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커튼으로 빛은 들어올 수 없는 칠흑 같은 암흑을 뚫고 들어오는 한줄기의 빛, 흐리지만 확실하고 약하지만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그 빛에 왜 이리 시선이 가는지. 검사 결과를 들은 뒤로는 지민이를 만나지 못하였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괜찮지 않았고 함께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혼자 남을 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너와 나의 마지막을 함께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게 슬프고 미안하다
돌아오는 봄에 내가 없어 상처받고 아파할 너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그를 밀어내고 그의 아픔을 덜주고싶지만,
그런다면 내가 너무나 아프고 슬플것 같다
너무 혼란스럽고 복잡한 이 모든것에 눈물만 나온다.
그래서 애써 너를 무시하고 또 무시하며 내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에도 그와 함께이고 깊은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더욱 아프며 그만큼 사랑한다.
“하..
박지민, 지민아..."
떨리는 목소리와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목소리로 그를 애타게 부르니 두통은 더욱 심해지고 마음은 저려왔다.
“지민아.. 나 어떻게 해야해...?
너라면 어떻게 했을거같아?”
그 말에 내 눈에서는 차갑고 투명한 물방울이 한 올 한 올 떨어져 가기만 했다.
지금의 나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 두 방향에는 서로 각기 다른 우리의 아픔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와 마지막까지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없는 미래에 그의 아픔을 줄여줄 것인가
마음속의 실들이 풀 수 없을 만큼 뒤죽박죽 엉켜있고 내 머릿속은 오직 그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띠링!
그때 마침 울리는 알람

'여주야 요즘 무슨일 있어?연락도 잘 안되고..힘들어보여서..'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진실을 말할수도 없고 내 마음속을 이야기 할 수도 없는 그런 답답한 심정을 그는 알까?..
나는 맺혀있는 눈물을 훔치며 그에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흘린 눈물은 멈출지를 몰랐고
투툭
투두두둑
휴대폰 액정 위로 한없이 떨어지기만 하였다. 손이 떨려 답장도 제대로 쓰기 힘들었고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어떻게 하면 그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생각난 변명을 작은 화면 위에 힘겹게 적어나갔다.
‘요즘 몸살인가봐..먼저 연락 못해서 미안해..'
‘지금 집이지?'
‘응..누워있어..'
‘알겠어'
연락이 끊어지고 다시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희미한 빛은 커튼 사이로 보이고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울고, 또 울고, 또 울어서 그런지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면서 눈꺼풀이 눈앞을 가렸다. 잠이 밀려오고 앞은 컴컴하게 변하였다. 일어날 힘조차 들지 않았고 그냥 모든 것을 수긍하며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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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띠띠띠_띠띠
띠리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나를 불렀다.

“여주야 괜찮아?몸은 어때?”
지민이었다. 그는 내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약과 해열제를 사서 내 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펑펑 울어서 부운 눈에 화장도 안한 생얼, 잠옷 차림으로 잠에 들어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슬펐지만 지금 내 상황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머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여주야??들어갈게"
그의 발소리는 점점 나에게 가까워졌다 발소리가 내 앞에서 멈추었다. 늘 이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데 이렇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어서 너무나 창피하고, 또 창피하다

“여주야!어디 아파..?
이불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란 모양이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늘 그가 오면 반갑게 맞아줬는데 아무말 없이 이불속에서 묵묵히 누워있는 것을 보면... 놀랄만도 했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응?뭐라고?”
“... 왜 왔어!
나 아무 준비도 안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
“그거 때문이야?난 또 니가 많이 아픈 줄 알았지"
“하지만..."
“아무 준비를 안해서 부끄러운 거야?ㅋㅋ 내가 말했잖아, 너는 뭘 해도 이쁘다고"
스윗한 말투에 다시금 그와 함께이고 싶다.

“그러니까 여주님?얼굴 좀 보여주세요~”
“...칫"
나는 하는 수 없이 이불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ㅋㅋㅋㅋ귀여워"
그는 살짝 나온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얼마 후면 느끼지 못할 이 손길을 많이 느끼고 싶다. 많이 그를 느끼고싶다
볼은 붉게 물들었고, 이 상황이 좋으면서 부끄러웠다.또 혼란스러우면서 행복했다.
그는 나에게 약과 물을 건네며 말했다

“몸살이라며, 아프지 말고"
“웅..”
_꿀꺽, 약을 다 삼킨 후에야 흐린 초점이 돌아왔고, 두통도 줄어들었다.
약을 건낸 그의 반대 손에는 종이 가방이 걸려 있었다
“그건 뭐야..?”
“응? 이거 너 아프면 먹으라고 죽 사왔어”
“지민아.. 진짜 고마워”
“아니야ㅎ 당연한 건데?”
“히히”
슬픈 마음, 아픈 마음,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지금 이 행복한 순간에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잊기로 했다
“…”
하지만 그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얼마 뒤 다시 나를 불안하게 했다.
너의 의견이 궁금하다.
“지민아, 우리 밸런스 게임 할래?”
“응? 좋아”
“그럼 너부터 해!”
“만약 남친이 여친이 숨기는게 있는데 그걸 알았다면 모른척 해주기 vs 아는 척 하기”
“음… 난 모른척 해줬으면 좋겠어!”
“아아… 이제 너차례!”
“만약 여친이 죽을 병에 걸린다면
끝까지 행복한 추억 남기는 여친 vs 자신이 죽은 후 슬퍼할 남친을 위해 미리 이별하여 슬픔을 덜어주는 여친”
“뭐가 좋아?”
그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 졌다.

“…”
“아 절대 내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두려웠다.
“당연히 행복한 추억을 남겨서 행복하게 보내줄래”
“아니, 내가 살릴거야, 그래서 죽기 전까지 행복한 추억만 남겨줄 거야”
마음이 무거워 진다.
그럴 수는 없다. 아무리 보아도 희망이 없는데
2일에 한번씩 방문하는 병원에서도 병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하는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동아줄이 내려오지도 않는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네가 곧 죽는다면,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또 함께하고 싶어”
"허락해줄래?"
“응!….”
그의 말은 또 다시 내 마음을 울렸다. 멈추었던 눈물이 흐르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막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슬픈 표정은 숨길수가 없었다
“왜 울려고 해.. 내가 잘못했어, 울지마. 응?”
내 표정을 눈치를 챈 그는 놀란듯이 물었다
더 눈물이 날것 같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곧 울 것 같은 소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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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나는 결정했다. 그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추억을 남기면서 살겠다고, 마지막도 그와 함께이겠다고 내 아픔은 비밀로 하고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진짜 사랑한다. 내 모든 것보다, 그 무엇보다.. 그는 내 전부이니까 마지막도 그와 함께 할 것이다. 아프다, 사랑하고 사랑해서 더욱 아프다.
그의 대답은 우리의 운명을 정했고, 그 운명이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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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7일>
이게 내가 그에게 남길 일지의 첫 페이지다.
분명 벚꽃이 활짝 펴있었고 행복했었는데, 벌써 봄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나는 너를 멀리하고 있다. 분명 너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행복하게 죽고 싶었는데 지금이라도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없는 세상에서 네가 더, 더욱 슬플 것 같다.
하지만 그날의 너의 말에 생각을 바꾸었다. 너와 함께 모든 아픔을 헤쳐나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사랑하며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건 내 선택이며, 또 그의 선택이다. 해피엔딩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잔혹하단 것을 알기에, 이 글은 내가 죽은 후에 읽겠지?
나는 미래의 너에게 너무 미안하고, 또 사랑한다. 벚꽃은 없지만 우리 사이에 피어난 꽃들은 항상 본을 유지하며, 우리의 추억을 비추며 보관해 줄 것 이다.
그날, 네가 한 말은 내 마음속에서 오래 돌아다니며 너의 사랑을 한 번 더 느꼈다.
지금은 별 증상 없지만 언제 증상이 올라올지 몰라서 두렵다. 너가 보는 시점에서 나는, 이미 죽었겠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죽음보다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너의 감정이 지금 여기에 나에게 까지 느껴진다.
미안해,
사랑해,
또 고마워
이런 나라도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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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곧 죽는다면, 마지막까지 사랑할거야.
너가 날 떠나지 않는게 나한텐 제일 중요하니까
내 말대로 널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싶어
너가 죽기 직전, 아니 죽고 나서도.
2021년 5월 27일 <봄의 마지막 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