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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10월5일>
단풍잎이 생기고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요즘들어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날 볼 때마다 네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무슨일 있냐고 몇 번은 물어봤지만 말을 돌려버리는것 뿐이었다.
가을이 되고 내 상태는 정말 최악이되버렸다.
내 눈은 검은색이 아닌 혼혈 눈처럼 회색이나 다름없었고, 내 몸은 하얘지다 못해 창백해졌다.
그리고 시도때도없이 찾아오는 고통또한 날 힘들게했다
화장과 가발, 렌즈로는 숨기기도 어려울만큼 내 몸은 변해갔다. 네가 이런 날 본다면 무슨 반응일까?
내 옆에 남아있어주긴 할까?
그냥 날 떠나버릴까?어느 쪽이던 상관없다.
난 이제 곧 죽게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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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님~ 진료실 들어가실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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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여주씨
오늘은 따로 진료 없는 날인데 오셨네요.
어디 아프시나요??”
“아… 오늘은 그냥 물어볼게 있어서 온거에요”
“아, 네! 물어보실게 뭔가요?”
“저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거짓말 하시지 마시고 정확하게 말씀해주세요…”
“…………….아, 지금으로 봐서는 12월에서 1월쯤으로 예상됩니다”
“그게 전부인건가요…? 입원치료 하면 그래도 조금은…”
“입원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그리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병원에서도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을뿐더러 입원을 한다고해서 병이 호전된다고 확신을 못드리기 때문에..”
“그럼 그 예전에…말하신 그 방법 좀 다시 알려주세요…”
“아 네…, 여주씨와 같은 혈액을 가지고 있고 그 피가 여주씨 몸과 거부 반응이 없으면 심장이식을 할 수 있는데,
심장을 이식하려면 그 사람이 뇌사 판정을 받아야하고,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해요.. 그리고 여주씨 혈액형에서 뇌사 판정 받으신 분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일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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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지민아 지금 시간 괜찮아?
•중요하게 할 말 있어서
•어?어
•어디서 볼까??
•4시에 @@카페에서 보자
•응ㅎ
오늘은 내 피부보다 더 진한 비비크림으로 얼굴을 덮지도, 컬러렌즈를 끼지도, 가발도 쓰지 않았다. 그냥 오늘만큼은 내 모습 그대로 너가 날 봐주면 했다. 그리고 네 선물도 미리 준비했다. 나중엔 못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딸랑!
“어 여주야!!”
네 눈에는 오늘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우리 되게 오랫만이네!”
“그러네..ㅎ..”
“머리는 왜 그래….?”
너의 눈이 흔들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곧 울것같이 눈물이 글썽인걸 볼 수 있었다.
“아 요즘에 탈색이 유행이라길래 해봤어"
“어때?예뻐?”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싱긋 웃어보였다.
그러자 넌 울음을 참는 것같은 모습을 보이며 화장실 좀 갔다온다고 했다. 그런 너의 행동은 내 병을 모두 알고 있는 듯 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냐… 그러면 내 옆에 있을리가 없잖아. 머리가 터져버릴것같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곱씹고 곱씹었다 이젠 지민이도 보내줄 때가 됬다고.
“크억… 아.. 내 약…,”
또 심장은 찢어지고 온몸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손에있는 약을 내 입속에 털어넣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건
너에겐 큰 부담이겠지?내가 어떤 방법으로 발버둥 쳐봤자 난 사라지고 그런 내 옆에서 힘들어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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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뭐야???
“아 그게… 나 미국으로 이민가려고"
“……어?갑자기?”
“예전부터 생각했던거야
근데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네..”
“……아 그리고 이건 네 선물"
“….”
“곧 생일이잖아
생일에 옆에 못있어줄 수 도 있어서 미리주는거야…”

“꼭 가야해…?”
“……….”
“내 생일까지만.. 그때까지만 있어주면안돼?”
“……..미안해, 나 먼저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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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띵! 갑자기 누군가에게 문자가 왔다.
“누구지…? 어?…”
여주에게 온 문자였다.
우리가 만나고 너가 사라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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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아 나 여주야.
내 하나뿐인 사랑, 지민아 생일축하해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너와 같이 생일파티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미안해
널 많이 사랑한다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보내주고 싶어. 그리고 넌 절대로 못잊을거라고 널 죽기 직전까지 그리워 살거라고 꼭 말하고 싶었어.
사실 나일시적인 심근세포라는 희귀병에 걸렸어. 너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은 네 얼굴보고 못 말하겠더라.
나도 모르게 널 많이 사랑했나봐, 지민아
널 너무 많이 사랑해서 미안해
너랑 꼭 결혼하기로 했는데… 나 이제 몇 달 못살아..
의사 선생님이12월쯤 죽게 될거래
살 방법도 없고, 죽기 직전까지 너와 같이 있고 싶지만
그러기엔 네 인생이 너무 아까운것같아
나 같은 여자 말고 건강한 여자 만나서 살 길 바래
나랑 같이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 지민아.ㅎ
사랑하고 앞으로의 네 인생이 지금보다 빛나길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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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자를 끝으로 그녀의 소식을 들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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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_
12월 24일 갑자기 온 문자에 놀라 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는 의사 형이었다
‘여주 씨 우리 병원에 입원해있어, 죽기 얼마 남지 않아서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말한다.’
‘후회하기 전에 빨리 와’
심장이 내려앉았다
다급히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갔다
주소도 모르는데 무작정 눈이 오는 길을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이 사실을 부정하듯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