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Episoed 08. 이성과 감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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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W. 꽃서령













카밀라는 마탑주가 떠나고 곧바로 뷔가 마련해준 침실로 향했다. 노곤하고 피로감이 온 몸을 감쌌다. 하루종일 카밀라와 카르시아의 접점을 지우기위해, 스토리를 짜낸것이 그 원인이였다. 무거운 몸을 폭신하고 넓은 침대에 누이자마자, 커다란 문 너머에서 똑똑- 하고 정중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





“카밀라님 저입니다.”





신중한 노크소리와 중후한 목소리. 카밀라는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문으로 향했다. 양 손잡이를 붙잡고 활짝- 하고 열자 그 앞에는 이 저택의 집사이자 카르시아를 섬기는 또 다른 부하인 ‘카렌’ 이였다. 휴식시간을 방해한 것은 조금 언짢기는 했지만, 카렌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인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는 그녀는 그를 방 아능로 들이며 찻 주전자가 있는 선반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차라도 한잔 줄까?.”

“아뇨. 지금은 차를 드실 때가 아닌듯 합니다.”





그의 말에 차 주전자에서 손을 뗀 카밀라가 뒤돌아 소파에 앉아있는 카렌을 돌아보았다. 차를 마실 때가 아니라니…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장이였다. 얘가 처음에는 왜 그러나 싶어 잠시 멈칫- 하기도 했지만 평소보다도 더 진중하고 진지한 얼굴에 우선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고 팔짱을 낀채 다가섰다.

그러다 소파 손잡이에 걸터앉곤 카렌을 향해 이야기해보라는 듯이 턱짓을 까닥- 거리자, 천천히 입술을 뗀 카렌이였다.





“뷔님께 들었습니다. 에덴베르 공작가의 가주가 되시려고 한다고요.”

“그래, 맞아. 전에는 이 제국의 황제를 지키던 사람이였으니, 이번에는 그 황제를 바꿔보려고 하는데…”

“… …”

“그러려면 에덴베르 공작가의 권력이 필요해. 너라면 이정도는 눈치챘을텐데.”





다른 이가 들으면 반역이라고 노발대발 할 테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했던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황제로부터 배신을 당해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가 카밀라 공녀의 몸을 빌려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생각했다. ‘마녀께서, 황제에게 복수를 하시겠구나.’ 라고. 하지만, 그녀는 원래 전쟁터에서 일하던 몸. 귀족가의 상황을 잘 모르는 카르시아가, 에덴베르 공작가의 내부 사정까지는 알 수 없을터였다. 그래서 카렌은 카밀라가 깨어난 직후부터 에덴베르 공작가의 내부사정을 몰래 조사하고 있었는데, 그 조사결과가 지금 카렌의 손에 들려있었다.





“…제가 카밀라님께서 깨어나시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에덴베르가의 내부사정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부 사정이 별로 좋지 않더군요.”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공작부부가 죽어나갔으니까, 혼란스러울거라 예상했지.”

“그것 뿐이면 제가 이렇게 달려왔겠습니까?.”

“…뭐가 또 있나?.”

“에덴베르가의 방계 혈족들이 수도로 올라와 가주자리를 꿰차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뭐?.”





얘기를 듣던 내내 여유로웠던 카밀라의 얼굴에 금이 갔다. 방계 혈족이라함은, 에덴베르가의 친척쯤 된다는 소리인데 공작부부의 죽음을 알고 권력을 꿰차기위해 수도로 올라왔단 얘기였다. 카밀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뷔의 일도 있고, 조금 여유있어도 된다는 생각에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방계들이 움직이고 있었다니. 예상외로 약삭빠른 놈들이였다.





“카밀라님도 알다싶이 황궁 무도회가 곧 열리는건 아시죠?.”

“그래. 그날에 마탑주랑 만나기로 했었ㅈ,”

“그날 공작가의 가주 승계시기이 열립니다. 황제로 부터 말이죠.”





순간적으로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가주 승계식을 황제가 해준다는 것은 즉, 황제의 측이라 발표하는 것. 카밀라는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하인스 이안 헬리오. 복수하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에덴베르가를 집어삼켜야 했고, 집어삼키려면 하인스의 얼굴을 보아야했다.





“…무슨 심정인지는 알겠습니다. 에덴베르가의 가주가 되는 것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카밀라님은 능력이 되시니까요.”

“… …”

“하지만 황제라면 다릅니다. 당신은 늘… 하인스라면 마음이 약해지셨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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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금 내가 아직도 하인스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성과 감정은 별개입니다. 아무리 카밀라님이 황제를 증오하고 치를 떨어도, 한때는 사랑했던 사이가 아닙니까!.”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지?.”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분노와 증오를 감추고 하인스 황제의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제 막 가주가된 영애인척. 말입니다.”





카밀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거기까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복수, 그러려면 가주가 되어야한다. 거기까지만 생각을 했지, 하인스의 얼굴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한다니… 찌르르- 하고 울려오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연기라면 자신있었다. 전쟁을 위해 노예인 척, 평민인 척, 사내인 척, 하다못해 창부연기까지도 잘해 감쪽같이 속여오던 자신인데 무엇을 못하겠느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인스… 하인스라면 달랐다. 그 녀석이 유일했다. 카밀라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게 만드는 유일한 녀석.





“전 예전부터 카밀라님을 모셔왔지만, 지금은 프로메테우스 공작님의 집사이기도 합니다. 아시겠지요, 그 분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 무슨짓까지 했는지.”

“… …”

“목숨을 함부로 여기지 마십시오. 이젠 당신은 ‘신의 능력’ 도 사라졌지않습니까. 이제 당신도 인간들의 검을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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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태형이 녀석 편을 엄청드네. 처음에 집사 맡아달라고 내가 부탁할 땐, 싫다고 그렇게 뭐라하더니.”

“이제 그분도 제 주인이시니까요.”





하나같이 틀린 말이 없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뷔의 편만 들어대는 카렌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결정하십시오. 하인스 황제를 죽일 각오 하나만으로 이 악 물고 그의 옆에서 빈틈을 노리던지. 아니면, 복수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인간으로써 평화롭게 사십시오.”





정말 냉정한 말이였다. 가슴속에 있는 분노와 증오를 없애고 평화롭게 살라니. 애초부터 그녀에게 평범한 삶이라는 것은 없었다. 누군가를 위해 싸우고, 또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늘 그런 삶의 반복이였던 나날들이, 어떻게 갑자기 평화롭게 살라고 해서 평화롭게 살아지겠는가. 카밀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평화롭게 살려면 단 하가지 방법 밖에 없었다.

하인스를 죽여야해.

그래야, 죽어서도 살아서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어.





“…카렌 너의 말은 잘 새겨듣지.”

“그럼…”

“그래도 내결정은 결코 달라지지않아. 난 그녀석을 황위에서 끌어내릴것이다. 그리고 내가 느낀 고통에 천 배, 만 배는 돌려줄거야.”

“… ..”

“그러니까 지켜봐, 카렌. 내가 어떻게 그 녀석을 끌어내리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밀라의 말을 듣던 카렌을 결심한듯 그녀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따르겠습니다. 마녀.’ 이미 결과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가운데에는, 그녀가 이제는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였다. 결국, 이것도 실패했지만.

이건 목숨을 건 체스였다. 누가 가장 강력한 말을 가지고 잘 조종하는지 보는 생존 게임. 실패할 수도 있다. 최악에 상황에는 그녀가 마녀라는 것을 들키고, 어쩌면 자신까지도 죽을 수 있는 중대한 일이였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30년 전 전쟁터에서 카르시아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자기는 이미 죽은 목숨이였으니까. 그러니 괜찮다.

이 여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값지니까.





“태형이는 지금 어디있지?.”

“일정 때문에 잠시 외출하셨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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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에덴베르가로 가겠다. 그리고 태형이한테 전해.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나한테 보고하라고. 사소한 거라도 좋아, 그 녀석의 식사 메뉴도 좋다.”

“… …”

“이제 지체할 시간은 끝났어.





조금만 기다려 하인스, 내가 곧 황위를 되찾으러 갈테니까.














-에디터 픽, 배너 감사합니다!.
앞으로 오래봤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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