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Episoed 02. 살아남아라

Gravatar




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W. Flower_화령


[BGM] Stay Alive - 정국 (JK)











온 몸이 수중에 가라앉는 기분이 느껴졌다. 오백년이란 긴 시간동안 이런 안식을 지내본적이 있는가. 카르시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강력한 마력과 영생.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갈망하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녀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목표없는 인생은 영원히 해가 들어오지 않는 동굴과도 같았으니.





“아가, 이제 눈을 떴니.”





끝 없는 어둠이였다. 피로 얼룩져야 할 옷은 순백의 슬립이였고, 죽을 것 같이 아파오던 통증도 없었다. 카르시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래, 여기는 말로만 듣던 사후 세계구나. 그리고 자신은 죽었구나. 죽고나서야 실감이 나다니, 카르시아는 저도 모르게 삶에 미련이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음성이 들려오자 쥐었다 폈다 반복하던 손을 내리고 주변을 살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는 신이란 이름을 가진 존재였다.





“못 본 사이에 얼굴이 수척해졌구나.”

“… …”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사랑하는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다니.”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건가?.”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사후 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긴 세월동안 카르시아는 죽음의 문턱에 조차 서지 않은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수 많은 사람을 죽여온 자신이 지옥으로 가게될지.

신은 이런 카르시아의 마음을 엿듣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풉. 이라는 소리와 함께 웃음을 방정맞게 터트렸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웃음이 터진건지 알 수 없어 카르시아는 꼭, 저를 비웃는 것 같은 모양새에 기분이 나빠져 미간을 좁혔다. 그러자, 신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가에 달랑- 매달린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하하하하. 꼭 인간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 …”

“인간은 환생을 하고나서 그 갚을 치룬단다. 하지만, 넌 인간이 아니잖니?.”

“… …”

“넌 특별한 아이잖아. 구리고 우리에게 꽤 많이 사랑을 받고있지. 넌 모르겠지만-.”

“그쪽들에게 받은 사랑 따위는 필요 없어. 어쨌든 날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니까.”





죽지도 못하고, 사랑받지도 못하게. 눈을 질끈 감자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하인스의 차가운 눈길이 다시금 떠올랐다.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뼈저리게 한이 맺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는 널 사랑하지 않을텐데. 그리고 절대로, 네게 황위를 주지 않을텐데. 뒤늦게 죽고나서야 올라온 분노는 좀처럼 참기 힘들만금 속을 억눌러왔다.





“아가,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우리에게도 신의 뜻이란게 있단다.”

“하!, 신의 뜻?. 개처럼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는게 신의 뜻인가?.”





곧바로 신은 형체를 들어내 뒤로 다가와 손으로 그녀의 목을 덮어왔다. 금방이라도 목을 조여올 것 처럼.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손길은 자상하고 다정했다. 상처를 어루어 만져주는 것처럼. 손길은 자상했지만 불쾌한 감정마저 어루어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 거칠게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자 눈처럼 새하얀 머리를 가진 여인이 서 있었다.





“아가, 내가 널 아끼지만 네 말에는 틀린 곳이 여러개구나.”

“대체 뭐가 틀렸다는거지?!.”

“첫 번째, 그 아이를 사랑한 건 오로지 네 뜻이잖니. 우리도 싫었단다. 네가 그 아이를 사랑한 것을. 게다가, 신은 인간의 사랑에 개입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신의 직급을 박탈되고 싶지 않은 이상. 두 번째, 오로지 널 사랑한 자도 있었어. 네가 몰랐을 뿐이지.”





Gravatar

손가락을 탁- 하고 튕기자 허공에 죽은 그녀의 시신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뷔가 보였다. 저 아이가 우는 것을 또, 언제보았더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만, 이번이 한 번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 뷔의 모습을 보던 카르시아를 지켜보던 신은 제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대며 마음이 아프다는 몸짓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봐. 저 아이가 얼마나 서글피 우니. 그런데 무엇을 사랑받지 못했다는거지?.”

“… …”

“충분히 이해해. 죽은 것에 대해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었을테지.”

“… …"

“다시 돌아가고 싶다 하였지. 그리고, 후회하고 있다 하였지. 내가 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 어떻겠니?.”

“그게 무슨…”

“다시 돌아가. 돌아가서 ‘신의 뜻’을 찾아내. 그리고 원래대로 돌려놓는거야.”





신의 뜻. 너무 방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카르시아는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돌아가라니, 아무리 신이라 해도 죽은 반신의 몸을 어떻게 다시 살려낸단 말인가. 불신적인 눈동자가 신에게 닿았다. 느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모습이 신이 워나는 것이 ‘신의 뜻’을 찾는 것만은 아닌 듯 했다.





“아가, 내가 널 아낀다고 했잖니.”

“… …”

“그리고, 저 아이가 무슨 짓을 저지르기전에 빨리 막는게 좋지 않겠어?.”





카르시아의 시야가 다시 한번 뷔를 향해 돌아갔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하인스를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러면 반역죄로 그 아이 역시 죽임을 당할텐데. 걱정스러웠다. 그런 카르시아의 표정이 신에게는 다 느껴졌다. 저 남자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신이 손짓을 하자 환한 빛이 온 몸을 휩싸는 느낌이 들었다. 시야도 점차 흐릿해지고, 멈추었던 심장도 빨리 뛰는것이 저 신이 말했던 ‘돌아가라’ 라는 말에 책임을 지는 듯한 모양이였다. 깜깜해지는 시야 속에 유일하게 열려있던 청각이 신의 목소리를 잡아냈다.





“아가, 잘 들어. 내 이름은 아이린이야. 다시 돌아가면 몸이 예전과는 다를거야. 그건 깨어나고서야 알 수 있겠지.”

“…우린 널 진심으로 아끼고 있어. 그러니, 이번만큼은 제발…….”




제발, 뭐지?… 끝말을 완전히 듣지못한 카르시아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 암흑 트성이인 인간과 사후세계의 중간인 이곳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카르시아를 보며 아이린은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가슴을 조렸다.


제발, 이번만큼은-

살아남아줘.

그리고,





그곳을 구해.





* * *





“허억!!…”





멈추었던 숨이 폐에 한 번에 들어오는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입과 코로 들어오는 산소, 그리고 세차게 뛰는 심장. 카르시아는 그제서야 온전히 실감이 났다. 신이 정말로 저를 다시 살려주었구나. 다시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이전 생과는 다르게 군살 하나 없는 손바닥. 카르시아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니였다.





쩅그랑, —





“카르시아님?…”





날카로운 파열음 소리에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쟁반에 올려가져온 듯한 수건과 물 대야는 바닥을 뒹군지 오래, 곧 와락- 하고 안겨오는 느낌에 카르시아는 내뺴지도 못한채로 일단은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제게 안길 사람은 단 한명 밖에 없었다. 뷔 프로메테우스. 그의 손길이 허리를 더욱 강하게 안아왔다,





“…살아, 오신거지요?. 그렇죠?.”





목소리 만으로도 얼마나 그가 공포에 절어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 그의 어깨에 고개를 올리고서 자장가를 불러주던 그때처럼 다시 낮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 태형아.”

“…카르시아님!!…”





‘태형아.’ 라는 말을 듣자마자 뷔는 부모를 잃었다 다시 찾은 아이마냥 엉엉, 울고 또 울었다. ‘태형’은 그녀가 자신이 어릴적에 지어준 별명같은 것이였는데, 그 별명은 오직 카르시아와 자신만이 알고있었다. 그 말을 듣고나서야 온전히 그녀임을 알아챈 뷔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Gravatar“다시, 다시는… 카르시아님 홀로 두고 가지 않을겁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