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재/ 태잔 명재현]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2화

기숙사 식당은 신입생들로 북적였다.

"와... 사람 진짜 많다."

명재현은 두리번거리며 감탄했다.

테이블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금세 웃고 떠들며 번호를 교환하고 있었다.

'저게 내가 상상했던 대학 생활인데.'

반면 그의 옆에는 묵묵히 식판만 든 태산이 서 있었다.

"뭐 먹을 거야?"

"...제육."

"나도 그거 먹어야겠다."

태산은 대답 대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줄을 서는 동안에도 둘 사이에는 대화가 없었다.

명재현은 몇 번이고 말을 걸 기회를 찾았다.

"서울 사람은 아니지?"

"...아니."

"오, 나도! 어디 살아?"

"광주."

"난 부산."

"..."

"부산 가본 적 있어?"

"...없어."

"나중에 꼭 가봐. 회도 맛있고 바다도 예쁘고—"

"밥 식는다."

"아... 그렇네."

또 끊겼다.

'진짜 말이 없네.'

둘은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명재현은 밥보다 주변이 더 신기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동아리 홍보를 하는 선배들.

같이 사진을 찍는 신입생들.

'나도 얼른 친구 사귀고 싶다.'

그때였다.

"재현아!"

누군가 뒤에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어?"

입학 OT에서 잠깐 인사했던 같은 과 동기였다.

"너 여기 있었네? 우리 자리 있거든. 같이 먹자."

"아..."

명재현은 옆에 앉은 태산을 슬쩍 바라봤다.

태산은 아무 말 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

"룸메랑 같이 왔어?"

"응."

"그럼 같이 오라고 해."

명재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태산아."

"...왜."

"같이 먹을래?"

태산은 고개를 돌려 동기들을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는 짧게 말했다.

"먼저 가."

"응?"

"난 다 먹었다."

식판을 든 태산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명재현은 멍하니 뒷모습만 바라봤다.

"너 룸메 잘생겼던데?"

"근데 엄청 차갑게 생겼어."

"공대라 그런가?"

동기들의 말에 명재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조금... 조용한 편이야."

"조금?"

"많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적응하면 친해질 거야."

'그럴 수 있을까.'

저녁.

방으로 돌아온 명재현은 코를 막았다.

"우와..."

방 안은 쾌적했다.

아침에 어질러 놨던 자신의 짐이 전부 정리되어 있었다.

옷은 접혀 있었고.

책은 한쪽으로 가지런히 쌓여 있었으며.

충전기 선까지 깔끔하게 묶여 있었다.

"뭐야?"

명재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네가 했어?"

책을 읽던 태산이 고개를 들었다.

"발 디딜 데가 없어서."

"...허락도 안 받고?"

"네 물건 잃어버리기 전에."

명재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나... 화를 내야 하나."

"둘 다 안 해도 돼."

"..."

괜히 얄미웠다.

"나 원래 이렇게 사는데."

"알아."

"뭘 알아?"

"5분 봐도 알겠던데."

명재현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은근 말 세게 한다?"

"사실인데."

"친구들이 너 싸가지 없대."

태산의 손이 잠시 멈췄다.

"...하루 만에?"

"아니, 그냥 첫인상이."

잠시 침묵이 흘렀다.

태산은 다시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상관없어."

딱 잘라 말하는 목소리였다.

명재현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상관없는 게 아니라... 익숙한 건가.'

괜히 더 묻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으악!"

명재현의 비명이 방 안에 울렸다.

"늦었다!"

시계를 보니 수업 시작까지 15분.

허둥지둥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가방을 뒤졌다.

"분명 학생증 여기 넣어놨는데!"

캐리어.

책상.

침대.

베개 밑.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망했다..."

그 순간.

툭.

무언가가 책상 위에 놓였다.

학생증이었다.

명재현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태산은 가방을 메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제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서랍 첫 번째 칸에 넣어놨다."

"..."

"다음부터는 확인하고 자."

태산은 그대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

멍하니 학생증을 내려다보던 명재현은 작게 웃었다.

"...좋은 사람 맞잖아."

방문 밖에서 태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나올 거면 문 잠근다."

"가! 간다!"

명재현은 학생증을 챙겨 허둥지둥 태산의 뒤를 따라 뛰어나갔다.

조금 차갑고.

조금 무뚝뚝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신경 쓰이는 룸메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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