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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악당들
W.  그쁨




경고! 작가는 주인공을 상당히 비도덕적인 인물로 생각·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에 너도 참여하겠다고? 실험체로?"

"네!"

"음, 아직 실험체가 정해지지 않긴 했는데…, 지원이 넌 이능 개화 실험도 끝난지 얼마 안 됐잖아. 이능이 안정되기 전까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그건 그런데요…,"




성 박사, 그러니까 성현지는 제 앞의 소녀를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능 개화 실험의 첫 번째 성공체. 이제 막 열일곱이 된 소녀가 손을 꼼질거리며 말을 고르는 모습은 독이라는 위험한 이능을 가졌다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게요…, 하며 말꼬리를 늘리는 소녀의 이어질 말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성 박사는 소녀 모르게 작게 웃음 지었다.




"박사님이 그러셨잖아요, 저는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튼튼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응, 그랬지."

"그러니까요, 새 실험도 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소장님이 그러셨단 말이에요,"

"소장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제가 특별하다고요. 이능을 개화하고 저처럼 빠르게 적응한 애는 없다고 하셨어요."

"그건…, 그치. 지원이 너처럼 잘 적응한 애들이 없긴 하지."

"그러니까요-, 새 실험도 잘 할 수 있어요, 저!"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는, 눈을 반짝이며 올려다보는 소녀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성 박사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일단 후보에 넣어는 둘게, 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녀, 지원은 기쁜 듯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하며 허리를 접어가며 꾸벅, 인사한 지원이 들뜬 걸음으로 어딘가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성 박사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말간 웃음을 가진 소녀가 어디로 향할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실험이 성공한 이후, 소장의 눈에 들어 예쁨이란 예쁨은 다 받고 있었으니, 이번 실험에 저가 참여하게 되었단 사실을 자랑하려 가는 것일 터였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성 박사는 쥐고 있던 서류를 뒤적거렸다.




"…으음,"




새로운 실험에 필요한 실험체는 둘이었다. 한자리는 이미 정해진 실험체가 있으니, 공석은 나머지 한자리뿐이었다. 서류를 읽어내리던 성 박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원은 특별했다. 이능 개화 실험의 실패로 죽어나간 수많은 아이들과는 다르게, 실험의 첫 번째 생존자이자 성공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원은 연구소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늘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는 실험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말간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라 더욱 그랬다. 사랑스러운 아이. 그것은 비단 성 박사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물론이고, 연구소장에 센터의 국장에게까지 예쁨 받는 소녀가 지원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탐탁지 않았다. 성 박사는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만큼, 실험체 둘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정국, 이미 확정된 첫 번째 실험체. 그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다른 하나의 실험체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실험체의 실험체. 정국을 완성시키기 위해 거쳐가는 단계로 쓰일 실험체 자리에 저가 아끼는 소녀를 집어넣자니, 실험에 실패했을 때의 상황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저렇게 원하는데…."




연구소에서 실험체의 자원은 희귀한 것이었다. 저 소녀를 제외한다면, 이 실험에 자원하고자 하는 실험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 성 박사는 장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실험은 실험체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결과가 이능의 개화라는, 아주 찬란한 재능으로 피어나기도 하겠지만, 실패라는 결과 또한 존재하는 만큼 그 끔찍한 고통 속으로 제 발로 들어서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원은 특별했다. 오직 결과만을 고려한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어쩔 수 없지. 고민을 마친 성 박사는 저가 들고 있던 파일을 뒤적여 종이 한 장을 뽑아냈다. S730928, 김지원. 소녀의 프로필이 적힌 종이를 따로 빼낸 성 박사는 제 연구실로 걸음을 옮겼다. 별 수 없다. 어차피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지원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가지게 될 테니, 그 편이 소녀에게도 더 만족스러우리라. 성 박사는 다짐했다. 소녀를 위해서라도 이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반드시.


















"기분이 어때? 피곤하진 않고?"

"좋아요! 어제 많이 먹고, 많이 자고 와서 괜찮아요!"

"잘했네, 이능 개화 실험 기억하지? 이번 실험도 그때랑 비슷할 거야. 대신, 주사는 한 번만 맞을 거고, 약물 반응 안정화되면 저번처럼 구슬을 줄 테니까 삼키면 돼. 알겠지?"

"네에-,"

"그래, 착하다."




지원은 성 박사가 주사기와 정체 모를 약물을 꺼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신중한 표정으로 여러 개의 약물을 배합하는 그 모습을 보며 지원이 물었다. 박사님,




"정국이는요? 같이 받는 실험 아니었어요?"

"음…, 정국이는 지원이 네 실험이 끝나면 바로 이어서 실험 받을 거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서."

"아아, 그렇구나…."

"요 며칠 정국이랑 그렇게 친해졌다더니, 잠깐 안 보는 건데도 보고 싶어?"

"헤헤, 다른 애들은 다 저보다 한참 어리잖아요. 정국이가 거의 유일한 또래 친구니까!"




성 박사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앞으로 받을 실험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인지, 지원은 계속해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정국과 정원을 산책하다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경호원 아저씨가 연구소까지 업고 뛰어준 이야기,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어서 정국이와 소장님께 찾아가 간식을 달라며 떼를 썼단 이야기, 정국이가 가르쳐준 공기놀이라는 걸 하다 손바닥이 다 까진 이야기, 연구소 바깥에 있을 열일곱 소녀가 할법할 이야기들을 흐뭇하게 듣고 있던 성 박사가 배합한 약물을 주사기에 채워 넣으며 말했다.




"초콜릿이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나한테 오지, 사탕도 잔뜩 사놨더니 나한텐 찾아오지도 않구?"

"…박사님은 하루에 한 개씩만 주시잖아요!"

"어어? 소장님한테는 대체 몇 개를 받았길래?"

"…비밀이에요? 스무 개 받아서 정국이랑 반반 나눠먹었어요-,"

"못 살아, 양치는 제대로 했지?"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의 사랑스러움에 더 혼낼 수도 없다. 성 박사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지원의 소매를 걷었다. 곧 주사를 맞으리란 것을 알아챈 지원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성 박사는 안쓰럽단 표정으로 딱딱하게 굳은 지원의 팔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별로 안 아플 거야 이번에는."

"…진짜요?"

"응, 조금만 참자. 실험 다 끝나고 정국이랑 놀러 오면 맛있는 거 줄게."

"진짜죠? 쪼잔하게 한 개만 주는 거 아니죠?"

"어이구? 다섯 개씩 줄게, 됐지?"

"아싸!!"




행복해하는 지원을 보며 성 박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긴장으로 굳어진 지원의 팔이 어느 정도 말랑말랑해졌다. 성 박사는 망설이지 않고 주삿바늘을 지원의 팔에 가져다 댔다. 굵은 주삿바늘이 지원의 팔을 뚫고 들어갔다. 이미 흉한 자국이 가득한 지원의 팔에 또 다른 자국이 생겨났다.

천장을 보고 있는 지원의 반응을 확인하며 성 박사는 천천히 약물을 밀어 넣었다. 반의반, 이상 없음. 그렇다면 절반. 약간 기다렸으나 별다른 이상 증세 없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죄다 지원의 팔에 투여한 성 박사가 알코올에 젖은 솜으로 주삿바늘이 뚫고 들어간 자리를 꾹 눌렀다. 굵은 바늘이 빠져나왔다. 그 생생한 느낌에 지원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팔에서부터 경련이 일었다. 일전과 같은 반응에 지원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쳤다. 성 박사가 지원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 지원아. 괜찮아. 연신 괜찮다는 말만을 반복했으나 결국 지원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이 떨려온다. 약물의 부작용과 같은 것이었다. 약물이 지원의 몸에 완전히 안정화될 때까지, 성 박사는 지원의 손을 잡은 채 연신 괜찮다는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괜찮아, 지원아. 괜찮아….




"후우…, 흐…, 윽,"

"…괜찮아, 수고했어. 많이 아파?"

"으으…, 박사님…,"

"…수고했어, 지원아…."




떨림이 멎었다. 식은땀에 젖은 지원의 앞머리를 쓸어넘겨준 성 박사가 지원이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도왔다. 천천히 호흡 내쉬고, 그렇지-, 하는 성 박사의 조곤조곤한 음성에 지원이 안정을 되찾았다. 들쑥날쑥하던 호흡이 제대로 돌아왔다. 이제 괜찮아요, 아팠을 텐데도 말간 웃음을 지어 보이는 지원에 성 박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기서 끝이라면 좋으련만, 아직 실험이 끝날 때까지 몇 단계가 더 남아있단 사실이 성 박사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서랍 속에서 일전과 같은 원형의 함을 꺼내든 성 박사가 그것을 지원에게 내밀었다. 저번에 했던 거 기억나지? 하는 성 박사의 말에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곤 함을 열었다. 황금색 구슬이었다. 이능 개화 실험 때와는 다르게 예쁜 빛깔의 구슬에 지원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지원은 망설임 없이 구슬을 입에 넣었다.

이능 개화 실험과 같은 부작용은 없었다. 구슬을 삼킨 뒤엔 속이 약간 뜨거워지는 느낌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지원과 연결된 기계가 그의 상태가 완전히 안정되어 있음을 알렸다. 다행이다. 성 박사는 안심하며 지원을 일으켜 세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험이 빨리 끝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성 박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고생했어, 하는 말을 듣곤 헤헤-, 하는 티 없이 맑은 웃음을 짓는 소녀를 보는 성 박사의 눈에 애정이 깃들었다.




"자, 이제 진짜 마지막! 실험은 아니고, 결과 확인용으로 이능 수치만 좀 재 볼게-,"

"네에-, 근데 박사님, 이번에 제가 삼킨 건 무슨 이능이에요?"




지원의 물음에 성 박사가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 지원이 삼킨 황금빛 구슬. 일전에 삼킨 초록빛 구슬과는 다르게 그것은 이능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이드의 힘을 담은 구슬이었다.

성 박사는 고민했다. 제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할지. 에스퍼의 이능과 가이드의 가이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연적으로도, 인위적으로도. 만일 지원이 삼킨 가이딩을 완전히 제 능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두 개의 상반된 능력을 동시에 가지게 된 최초의 에스퍼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 박사는 그 사실을 지원에게 알리는 것이 망설여졌다. 최초, 그것은 지원의 앞에 펼쳐질 것들이 온통 미지의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부작용이 있다 한들,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스타트를 끊은 것이 지원이기에.

하지만 성공이라면, 부작용쯤은 가볍게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에스퍼가 될 수 있다. 성 박사는 고민을 마치곤 입을 열었다. 네가 삼킨 힘은 이능이 아니야, 그 말에 지원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건 가이딩이야."

"…가이딩이요? 박사님, 하지만 저는 에스퍼인걸요?"

"그래, 넌 에스퍼야. 하지만 이로써 가이딩 능력을 가지게 된 에스퍼가 된 거지."

"…네?"

"지원아, 생각해 봐. 에스퍼의 능력은 가이딩이 없으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거야. 끔찍한 족쇄가 걸려있는 셈이지."




하지만 가이딩을 스스로 채울 수만 있다면? 가이드라는 목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에스퍼라면? 성 박사의 말에 지원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 모습에 내심 안심한 성 박사가 지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완벽한 에스퍼가 되는거야. 어때, 멋지지 않니?"

"…멋있어요, 좋아요!"

"그렇지? 그럼 지원이 네 가이딩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확인해 볼까?"

"네!"




지원은 심호흡을 한번 하곤 손을 내밀었다. 가이딩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에 손을 올리자, 이능과 비슷한 무언가가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손 떼면 안 돼. 익숙지 않은 감각에 당장에라도 손을 떼고 싶어 하는 지원을 안다는 듯, 성 박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지원은 꾹 참고 기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는 알림 창이 뜸과 동시에 지원은 기계에서 손을 뗐다. 어쩐지 손바닥이 얼얼한 것 같았다.




"세상에, A급이구나!"




성 박사가 화면을 확인하곤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B급만 돼도 성공이라 생각했건만, 무려 A급 가이딩 능력이었다. 역시, 지원은 그 누구보다 완벽한 실험체였다. 성 박사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띠곤 지원에게 말했다.




"축하해, 지원아. A급이야. 이번 실험도 정말 훌륭하게 해냈어!"

"…성공이에요?"

"그럼-, 음, 혹시 모르니 가이딩을 한번 연습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지금 기분은 어때? 혹시 피곤하니?"

"아, 아니요.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가이딩을 직접 한번 해보고…,"




성 박사가 기쁜 얼굴로 지원을 데려간 곳은 연구소장의 연구실이었다. 소장님께 가이딩을 한번 해 보라는 말에 지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으나, 계속해서 재촉하는 성 박사와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고 있는 소장에 결국 그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다. 지원은 천천히 가이딩을 불어넣었다. 이능과는 다른 느낌의 능력이 제 손을 타고 소장에게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끄욱, 컥,"

"…소장님? 소장님!!"




소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다 이윽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을 때, 성 박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지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장에게로 넘어가던 능력의 흐름을 끊은 지원이 당황에 젖은 얼굴로 성 박사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무너진 채 헛구역질을 하는 소장을 보는 성 박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원의 가이딩은 가이딩이지만 가이딩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성 박사는 서둘러 연구소장의 연구실에서 뛰쳐나갔다. 안돼, 하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성 박사의 얼굴이 절박했다.

실패다, 실패했다.

소녀의 실험은 처참하게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