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소원
01
W. 또예리
“그래서 하는 말인데,”
“…”
“세 가지 소원, 쓸까?”
.
골든귀족들은 세 가지 소원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려서 모를 뿐이지.
실버귀족, 카키귀족도 능력이 있냐고? 아니.
소원을 쓸 수 있는 능력은 100% 유전이기 때문에
골든귀족들만 가능하다.
살면서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단 세 번의 기회.
그래서 지금, 그 기회를 한 번 써보려고 한다.
-
“으음...”
눈을 떴다. 그렇게 눈을 뜬 상태에서 10초 쯤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옆을 두리번 두리번거렸다. 처음 보는 공간, 처음 보는 물건, 처음 느끼는 공기. 모든게 다 낯설었다. 그러자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똑똑- 하며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아가씨, 정신이 드십니까?”
“여기 어디야?”
“... 사고는 아가씨가 치셨는데, 왜 제가 기억을 하는 거죠? 정말 기억 안 나십니까?”
“사고.. 라니?”
태형의 말은 그렇다. 내가 어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으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아 잠깐만, 전화를 했다고 내가?
- ‘골든귀족 ‘김여주’ 아가씨 맞으시죠? 무슨 소원을 들어드릴까요?’
‘태형이랑 함께 지구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지구라.. 참 아가씨 다운 소원이에요. 지구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 비신 건 아가씨가 처음이네요. 네 좋습니다. 보내드릴게요. 대신에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네?’
‘첫 째, 지구는 아미별과 다르게 다치게 되면 치유도 빨리 안 되고, 자칫하다간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차 조심, 불 조심, 물 조심, 사람 조심 하십시요.
둘 째, 대부분 아미족들은 다 착하고, 선하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반면에 지구는 나쁘고 악한 사람들이 많을 것 입니다. 무조건 집사 태형의 말을 잘 들으십시요.
셋 째, 지구에 가게 된다면 두 번 다시 아미별로 못 돌아오는 건 물론이고, 모든 아미족들의 기억 속에서 아가씨라는 존재가 잊혀지게 됩니다. 다시 아미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소원을 비셔도 소용이 없을 것 입니다. 신중하게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인간을 사랑하지 마십시요. 인간과 아미족은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입니다. 만일,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면
빠른시간 안으로 완전히 소멸 될 것 입니다. 절대 인간을 사랑하지도, 관심을 갖지도 마십시요. 선택은 아가씨 몫이니 아가씨께서 해주시면 됩니다. 소원, 들어드릴까요?’
‘... 제 소원.. 들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기억이 났다. 망설임 없이, 태형이랑 함께 지구에 갈 수 있게 소원 빈거는 기억이 난다. 아니, 그나저나 여기가 대체 어딘데? 그리고 난 왜 전화를 끊고 난 뒤 부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지? 의문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뭘 놀라고 그러십니까. 아가씨가 원하는 대로 지구에 왔는데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
“안 믿기십니까? 여기 지구입니다. 어제 아가씨께서 전화 왜 끊겼냐면서, 진짜 소원 들어주는 거 맞냐고 화내신 건 기억 나십니까? 그 뒤로 쓰러지 듯 잠든 뒤에 이 곳으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 그럼 여기가 지구라는 거야..?”
“네. 씻고 나오십시요. 밖에 구경가야 되지 않습니까? 먹는 건 밖에서 해결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십시요. 1층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아, 어.. 나가 봐.”
태형은 허리를 굽혀 짧은 인사를 한 뒤, 방문을 열고 내려갔다. 믿기지가 않았다. 진짜 여기가 지구라면, 나와 태형이는 더 이상 아미별로 돌아가지
못 한다는 소리잖아. 왜 나는 벌써부터 겁을 먹고 있는거지? 확실히 지구에 있는게 더 나을거야. 자유조차 없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도 법이 그렇게 하지 못 하게 하는 곳 보단.
나는 욕실로 가서 머리도 감고, 샤워를 한 뒤 옷장을 열었다. 여긴 준비 되어있는게 많네. 생필품도 다 있는데다가 옷도 준비 되어있고, 화장품도 준비 되어있고. 그냥 모든게 다 신기 할 따름이었다. 나는 뭘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 대충 흰 티와 검정 반바지를 꺼내서 입었다. 화장도 연하게 하고, 머리를 말릴려고 했지만 태형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화장만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많이 기다렸어?”

“아가씨. 머리.”
“아.. 머리 말리면 오래걸릴 것 같아서. 그냥 가자.”
“여기는 지금 3월 입니다. 지금 나갔다 들어오시면 아가씨 분명 감기 걸릴 것 입니다. 머리 말리고, 옷도 다시 따뜻하게 갈아입고 오십시요. 옷이 제대로 준비 되어있지 않았습니까?”
“하.. 알겠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시간은 많습니다. 천천히 하십시요. 그럼 저는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네 말대로 머리도 다 말렸고, 옷도 완전 따뜻하게 입었다. 됐냐?”

“화나셨습니까? 아, 삐진건가.”
“닥치고 앞장이나 서.”
“여기에선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하더군요. 인간들은 이걸 자동차라 한답니다. 인간들이 제일 많이 이용한다는 교통수단 입니다. 이제 타십시요.”
“자동차라고? 이름 하나 특이하네.”
태형이 차 문을 열어주자, 늘 그렇듯 나는 뒷자석에 탔다.
자동차 라고 했나? 원래 자동차라는게 따뜻한 건지, 추웠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좋았다.
-

“아가씨. 삼겹살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뭐? 무슨 겹살? 그게 뭔데?”
“이 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는 것들 중 하나가, 삼겹살이랍니다. 돼지고기 일부분을 구워서 먹는거라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삼겹살 드시러 가실래요?”
“난 다 상관없어. 난 네 의견대로 따를게.”
“풉- 아가씨 저번에 제가 했던 말 따라하시는 겁니까?”
“야! 닥치고 운전이나 해! 사겹살인가 삼겹살인가 하는 그 겹살이랑 같이 구워 먹을까보다.”
생각해보니 태형이는 언제나 내 의견을 존중해줬다. 내 의견만 듣고 행동한다. 내 말은 곧 법이라는 듯이, 태형이는 내 말을 잘 들어준다. 내가 저번에 울면서 태형이에게 지구에 가고 싶다고 말 했을 때도 그랬다. 지구 가고 싶다고 투정부린 게 한 두번은 아니지만은.
‘태형아.’

‘그래요. 대체 지구에 왜 가고 싶은겁니까. 제가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잖습니까.’
‘... 태형아, 나는 말이야..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 평범하게 살고 싶어. 구속 된 이곳에서 살기 싫어. 평범한 아미족이 들으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골든귀족인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거니까. 나보고 배가 불렀다고도 생각하겠지. 그치만 골든귀족이면 뭐 해? 하고 싶은게 있어도 하지도 못 하고, 희귀하다는 그 이유만으로 집에서 못 나가게 하는데. 나 아까 전에도 아미족 죽이는 거 봤어. 창가에서. 창가에서 밖을 보는게 다야 난. 밖이 어떤지 보고싶어. 그리고 잔인한 이 곳에서 숨 쉬기 싫어.’
‘....’
‘여기서 더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어 태형아. 내가 여기서 더 버틸 수 있을까? 구속 된 이 곳에서 희망을 얻고 살아 갈 수 있을까? 그렇다 해도 난, 그럴 용기가 없어.’
‘아가씨. 제가 언제 한 번 아가씨 의견을 존중 안 했을 때가 있었습니까? 전 항상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아가씨 뜻대로 움직이고 행동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항 한번 해볼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아가씨 말을 듣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지구에 가는 건, 어리석은 짓 입니다.’
‘....’
‘만약 제가 가도 된다고 허락해도, 갈 수 있는 방법도 없잖습니까. 저희 별은 지구와는 다르게 이동수단이 없습니다. 아, 혹시 아미별에 우주선 같은게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그래, 아마 이때가 두번 째였지? 내가 지구 가겠다고 말했을 때가. 첫번 째 때는 태형이가 내 말 못 들은 척 하고 은근슬쩍 넘어갔었고, 두번 째 때는 안 된다고 처음으로 빠꾸 먹었었지만 그래도 대답은 해줬었다.
이동수단.. 사실 이동수단은 생각자체를 못 했었다. 그냥 무작정 별을 뜨고 싶다는 그 생각만 했었지. 우리 별에 우주선이 없다고 들었을 때, 그냥 충격 그 자체였다. 역시 꿈은 꿈일 뿐이구나를 또 다시 한번, 제대로 느꼈었다.
이때가 어제 같은 데, 내가 지구에 있다니. 아직도 놀랍다. 몇 차례의 빠꾸가 있었지만, 태형이를 설득하는데 어제 성공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표정이 안 좋ㅇ,’
‘태형아.’
‘네, 아가씨.’
‘지구 갈래?’
‘....’
이때 태형이가 아무런 표정 없이 날 봤을 때 솔직히 좀 무서웠다. 저번처럼 빠꾸 당했을 때 지었던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무안도 했었지만, 무서운게 더 컸었다. 그렇다고 포기 하는 건 더 더욱 싫었다.
‘안 된다는 거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
‘세 가지 소원, 쓸까?’
그 전과 똑같이 이어졌던 기나 긴 정적. 지구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면 지구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 가지 소원을 쓸까? 라고 물었을 때, 태형의 표정은 아까 그 표정 그대로였다. 왜 놀라지 않는 걸까. 안 될걸 알고 있어서? 아님, 어차피 자기가 허락을 하지 않을 거니까? 태형의 속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다.
‘소원만 쓰면 지구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태형아?’

‘후.. 아가씨.’
‘응, 태형아.’
‘많이 힘드십니까?’
‘....’
‘아가씨가 이런 일로 고집 피우실 분이 아닌데 소원까지 언급하신 거면, 분명 아가씨한테 무슨 일 있으니까 저에게 계속 이런 말 하는거 아닙니까? 그래서 아가씨,’
‘...응.’
‘많이 힘드시냐고 묻고 있습니다 지금. 아가씨가 대답해주시면 소원 쓰게 해드릴게요. 아가씨, 힘드십니까?’
‘응. 나 많이 힘들어 태형아.. 부탁이야. 나랑 같이 가자. 네가 계속 안 된다고 말 하면 나 혼자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수 천번, 수 만번 다짐이란 다짐은 다 했었는데.. 역시 나 혼자선 안 되겠더라. 같이 가줘 태형아.’

‘전 늘 그렇듯 다 상관 없습니다. 아가씨 의견대로 따르겠습니다.’
몇 달 동안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지 태형이의 허락을 구하는데 드디어 성공을 했다.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항상 나에게 져주는 태형이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평소에 무뚝뚝한 내가 이런 말을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태형이가 알면 엄청 놀려대겠지 뭐.
아마 알지도 못 할거다. 지금 네 뒤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

“저희는 두명이니까, 2인분만 시켜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으셨죠? 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뭐야?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할 걸 왜 나한테 물어본거야? 저거 지금 나 일부러 놀리는 거 맞지? 나는 태형을 살짝 째려봐주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게 다 인간들이구나. 인간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밝아보였다. 아니, 행복해보였다. 태형이랑 나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찰나에, 어떤 남자가 우리 테이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떤거 시키겠어요?”
주문? 무슨 주문을 말하는 거지? 수상하게 생겼는데. 무슨 용건이 있는 건가? 분명 관심 갖지 말랬는데. 아, 이건 관심이 아닌가?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살짝 째려봐주고 입을 열었다.
“필요 없는데?”
“네..? 아니 주문을 하셔야 음식ㅇ..”
“그니까 그딴거 필요 없다고. 난 지금 이 곳으로 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후우... 손님. 말 장난 같은 거 할 시간 없습니다. 주문 하세요 빨리.”
“아니 그딴거 필요 없다니까? 그리고 뭐? 말 장난?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 해. 너야말로 나랑 말 장난치고 싶은거야?”
“...?”

“하... 가만히 좀 제발..”
“응? 크게 말해 봐 태형아. 안 들려.”

“저기요. 주문 안 하시나요?”
“너 혹시 마법사냐? 짜증나게 왜 아까부터 주문주문 거려. 설마 내가 주문하면 내 소원 들어주는 거야?”
“손님.”

“삼겹살 2인분 하고, 콜라 한 병 주세요.”
“후.. 네.”
그 남자가 완전히 가고 난 뒤, 태형이는 따가운 눈초리를 하고선 나를 봤다. 뭐 잘못했나..? 왜 저렇게 보는거지...?

“아가씨. 저한테는 반말해도 괜찮은데, 인간들 앞에선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럼 태형이 너도 나한테 반말하면 되지”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ㄹ,”
“저번부터 아가씨 거리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나한테 존댓말 쓰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거든. 내가 뭐라고 잘해줘? 존댓말은 해도 내가 해. 그니까 여주야~ 이렇게 이름 부르면서 편하게 말 해.
“... 아가씨가 드디어 미치셨군요.”
“아니 누가 여기에서 아가씨라 불러? 우리도 인간세계에 왔으니까, 인간답게 살자. 응?”
“하... 아가씨 어디 아프십니까?”

“삼겹살 2인분 하고, 콜라 한 병 나왔습ㄴ.. 어!!”

“.... 괜찮으십니까..?”
“.....”
지구에 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처음으로 지구에 왔다는 사실을 후회하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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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예리에요 :)
프롤로그 올렸을 때 인사말을 같이 올릴려고 했는데
까먹고 그만 ... 못 올리고 말았네요 ㅜㅜ
그래도 세가지 소원 재미있게 봐주셨음 좋겠어요 !!
지금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지만, 더욱 더 발전하는 또예리가 될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