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조각글] "이기적이게도, 너를 원해."

[조각글] 풋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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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 내용 두서없음 주의)






























철 없던 풋 사랑. 첫 사랑도 아니고 풋 사랑이 뭐냐며, 웃음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너랑 나의 관계를 말할 단어라 하면 또 이만한 단어가 없었다. 내 마음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남의 감정을 헤아리려하는 그 연애 풋내기의 감성. 그래, 나에게 넌 풋 사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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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국아, 나랑 한 번만 만나자. 아니 만나주면 안되냐."


"그게 무슨..."


"진짜... 진짜, 내가 잘 할게. 
나 너 진짜 좋아해. 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





내가 너랑 사귄 이유라 하면, 절대 네가 좋아서는 아니였다. 그냥 일말의 호기심. 나를 만나기 위해 애걸복걸하며, 더럽게 매달리는 것과는 결이 다른 순수함이였다. 나를 가지기 위해 무슨 수를 쓰던, 나만 보면 달려들던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넌 정말 순수하게 오매불망 나만 바라보던 여자였다.


선 넘게 다가오지도, 그렇다고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지도 않았다. 너만의 방식. 그래 그냥 너에게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나도 모르게 너에게 빠져들었다. 물론 정말로 내가 몰랐던 게 시발점이였지만.


그냥 너란 여자의 끝이 어딜까 궁금해졌다. 정말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유치하기 짝이없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내가 이 세상의 제일인줄 알았던, 나밖에 모르던 놈이였으니. 나도 내가 잘난 걸 알아서 아무도 나에게 무어라 지적질할 구석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으니까. 우스운 자기애밖에 없던 놈을 넌 뭐가 좋아서 나한테 매달리는지, 그게 궁금했다. 일말의 호감도 없이.






"...야, 너는 나만 보면 '응.' '아니.' '별로.' 밖에 할 말이 없어?"
"또 나만 애타지? 또 나만 좋아하잖아, 너."


"무슨 소리야,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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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나 얼마나 좋아하는데. 누나 착각이야, 그거."


"......진짜?"


"당연하지. 내가 누나 안 좋아하면 왜 사귀겠어."
"알잖아, 나 싫어하는 건 절대 안 하는 거."





그렇게 나한테 곧바로 화를 낼 것 같으면서도, 내 사탕발린 몇 마디에 천천히 꼬리를 내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너였다. 다른 애였으면 그걸 흔들기 바빴을 텐데 도리어 내리는 꼴이라니. 바보같았다. 내가 뭐라고 저렇게 하는 걸까. 그깟 좋아한다는 감정이 뭐라고, 내 한 마디에 울고 웃고.


그리고 네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했다. 너를 더 알고싶었다. 점점 네가 궁금해지고, 알고싶어지고, 너에게 생기는 관심을 나는 그냥 '호기심' 이 야속한 세글자로 치부해버렸다. 지금보면 누가봐도 좋아하는 감정을 난 바보같이 몰랐던 거다. 그렇다. 착각한 건 누나가 아닌 나였다.


오래가면 갈수록 누나가 지쳐한다는 걸, 난 알고있었다. 그치만 딱히 신경쓰이진 않았다. 어차피 내가 조금 더 잘 해주면 나한테 또 꼬리를 내릴 거니까. 나 없으면 안되는 사람인 걸 아니까. 나의 안일하고 얄팍한 감정이 누나에게 그렇게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른 채, 누나가 놓을려하면 난 계속 흔들었다.





"...다시 말해봐."


"헤어지자고, 정국아."


"..........."


"미안한데, 아니 안 미안해."
"난 너만 보면 이제 진절이 나. 옛날엔 몰랐는데, 왜 다들 네가 쓰레기라는 지 아주 잘 알겠어."

"넌 너밖에 모르는 새끼야. 남이 죽든 말든, 평생 지밖에 모를 놈. 그게 너야,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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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이러지, 우리 누나. 무슨 일 있어?"
"누구 때문에 그래. 어떤 새끼가 누나한테 그랬어, 응?"

"전에 말했던 선배가 그랬어? 내가 혼내줄까?"


"...전정국 너,"


"아니면 우리 케이크 먹으러 갈까? 누나 단 거 먹으면 기분 풀리잖,"


"야, 넌 내 말이 장난같지?"


".........."





눈에 한기가 서렸다. 나를 보는 두 눈이 너무나 차가웠다.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잘못본 건가. 네 두 눈빛은 더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싫어했다. 나를 싫어해? 어떻게 네가 나를. 그럴리가 없잖아.


순간적으로 수도없이 네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자신을 한 번만 봐달라는 그 애달픈 목소리. 그때의 너의 눈은 어떠하였던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내가 네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있던가. 너와 눈을 맞추며 너를 알아가려했던 적이 있던가.


호기심으로만 치부하려했던 감정들이 다르게 나를 덮쳤다. 그래 이건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엔, 너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 나도 모르게 너를 향한 마음이 부풀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감춰왔던, 아니 인정하기 싫었던 아찔한 감정.


그래, 나는 너를 좋아한다. 너는 내 옆에 있어야 했다. 내 옆에 있으면서 나를 웃게 해줘야했다. 그래야, 내가 아는 너였다. 아니 나를 좋아하는 너였다. 이미 늦었나라고 생각했을 땐, 넌 나에게 정이란 정은 다 떨어지고 남은 후였다. 나는 이제야 네가 좋아하는 걸 알았는데,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 꼴이라니. 퍽이나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였다.





"헤어져, 이 개새끼야."


".......누나,"


"꼭 네가 내 기분 느껴봤으면 좋겠어. 제발 나랑 똑같이, 아니 나보다 몇 배는 더 아팠으면 좋겠어."


"........."


"우리 제발 마주치지 말자. 아니 마주쳐도 아는 척 하지말아주라."


"잠시만, 누나. 내 말 한 번만 들,"


"나 갈게, 정국아."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말자."





정국이 뻗은 손이 무색하게 여주는 먼저 눈 앞에서 사라졌다. 한 켠의 신기루처럼 있다 없어진 그녀에 정국은 헛웃음만 나올 뿐이였다. 내가 여태 뭘 한 거지. 이제와서 후회 해봤자 누가 알아주겠냐만은, 그래도 썰물마냥 밀려오는 후회를 걷잡을 순 없었다.


정국은 떨어트린 손을 작게 말아쥐었다. 무서웠다. 여주의 잔향마저 사라질까봐. 항상 내게 남아있던 여주 특유의 편안한 향기가 무섭도록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 매몰차게 뒤를 돌았을 때도, 한동안 향기가 남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던 내가 이제는 두렵기 시작했다.


없어봐야 깨닫는다는 게 이런 건가. 정국은 여주의 마지막 실루엣이 아리던 문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머리를 헝크러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씨발. 벌써 보고싶네. 이제야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자가 무얼 알겠나. 사랑엔 타이밍이라는 게 백번 정답인 듯 했다. 사랑은 한 쪽만 타올라봤자, 그 사람만 까맣게 태워질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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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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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마셔, 새끼야. 너는 나중 일은 좆도 없지?"


"닥쳐라, 니 상대할 기분 아니다."


"지랄. 부른 건, 지면서."





온 건, 너잖아. 그 말을 뒤로, 정국은 씁쓸한 잔을 들이켰다. 누가봐도 사연있어요. 하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술 마시면 잠시나마 생각이 안 나서 먹는다는데, 생각이 안 나긴 개뿔. 더 아른 거리는 구만.


술을 딱히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였지만,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널 지울 수 없었다. 술을 마셔도 네가 보고싶은 건 매한가지지만.





"그냥 김여주한테 가서 싹싹 빌지그래."


"...후으, 누나가 날 봐줄 거 같냐?"


"한심하게 그러고 있는 것보단 훨 낫지."





닥쳐... 네가 뭘 알아. 술잔을 소리내어 내려놓은 정국은 무슨 생각인지 자리에서 일어났고, 태형은 그런 위태로운 정국에게 어디가냐며 소리쳤다.


정국은 태형의 부름에도 아랑곳 않고, 터덜터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무슨 버릇인지 아님 와준 태형에 대한 배려인지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며 계산을 하고, 태형은 그런 정국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야... 나 먼저 간다?"


"어디가는데, 그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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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 찾으러."





......미친새끼. 안 그런 척해도 태형의 말이 꽤나 자극이 되었었나보다. 여기서 김태형이랑 술이나 퍼마시는 것보단 하루빨리 여주의 마음을 잡아보는 것이 상책인 건 사실이였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갑작스레 일어나서는 여주에게 가겠다는 꼴이라니. 그것도 저렇게 취한 채로. 분명 내일 이불킥할 게 훤한 모습에 태형은 못 볼 꼴을 본 듯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정국은 여주 생각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건지, 새어나오는 웃음을 머금고는 술집 밖으로 나섰다. 과연 저런 모습을 받아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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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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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엏, 누나다ㅡ"





우리 예쁜 여주 누나. 정국은 여주를 보자마자 총총총 달려가 여주를 제 품에 가뒀다. 마침 여주 집 쪽으로 가다 우연히 여주를 마주친 것. 여주는 무어라 저항하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정국의 품에 갇히게 되었다. 당황함도 잠시, 코를 찌르는 술냄새에 여주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애써 밀어내보려 했지만, 힘은 또 어찌나 센지. 꿈쩍도 안 한다. 여주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봐도, 정국은 놔줄 생각이 없는 듯 여주를 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하, 뭐하는 짓이야. 당장 떨어져."


"누나......."


"있을 때 잘 했어야지. 내가 봐달라고 했을 때 봐줬어야지."


"내가... 미안해, 미안해 진짜로..."
"내가 누나 좋아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내가 바보같았어. 멍청하게 누나한테 못 되게 굴고, 누나 상처받게 하고..."


"정국아,"





...응. 차가웠다. 정국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이미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걸 정국도 느꼈기에 더욱 여주를 세게 안았다. 늦은 거 나도 아는데, 다시 돌릴 수 없겠지만...


인생은 순정만화처럼 손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여느 만화처럼 결국엔 다 해피엔딩일 수 없다는 뜻이다. 아, 이미 여주는 엔딩을 냈으려나.


여주는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술냄새가 코를 찌르면서도 드문드문 섞여오는 네 향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향을 굉장히 그리워하고, 맡고 싶어했는데 지금은 왜이런지. 여전히 네게서 나는 향은 같았지만, 전처럼 네가 좋진 않았다.





"나 이제 너 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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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곧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 목소리, 표정 모든 것이 낯설다. 누나도 나처럼 이랬을까. 이제서야 네 마음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프다. 심장이 너무 아프다. 서서히 다가오는 현실이 차가워서. 진짜로 누나가 나에게서 돌아선 것만 같아서. 눈 앞에 있지만, 곧 사라질 것 같아서. 이 모든 게 위태롭고 불안정하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이제 그만 가줘, 정국아. 네 얼굴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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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제발... 가지마......"





정국의 눈물젖은 목소리에도 여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국을 지나쳐갔다. 아마 여주 딴에는 저것도 거짓일 거라 생각이 들 것이다. 여태껏 나한테 상처준 게 얼마인데. 이제 너같은 애한테 휘둘리지도, 혼자 마음 쓰지도 않을 거야.


또 멀어져간다. 항상 너를 지치게만 했던 내가 이제서야 뒤를 돌아보려니, 너는 이미 저만치 나에게서 멀어져있었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애초에 내가 일찍 깨달았으면... 아니,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더라면. 내가 더 사랑했더라면. 지금쯤 너는 내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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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사랑































누나와 헤어진지 어연 3개월. 이제 잊었냐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다.' 일 것이다. 정국은 여주를 잊지 못 하였다. 아마 한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여주만 보면 달려가 제 품에 가두고 싶었지만, 몰래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3개월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었다. 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떨어지는 꽃잎에도 여주가 생각났지만 이제는 애써 지워보기로 하였다. 이미 끝난 사랑에 언제까지나 사로잡혀있을 수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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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서 그런가. 더 보고싶네."





너는 내게 풋사랑이였다. 내가 너의 감정을, 너의 사랑을 안일하게 바라보았던 것을 그대로 다시 느끼게 해준. 내가 너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 채, 멀어져서야 깨닫고마는 철없는 풋사랑. 타오르다 꺼진 덜익은 사랑. 나는 그렇게 너와 나의 순간을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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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걸 드디어 올리네요! 😖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5월 이후로 시험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팬플 자체를 더 안 들어왔더니...🙄 큼. 오랜만에 글을 쓰니까 또 느낌이 새롭네요. 무튼 예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