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종례가 모두 다 끝나고 반 아이들도 이미 다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나는 민규를 데리고 학교를 나왔다. 교문을 통과하자마자 나는 발걸음을 멈췄고 잡고 있던 민규의 손목을 놓았다.
" 괜찮아...? "
" .. 응. 집이 어디야? "
" 나 00아파트. "
" 어, 진짜? 나도 거긴데! 같이 가면 되겠다 ㅎㅎ. "
" 그래, 같이 가자. "
마음속 한구석에 조금 걸리긴 하였지만 나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민규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항상 애들끼리만 하던 하굣길을 다른 친구랑 하니 왠지 느낌이 색달랐다.
그래도 민규와 같은 아파트라 다행이라고 생각하였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그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 원래 몇 시에 집에서 나와? "
" 음... 7시 30분쯤? "
" 아~ 그럼 내가 맞춰서 너네 집 앞에서 기다릴게. "
" 나 어차피 애들이랑,! 아... 그래 ㅎㅎ. "
버스에 올라타 민규와 말을 하다 보니 등교를 같이 한다는 민규에 자동으로 애들이 생각났지만 급 현실을 깨닫고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차를 하였다.
" 잘 가. 내일 보자. "
" 응! 내일 봐. "
민규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나는 손을 흔들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집으로 들어오고선 곧바로 오빠가 들어왔고 머리를 묶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 너네 싸웠냐? "
" 어..? 왜? "
" 아니 너 하교 다른 애랑 하더구먼, 뭔 키 큰 애랑. 오는 길에 애들도 봤는데 표정 좋아 보이지도 않고. "
" 아... 그냥 뭐... "
" 뭐가 됐든 빨리 화해해라, 너네는 싸우면 안 좋다. "
목을 스트레칭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정한 오빠의 말을 듣고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먼저 선전포고를 해놓고선 양심 없이 먼저 말을 걸며 사과하고 아무렇지도 않은척하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털썩 걸터앉아 책상에 놓인 액자를 바라보았다. 애들끼리 중학생 때 찍은 사진이었고 액자 안에는 너무나도 해맑게 웃고 있는 그들에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 하- "
결국 오늘 밤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이 되고 오늘따라 일찍 떠지는 눈에 침대에 누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애들이랑 10년을 넘게 친구를 해왔어도 싸운 적은 별로 없었다. 작게 다투었다고 해도 그저 승관이 많이 놀려 삐지기만 할 뿐 몇 시간 만에 사이는 다시 원상복구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내가 먼저 화를 냈으니 애들은 많이 화가 났겠지...
몰라, 일단 학교 갈 준비나 하자.
여전히 차려져있는 아침밥이었지만 지금은 무언가가 들어갈 때가 아니었기에 먹지 않았다. 아파트를 나오니 벽에 민규가 기대어 있었고 나는 내심 그들이 없어 아쉬웠다.
" 민규야! "
" 왔어? 가자. "
민규와 함께하는 등굣길은 많이 어색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말이 많은 민규에 전혀 심심하거나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 그저 몇 년 동안 붙어 다닌 친근한 친구 같았고 덕분에 나도 기분 좋게 등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내 짝은 원우인 게 생각이 났고 어떡해야 하나 반으로 갈 때 동안 머릿속을 지배하였다.
" ... 안녕! "
" ... ... "
나 지금 씹힌 거야....?
자리에 앉아 원우에게 큰맘 먹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였지만 원우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선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항상 내가 등교를 하면 자신의 체육복을 내어주는 순영도 나에게 장난을 치는 석민과 승관도 모두 다 나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결국 책상에 앉아 엎드려 창밖에 벚꽃이 피고 있는 나무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었고 오늘따라 잠도 오지 않아 수업 시간에는 깨어있었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따위는 없었다.
" 여주야, 급식 먹자. "
" 아... 나 입맛이 없어서 너 먹고 와. "
" ... 알겠어. "
반 애들이 모두 나가고 민규는 나에게 급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지만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 민규를 보내고 자리에 엎드렸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면 좋겠지만 야속하게 내 몸은 나를 따라주지 않았다.
몇 분 뒤 누군가 반으로 들어왔고 나는 모르는척하였지만 내 앞자리에 부스럭 소리를 내며 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 비닐봉지를 든 민규가 해맑게 있었다.
" 내가 어떻게 널 두고 혼자 밥을 먹어, 나 친구도 없는데. 매점에서 뭐 좀 사 왔어. 같이 먹자. "
" ... 고마워 ㅎㅎ. "
" 이거 배 좀 차는 거니까 이거 먹어. "
민규는 매점을 털어왔는지 오만 것들이 많이 들어있었고 나는 고맙다며 한입씩 천천히 먹었다.
반에는 민규와 나밖에 없었지만 민규와 떠드는 수다에 반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곧이어 밥을 다 먹은 애들 몇 명이 몰려왔다. 마침 우리도 다 먹었기에 쓰레기를 버렸고 아직까지 이어지는 수다에 신기할 따름이다.
" 나 화장실 좀. "
" 응, 다녀와. "
나는 양치나 할까 하며 화장실로 향하였다. 하지만 반을 나오자 딱 보이는 순영에 잠시 주춤거렸고 그 뒤로는 나머지 세명이 보였다. 나를 보고선 웃고 있던 그들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고 나는 모르는척하며 그들을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 했다. 나를 붙잡는 그의 손만 아니었으면.
" 우리랑 할 얘기 없어? "
" ... 없어. "
" 왜 없어! 우리랑 계속 이렇게 살 거야? 아니잖아. "
" 아침에 내가 먼저 말 걸었어. 근데 무시한 건 너네 아니야? "
" ... ... "
" 너흰.. 너무 이기적이야. "
나는 그들과 화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자꾸만 말이 삐뚤게 나갔고 나는 속상한 그들의 표정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나는 화장실로 바로 가 제일 끝 칸에 들어갔고 변기에 주저앉아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고 내 이름이 들려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 윤여주 왜 자꾸 전학생이랑 다니냐? "
" 그니까- 좀 잘생겨서 말 걸라고 하는데 맨날 윤여주랑만 있어. "
" 그 사인방을 차지하고도 성에 안 차나? "
" 아까 반 앞에서 걔들 싸우던데? "
" 진짜? 드디어 싸우나? "
" 하여튼 그렇게 꼬리 칠 때부터 알아봤어. 사인방이 뭐가 아까워서 윤여주랑 같이 다닌데? "
나는 점점 말을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고 이미 나오려는 눈물은 쏙 들어가 버렸다. 그대로 문을 열고 그들에게 다가가자 내가 있는 줄 몰랐는지 화들짝 놀랐고 나는 세면대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을 밀치며 사이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손을 다 씻고 물기를 털며 뒤로 돌자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였고 나는 입을 열었다.
" 꼬리치는 게 아니라 친구니까,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친구니까. 우리가 싸우면 뭐? 너네가 가서 꼬리라도 치게? 근데 우리는 싸워도 금방 풀어서 어쩌냐, 너희가 원하는 그림은 전혀 안 나올 거 같은데. "
" ... ... "
" 그리고 뒤에서 그렇게 찌질하게 그러지 마, 없어 보여. "
나는 손을 휴지로 닦으며 웃음을 지었고 문을 열고 나오자 바로 보이는 4명의 얼굴에 화들짝 놀라 곧바로 건물을 나와 벤치로 향했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더더욱 발걸음을 빨리하였지만 곧바로 그들에게 잡혀버렸다.
" 여주야, 우리가 미안해. 미안해. "
" ... 바보들. "
" 그래, 우리가 바보야. 미안해 "
나는 미안하다는 말에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순영이를 시작으로 애들은 하나둘씩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다 울고 나니 조금 창피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원우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김민규랑 같이 다녀, 다녀도 돼. "
" 진짜?! 진짜지? "
" 응, 하루였지만 너 김민규랑 있을 때 진짜 즐거워 보였어. "
" .. 그래도 난 너희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
내 마지막 말에 다들 잊고 있었던 입가에 웃음을 피웠다.
애들과 같이 반에 들어가니 민규는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었고 나는 웃음을 지으며 민규에게 달려갔다.
" 민규야! "
" 어? ... 어... "
민규 앞자리에 앉으니 민규는 나를 보고 웃음을 지었지만 주변에 애들이 다가오니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 애들이 우리 다 같이 다니재! 좋지? "
" ... 응, 좋아 ㅎㅎ. "
" 윤여주 덕분에 같이 다니는 줄 알아라. "
" 그래. "
무심한 순영이의 말에 민규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