러운 상황에도 금방 침착한 듯, 별의 등을 옅게 토닥이기 시작했다. 한번만이라도 사랑한다고 하고싶었다고, 나 이제 숨기지 않을거라고, 별은 다짐하며 휘인에게 입을 맞췄다. 그런 별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휘인의 행동은 아마도 허락 사인일지도 모른다. 별은 행복감에 젖어 평소에 하고싶던 행동들이 모두 터져나왔다. 이제 더이상 참지 않을 거라는 것 처럼.



“사랑해, 휘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