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Episoed 05. 최연소 마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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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W. Flower_화령















“일어나서 이것부터 좀 먹어봐.”





식힌 스프를 입 안으로 가져갔다. 막상 마음을 먹긴 했으나, 눈 앞에 있는 뷔 때문에 뜻대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원래 같았으면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복수에 몰두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뷔가 다쳤다. 그것도 자신 때문에. 자식처럼 키워 온 아이가 자신 때문에 스스로 제 몸의 일부를 내어주었다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다시금 오소소- 올라왔다. 그래서 일단은 복수를 미뤄두는걸로 했다. 그것 마저도 아예 미뤄두는게 아니라, 뷔를 간호하면서 간간히 움직일 생각이였는데…





“그만 좀 웃지?.”

“…큼, 제가 언제 웃었다고 그러세요.”





요 녀석이 살살 신경을 건드렸다. 처음 간호하겠다 나섰을 때 부터 일주일이 된 오늘까지, 음식일 먹이거나 통감 마법을 간간히 걸어주러 올 때마다 뷔는 입꼬리를 주체 못했다. 지금 아파서 앓고있는건데, 대체 뭐가 좋다고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럴거면 알아서 먹으라고 숟가락을 던져주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게 오로지 제 잘못이라 숟가락을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한채 꽉- 쥘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침대 헤드에 기댄 뷔가 분위기를 눈치채고서 광대를 애써 내리며 말했다.





“…카르시아님은 제 마음 모르시겠지만, 전 옛날 생각난단 말이에요.”

“옛날 생각?.”





무심하게 숟가락을 내려놓으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생각이라 함은, 뷔가 카르시아에게 구출되어 막 그녀의 집에 들어갔을 적인데-. 그때의 뷔는 지금과는 다르게 건강하지 못했다. 못 먹어서 영양실조는 기본이였고, 여기저기 부러진 곳도 많아서 카르시아가 옆에서 간호했던 시절이였는데. 아마 그때의 얘기를 하는 모양이였다. 뷔가 이렇게 설레해 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었는데, 그로부터 열심히 치료해서 일반인 보다 더 건강해져 검을 휘두르니, 더이상 카르시아가 뷔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였다. 그러니 아무말은 하지 않았어도 서운했었다 이거지.






“야. 그건 네가 그때 엄청 몸이 안 좋았고-. 나중에는 잘 먹어서 키도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데, 내가 신경 쓰는게 조금 이상하지 않아?.”

“그래도…”

“게다가 다 큰 성인이 나한테 어리광 부리는 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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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카르시아님의 ‘아가’, 아니였어요?.”





어깨가 움찔거렸다. 할 말이 없었다. 카르시아는 늘 뷔를 ‘아가’ 아니면 ‘태형아’ 라고 부르곤 했는데, 그가 이것을 빌미로 태클을 걸 줄은 몰랐다. 하지만, 카르시아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는 애가 키도 자신보다 작고 소년미가 있어서 나름 귀여웠는데… 지금은 키도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몸도 우락부락 해져서 귀엽다기 보다는 조금… 징그럽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예전처럼 대하기엔 좀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저는 하인스와, 뷔는 마물로 북부에 가 있었으니 더욱 어색할 수 밖에.





“게다가 나이 차이로 보면, 제가 카르시아님의 아가는 맞잖아요. 나이는 기억 안 나신다 했으니, 대략… 470살 차이나지 않나?. 

“… …”





이게 나이 가지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자, 뷔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뷔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 앞에선 늘 차가운 얼굴로 일관하는 그녀인데, 유일하게 자신의 앞에서 표정을 들어낸다는 사실이 나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한번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받고, 배신을 당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다가서려하면 단호하게 선을 긋겠지. 

괴로웠다. 그녀가 배신당해 상처를 입은 것도, 그깟 놈 하나 때문에 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그나저나, 너도 슬슬 침대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어?.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시키실 일이 계시는군요?.”

“…맞아.”





눈치는 빨라가지고.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싶었지만, 일단은 그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였다. 쥐었다 핀 손에 눈길을 옮겼다. 벌써 깨어나고 몸을 추스린지 열흘 이상이 지났다. 그럼에도 닫힌 마력이 열릴 생각이 없는 걸 보면 이제는 거의 확실해졌다. 

마력이 봉인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몸에 마력이 존재하긴 한다. 카르시아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마녀였기에,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문제인것은 왜 신이 마력을 봉인시켰는가-. 이다. 물론, 지금 쓸 수있는 마력으로도 복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지금 상태로도 마탑주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범위의 문제였다.

마녀란 신의 영역이였다. 몸은 인간의 것이긴 하나, 가진 마력은 신을 능가할 능력을 가진 자들을 신들은 ‘반신’ 이라 불렀다. 예를 들어 죽은지 얼마안된 자를 살리거나, 죽은 자와 대화 하거나, 혹은 다친 곳을 없던 것처럼 치료하는 것처럼. 신 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게 ‘반신’의 역활이였다. 인간들 사이에선 그것이 마력과도 비슷하니 그런 카르시아를 ‘마녀’ 라고 줄렀던 것이였다. 그러나, 지금 힘의 일부가 봉인 된 것을 보면… 마력과 신의 능력 중, 아마 ‘신의 능력’ 이 제한 당한 모양이였다. 이 말은 즉, 뷔가 다치거나 죽어도 봉인을 풀기 전까진 치료하거나 살릴 수 없단 뜻이였다.





“…힘이 아무래도 봉인 당한것 같아.”

“…네?.”





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카르시아의 힘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고있었던 그는 다른 건 묻지않고 딱 하나 되물었다. ‘신의 능력인가요?.’ 통감 마법을 쓴 것을 확인했으니, 마력이 봉인 당한것은 아니라 생각해 물은 것이였다. 카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늘 불멸의 영생이였기에, 죽는 것만 생각한 그녀로써는 힘을 잃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으며, 감히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던 일이였을 것이였다. 





“우선 마탑주부터 만나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마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마탑주 밖에 없으니까.”

“… …”

“그런데 문제는 봉인 당한 힘이 ‘신의 능력’ 이라는 소리인데… 마탑주가 그쪽에도 능통할지는 모르겠어요.”





뷔는 듣기 좋은 위로보다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카르시아의 성향에 맞춘 것이겠지. 그 누구보다도 동정을 싫어하는 그녀니까.

하지만 카르시아는 뷔가 해결방안을 제시했음에도 마음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신의 능력’을 잃은 이상 그냥 마력이 ‘강한’ 인간과도 다름이 없었기에, 제 주변 사람들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단 생각에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살아가던 오백년동안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감정이였다.





“걱정마세요. 카르시아님.”





따스한 손길이 뺨에 닿은 것과 동시에 고개가 위로 들렸다. 다정한 손길과, 자상한 목소리. 하인스가 늘 카르시아에게 해주던 것들이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누구랑 누구를 겹쳐 보는거야… 뷔에게 미안하게. 자신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한 뷔는 엄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쓸어내렸다. 





“죄책감 가지지마세요. 저는… 당신이 악인이였다고해도 그렇게 했을거에요.”

“…태형아.”

“다른 사람한테 악인이면 어때, 당신은 이미 나의 하나뿐인 ‘신’ 인데.”





카르시아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태형아. 씁쓸하게 웃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사람, 유일하게 등을 맞대고 싸울 수 있는 사람. 너를 하인스와 겹쳐 봤어… 라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정말 쓰레기 이지 않은가. 

그날 이후 뷔는 침대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여러번 마탑에 편지를 보냈다. 하루라도 빨리 카르시아가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더욱 서둘렀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아도 곁에서 오랜시간 지켜온 뷔로써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지. 가끔은 불안하기도 했다. 카르시아가 살아돌아온 것은 다행이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후유증으로 전같은 기개가 넘치는 모습은 볼 수 없어서 그녀가 다시 한번 삶에 대한 희망을 놓을까봐. 

그래서 하루 빨리 기운을 차리게 해주고 싶었는데…





“오늘도 답신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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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발, 이 망할놈의 마탑주 새끼가 답신도 안 보낸다. 카렌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다 나올지경이였다. 그래, 이해는 한다. 갑자기 저택으로 와 만나자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하지만, 카르시아의 정체를 아직 숨겨야 했기 떄문에 어느정도 성의 표시도 했다. 그런데 승낙도 거절도 없고, 아예 편지를 씹어버린 것에 뷔가 눈이 돌아가버린 것이였다. 마탑주가 콧대가 높다더니 이참에 마탑에 쳐들어가 콧대를 눌러줘야겠다 생각한 뷔는 의자에 걸어둔 자켓을 집어 문으로 향했다. 





벌컥, —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야.”





뷔의 발걸음이 멈췄다. 들어오겠다 예고도 없이 서재의 문을 벌컥- 열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인데… 뷔의 미간이 와락- 하고 구겨졌다. 그럼 카르시아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의외였습니다?. 이렇게 예의없이 굴었는데, 지금까지 곱게 참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 …”

“소문이 아주 진실인건 아닌 모양이야. 아니면, 그 괴물같은 성격을 잠재울만큼 급한 일인가?.”

“…마탑주.”





문에 기대 삐딱하게 서있는 사내의 미소에는 장난기가 넘처 흘렀다. 최연소 마탑주자리에 올라, 역대로 강한 마력으로 주변인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자. 뷔는 그런 그를  다른 이들처럼 평범하게 대할 수 없었다. 

마탑주, 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천재적인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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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피델리오.”

“… …”

“내가 당신이 찾고있던 바로 그, ‘마탑주’ 입니다.”





‘반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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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제이홉 피델리오 [최연소 마탑주] 
— 반은 악마, 반은 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반마’
— 평범한 이들에게는 그저 친근하고 친밀한 사람이지만, 눈썰미가 좋은 이들에겐 속내를 알 수 없어 위험한 사람 1순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