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늘 새롭게 바뀌는 것들이 있다. 내 나이, 새 학기, 새 학년, 새로운 반 아이들까지
뭐 키도 조금 크고 살도 찌고 늘 이렇게 시간이 갈 수록 바뀌는 것들이 있는데
내겐 그 사이에서도 18년간 변하지 않은 존재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드르륵,
” .. 또 같은 반이야? “

” 그러게. 어떻게 이러지? “
” 진짜 이건 아니잖아..! “
최수빈.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데 18년간 바뀌지 않은 놈이다. 매년 같은 반이고 늘 짝궁이다.
이 정도면 우주 자체가 날 모함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 수빈아 나랑 학교도 똑같이 왔잖아. 반은 좀 떨어졌어도 되지 않았을까? ”
“ 허.. 웃기시네. 여주야 나 그만 좋아하랬지? ”
“ 말 함부로 하지마. 선 넘었어 방금 ”
“ 이 정도면 진짜 굿을 해야 돼 ”
그때,
드르륵,

“ 너네 또 같은 반이야..? “
“ 진짜 니가 봐도 말이 안되지? 우리 학교 비리 있나? “
” 너한테 혜택 줄 비리는 어떤 학교도 없을 듯~ “
탁,
” 이게 진짜..! “
” 키도 작은 게 어딜~ “
” 재작년까지만 해도 너 나랑 똑같았어 “
” 하지만 난 방학 사이에 컸지. 넌 클 기미가 없어보이고 “
“ 이씨!! 최수빈 넌 내 악연이야 분명 “
정말 우린 악연임이 분명했다. 이게 악연 아니면 뭐겠어? 내가 쟤보고 악연이라고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2년 전,

” 여주야!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
“ 나? 딱히 하는 거 없어 ”
“ 그래? 그럼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가자 ”
“ 좋아! 가자가자 ”
나와 썸 아닌 썸을 탔던 개존잘남이 하나 있었다. 우리 학교에 잠깐 전학을 왔었던 얘인데 아니 글쎄 얘가 나에게 완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거지
나야 어릴 때부터 얼빠였는걸, 마다 할 이유가 전혀 없지. 그렇게 썸 아닌 썸을 타고 있었을 때 최수빈 그 악마 같은 놈이..
“ 김여주 오늘 어머니가 일찍 들어오래 ”
“ 엥? 왜? ”
“ 내일 할머니,할아버지 오신다고 음식 하실거래 ”
“ 나 분명 오늘 학생회 회의 때문에 늦게 들어간다고 얘..ㄱ ”
“ 내가 그거 취소됐다고 말씀 드렸는데 ”
“ 뭐?! ”
“ 너 어차피 휴닝인가 뭔가 하는 놈이랑 떡볶이 먹으러 가려고 했잖아. ”
“ 아니! 그니까!! ”

“ ㅎㅎ 떡볶이는 나랑 집에서 시켜 먹으면 되잖아~ “
” 이 악마 같은 최수빈놈아!!!! “
진짜 내가 언젠간 저 앞니를 콱.. 대체 여자애들은 저 웃음이 뭐가 귀엽고 설렌다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봐도 비열하고 얄미운 토끼 웃음인데
아무튼 그렇게 내 썸 아닌 썸은 끝나고 말았다. 저 날 이후로 그 아이가 다시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버렸거든..
현재,
“ 내가 진짜 이번년도에도 연애를 못하면 그건 너 때문이야 ”
“ 지가 연애고자인 걸 왜 내 탓을 해? “
” 뭐?! 니가 그때 내 떡볶이 약속..!! “
” 아 몰라 몰라~ ”
꼭 저런 남사친들은 연애를 방해하더라 그냥 쟤는 내 행복이 싫은 것이다. 내가 저 놈의 행복에 배가 아프듯 저 놈도 내 행복에 배가 아픈거지
진짜 나 쟤랑 친구 왜 하고 있어..?
그렇게 수업시간이 어찌저찌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 아니 어떻게 이번에도 나만 떨어져? ”
“ 어떻게 이번에도 얘랑만 붙어? “
” 넌 애초에 붙을 친구도 몇 명 없잖아 “
” … “
” 아 미안.. 진짜 미안해 “
나와 최수빈 둘 다 워낙 내향적이라 사실 서로 빼고는 친구가 거의 없다. 고등학교 와서 친해진 건 여기 있는 최연준 한 명..?
그래서 내가 아직도 쟤랑 친구인가 싶다.
밥을 다 먹은 후,
” 아 배부르다~ “
스윽,
” 여기 학교는 이거 밖에 없더라 “
” 와.. 진짜 비리인가? 어떻게 초코우유가 수도권이 없어? “
” 남들은 다 이거 좋아하던데 넌 왜 수도권 좋아하냐? “
” 나? 수도권 사람이니까 “
” 풉.. 좀 웃겼다? “
” 내가 좀 ”
“ .. 그 말 들으니까 노잼 됌 ”
“ 이게 진짜..! ”
내가 최수빈과 친구를 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찾았다. 그건 바로 주기적인 초코우유 수급 때문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늘 밥을 다 먹고 나오면 얘가 초코우유를 주길래
이 부분 하나는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그때,
“ 어?! 조심해!! ”
“ ..!! ”
운동장에서 남자아이들이 차던 공이 나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왔고 난 순간 놀라 눈을 감아버렸다. 아니 피했어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탁,
“ 눈 떠봐 “
” … “
스윽,

“ 아니 어떻게 여기로 날라와? “
“ 와.. 넌 진짜 랄프야? 손이.. ”
“ 이거? ”
” 진짜.. 넌 왜 농구 안 하냐 “
” 내 운동실력 알잖아. 놀리냐? “
” ㅋ 들켰네 “
최수빈은 키 크고 뭐 비율도 꽤 괜찮은데 얘가 운동신경이 꽝이다. 진짜 그냥 종이인형 마냥 휘리릭 흩날려서
피구 할 때도 먼저 아웃되기 싫다고 외야수를 나가는 놈이다.
그때,
“ 어? 야 너 속눈썹 ”
“ 어디? ”
“ 눈 바로 아래 ”
“ ? 여기? ”
“ 아니 그 옆에 ”
“ 여기? ”
“ 아니 반대쪽 눈 ”
“ 그럼 여기? ”
“ 아니; 그 옆이라고 ”
“ 아 어디?! ”
스윽,
“ ..!! ”

“ 떼졌다. ”
“ … ”
얘가 제일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자꾸 사람을 깜짝 놀래켜서이다.
이 순간에 설레는 나도 싫고 뭐 다들 남사친한테 한 번씩은 설렐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난 얘가 좀 내 옆에서 떨어져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