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로맨스

우리한테 기대도 돼.


*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며칠이 지나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전하게 지내왔다. 그날이 있고 학교에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어졌고 이제 나는 맘 편히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점점 3학년들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정한 오빠도 이제 바쁘게 공부를 하고 다녀 얼굴을 많이 볼 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오빠의 학원비와 독서실을 다니는 돈을 합치면 이제 거의 생활할 돈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결국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낮에는 학교를 다닌다고 야간으로 편의점 알바를 하였고 처음 해보는 거라 많이 낯설었지만 무엇보다 잠을 많이 못 자 학교에서 항상 자는 게 문제였다.

" 여주 또 자? "

" 응, 피곤한가 봐. "

" 조용해 이것들아.. "

좀 자고 싶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의 활기는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었고 더군다나 애들도 내 주위에서 얘기를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원래 같으면 이래도 잘 잤을 나일 텐데 요즘 따라 생활 패턴이 바뀌어서 그런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제저녁에는 주말에도 할 알바를 찾는다고 더 늦게 잤기에 눈꺼풀은 저절로 내려가고 있었고 그나마 조용한 수업 시간에 잠을 잘 수 있었다.

주말에는 피시방 알바를 하기로 하였고 애들이 알면 들이닥칠게 뻔하였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기로 하였다. 편의점 알바도 야간이라고 위험하다며 자꾸 오려는 것을 말리고 있었기에 말을 하지 않아도 벌써부터 뒷골이 당겼다.

" 여주야~ 점심 안 먹을 거야? "

" 으응.. 먹구 와.. "

" 자고 있어, 밥 먹고 매점에서 뭐라도 사 올게. "

" ㅇ... "

비몽사몽한 상태로 민규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점심시간이지만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민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다시 철퍼덕 엎드렸고 곧이어 애들이 반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고 발신자를 보니 주말에 알바를 할 피시방 사장님한테 문자가 왔다.

피시방 사장님.

- 여주 학생. 오전 알바가 갑자기 나가는 바람에 오전도 부탁할 수 있어요? 돈은 더 줄게.

솔직히 몸은 피곤하겠지만 일단 돈을 벌어야 했기에 알겠다고 하였고 곧바로 내일이 주말이었기에 일단 얼른 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하였고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편의점 알바를 갔다. 애들은 뒤에서 나를 헐레벌떡 따라오고 있었고 민규는 차마 나에게 주지 못했던 음식물을 봉지에 들고 있었다.

" 종례가 늦게 끝나서, 죄송해요. "

" 아니야. 그나저나 친구들은 또 왔네? "

" 안녕하세요. "

오전에 알바를 하는 언니와 교대를 하였고 애들은 하도 많이 와서 그런지 알바 언니와도 거의 안면을 튼 사이로 발전하였다. 알바 언니가 가고 나는 계산대에 앉아 뭉친 목을 풀었다.

그때 애들이 나에게 다가왔고 민규는 봉지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까서는 나에게 건네주었다.

" 손님 없을 때 얼른 먹어. "

" 아, 응. 고마워. "

" 피곤하지. 내일 주말이니까 푹 자. "

" .. ㅎ, 알겠어. "

샌드위치를 먹다가 원우의 말에 잠깐 멈칫하였고 어쩔 수 없었지만 거짓말을 하며 샌드위치를 급하게 먹어치웠다.

다음날이 되고 눈을 떴을 때는 알바에 가야 할 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분명 알람을 맞추어 놓은 것 같은데 못 들은 나를 자책하며 얼른 준비를 하였다.

별로 그리 멀지는 않았기에 금방 도착하였고 첫날이니 이것저것 배우며 머릿속에 익히고 있었다.

그렇게 이번 주는 별 탈 없이 무사하게 지나갔고 월요일부터 나의 컨디션은 급속도로 낮아졌다. 나의 피로는 쌓이고 쌓여 누가 나를 툭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았고 애들도 이런 나를 눈치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주야, 알바 그만두자. 응? "

" 그래, 우리가 도와줄게. "

" 엄마가 언제든지 도움 필요하면 말하래. "

" 너희한테 신세 너무 많이 졌어. 이번에는 내가 알아서 할게. "

솔직히 어릴 때부터 엄마들은 나와 오빠에게 안 준게 없었고 우리는 항상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항상 친 자식처럼 더욱더 기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우리도 다 컸기에 어른들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았다.

" 왜 이렇게 늦게 와? "

" .. 뭐야, 오빠 있었네. "

" 오늘 공부 안돼서 그냥 왔어. 근데 뭐 하느라 새벽에서야 들어와. "

오늘도 알바를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며 집에 왔을까 오늘은 오빠가 집에 있어 깜짝 놀랐다. 하지만 외간으론 표출할 힘이 없었고 벽에 기대어 신발을 벗고 있자 옆에서 자꾸만 오빠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늦게 다니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냥 집에서 공부만 할 것이지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

" 아 알바하느라 늦게 온 거 아니야! "

... ...

계속되는 오빠의 잔소리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냈고 나의 외침에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오빠의 표정을 보니 내가 알바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인상을 찡그렸고 잔소리가 더 는 것처럼 입이 쉴 틈이 없었다.

" 네가 왜 알바를 해? 내가 돈 모은다고 했잖아. "

" 오빠 지금 공부한다고 돈 못 벌잖아, 그래서 내가 하고 있어. 오빠 학원이랑 독서실 돈 많이 나오길래. "

" .. 그걸 누가 너더러 하래? 내가 알아서 하면 될 거를 뭔데 네가 참견해. "

우리의 목소리 톤은 점점 격하게 올라갔고 오빠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더 화를 내고 있었다.

" 그래! 친오빠도 아닌 걸 내가 왜 그랬을까. 그동안 나 거두어주고 잘해준 거 갚은 셈 칠게. 그럼 된 거 아니야?! "

" 윤여주! "

" 이럴 거면 나 왜 데리고 왔어? 울고불고 할 때 그냥 내다 버리지 그랬어. "

나는 결국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었고 나는 차마 오빠의 얼굴의 보지 못한 채 집을 뛰쳐나갔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도 없었고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내가 걸어서 도착한 곳은 오빠와 예전에 살던 고아원이었고 외관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고아원 앞에 있었던 놀이터가 흙바닥에서 고무바닥으로, 놀이기구들이 더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네에 앉아 그네를 앞뒤로 흔들었고 괜히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 익숙한 운동화가 내 눈앞에 보였고 고개를 드니 순영이의 얼굴이 보였다.

" 바보같이 여기서 뭐해? "

" ... 영아.. "

" 형이 그러더라, 너 알바하는거 왜 자기한테 말 안 했냐고. "

" ... ... "

" 너도 알잖아, 형이 말한 거 다 여주 너 걱정해서 그런 거라고. "

순영이는 무릎을 구부려 나와 눈높이를 맞춰 주었고 나는 순영이의 말을 들으며 겨우 멈췄던 눈물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순영이는 나를 감싸 안으며 내 어깨를 다독여주었고 나는 더욱더 그에게 기대어 눈물을 터뜨렸다.

" 이제 좀 괜찮아? "

" .. 응, 고마워. "

" 나한테 고마우면 형한테는 목숨이라도 바쳐야겠네. 그래도 널 구해준 은인인데. "

" 그치... 그냥 나도 화나서 막말한 거야.. "

" 알아, 형도 다 알아. 그냥 그게 입 밖으로 나오니까 막상 놀라서 그런 거야. 여주 너도 놀랐잖아? "

순영이와 벤치에 앉아 얘기를 하니 그나마 해결을 할 수 있었고 항상 이럴 때마다 먼저 달려와주는 순영이에 해결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나는 오빠와 잘 해결을 하였고 오빠는 알바를 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 대신 몸 상하지 말고 그럴 것 같으면 바로 그만둬. 알겠지? "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지내었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알바를 하러 갔고 주말에도 피시방에 가며 쉴 틈이 없었다. 다만 주말 알바는 아직 나 빼곤 아무도 몰랐기에 괜히 애들이 올까 봐 조마조마하였고 결국 일은 오늘에서야 터져버렸다.

하필 어제 그날이 시작되었고 생리통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잠을 못 자 몸이 지쳐서 그런지 이번은 쉽게 지나갈 것 같지 않았다.

" 여주 어디 아파? "

" 생리요.. "

" 헐- 그냥 오늘 나오지 말지. "

" 그럼 언니 하루 종일 해야 하잖아요. 저 괜찮으니까 이제 가보세요. "

야간 알바를 하는 언니에게 인사를 하며 나는 손을 씻었고 알바를 시작하였다.

손님을 받고 빈자리는 치우고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고 어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내 몸은 버티기 힘든 것인지 식은땀이 많이 흘렀고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그때 가게 안으로 손님이 들어왔고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당황해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 아 부승관 게임 못하는데-. "

" 야, 네가 더 못하거든. 내기? "

" 야야, 둘 다 못하니까 그만해. "

오늘 애들이 하필 내가 알바하는 곳에 게임을 하러 왔고 다행히 내 얼굴은 보지 못한 것인지 구석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좀 먼 곳인데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의문이었고 나는 아픈 건 까먹은 채 최대한 몸을 사렸다.

직업정신을 다하며 일을 하기 위해 카운터를 나가려고 하자마자 내 앞에는 석민이 굳은 채 서있었다.

" 여기 회원가입, ... 윤여주? "

" ... ... "

" 너 여기서 뭐해? "

" ... 아,! "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몰려오는 복통에 통증을 호소하였고 석민이는 놀라며 나에게 달려왔다. 결국 나는 석민의 품 안에 쓰러졌고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석민이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보였고 내 팔에는 링거 하나가 꽂혀있었다.

" ... ... "

" ... ㅎ. "

" 웃기냐? "

" 아니.. "

몸을 일으키며 옆을 보자 나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원우가 보였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만 곧바로 입을 앙 다물었다.

병원에는 결국 애들이 다 와있었고 오빠와 엄마들까지 모두 와있었다.

" 나 때문에 괜히.. 미안하지 게. "

" 내가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지. 과로에 너 아픈 것도 참고.. "

" 별로 안 아팠는데... "

" 조용해. "

" 여주야, 엄마들한테 말하지~ 여주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어. "

" 그래, 여주가 우리 아들보다 낫다니까 정말. "

오빠와 애들한테 잔소리를 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분위기를 풀기 위해 엄마들이 소소한 장난을 쳐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 여주야, 우리한테 기대도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