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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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으로 들어온 왕은 작은 다과상 앞에 앉았다. 우진은 능숙하게 차를 준비했고, 이 집에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왕은 말을 끌어봤자 시간만 잡아먹을 것이란 생각을 하곤 본론을 꺼냈다.



"이 집에 이여주라는 여인이 살고 있다 들었다. 내 그 여인을 좀 만나고 싶은데..."

"여주라면 지금 이 집에 없습니다. 애가 워낙 바쁜아이라서 *유시면 집에 들어옵니다."

*유시 - 17시~19시



지금 이 집에 없다는 말에 설마 죽기라도 한건가 싶었지만 다행이 그것은 아니었다. 한낯 계집애가 대체 바쁠 이유가 뭐가 있나 하며 오늘은 이만 물러나기로 한 왕은 신하에게 우진이라는 자가 뭐하는 놈인지 조사를 하라고 시킨 뒤에 여주의 집을 나온다. 우진은 왕이 마당을 나설 때까지 뚤어지게 쳐다보다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뭔가 걱정이 섞인 미소였다. 한참을 마당에 서있던 우진은 "흑장미가 한 송이 더 늘겠네" 라는 말과 함께 한숨을 쉬며 집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흑장미의 여인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와 약간의 냇물이 흐르는 어느 산속 깊은곳, 해가 지지 않아 밝아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세자는 이곳에서 말을 타곤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사냥은 지정된 곳에서만 하는게 법이지만 내가 곧 왕이 될 것이고 법도 바꿀 수 있을 정돈데 뭐가 문제인가 하며 별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딘지도 모르는 숲을 누비며 사냥을 하던 중 한 동굴을 발견했다. 근데 동굴이라하기엔 동굴 속에서도 밝은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동굴보단 어딘가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세자는 그 통로를 지나보기로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세자가 타고 있는 말은 그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대체 뭐가 두려운 것이길래 나와 같이 가려하지 않는 것이냐?"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들어가려 했지만 말은 세자를 따라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계속 그 자리에 버티고 서있었다. 그래서 결국 세자는 혼자서 그 통로를 지나보기로 결심한다. 워낙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통로 넘어에서 누군가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말을 잠시 묶어둔 후 통로로 천천히 발을 들이자 어디서 오는지 모를 오한이 세자의 몸을 스친다. 지금은 한 여름인데도 통로는 겨울처럼 매우 차가웠다. 계속 통로를 걷고 있었는데 곧이어 통로의 끝이 보였다. 끝을 발견한 세자는 바로 달리기 시작했고 통로를 나오자마자 감탄했다. 평원의 주변은 나무가 둘러싸고 있고,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것들 중 무엇보다도 세자의 눈길을 끌은 것은 바로 이 평원 한 켠에 있는 장미꽃 밭이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인지 장미는 간격과 줄이 깔끔히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 몇몇은 그냥 장미가 아닌 흑장미였다. 흑장미 주변은 다른 땅과는 달리 잔디가 나있지 않았다. 그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세자는 이걸 곰곰히 생각할 틈도 없이 누군가에 의하여 뒤를 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