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01.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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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걷는 시간















때는 덥디 더운 한여름, 고등학교에서 맞는 마지막 여름방학 도중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긴 방학에 시작한 놀이공원 사진 알바는 자칫 지루할 수 있던 날들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그 사람이 카메라 렌즈에 잡히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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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놀이공원 알바를, 그것도 사진 알바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고 할 건 없었다. 약 1년 전 쯤? 누가 가르쳐준 카메라를 잡고, 찍는 방법에 맛을 들인 탓이었지. 나에게 사진이란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때의 내가 네 사진을 많이 찍었더라면… 어쩔 수 없는 후회고 미련이다.

누군가의 추억을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벌써 알바의 마지막 날이었다. 길다 생각했던 여름방학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니. 아쉬움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어떤 남자 여럿이 내 앞에 섰다.





“저희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네, 사진 인화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장당 삼천 원인데.”

“다섯 장 해주세요.”

“저기 앞에 서계시면 예쁘게 찍어드릴게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 다섯이 우정 사진을 남기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환한 웃음으로 대답한 뒤, 옆에 놓여있던 카메라들 중 하나를 그들을 향해 들었다. 왼쪽 눈을 살며시 감고서 반셔터를 누르는 순간,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지며 가운데 서있던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잡혔다.





“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 렌즈에 똑똑히 잡힌 그 얼굴에 셔터를 마저 누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양손에 힘이 빠지듯 카메라를 놓쳤다. 내가 놓친 카메라는 그대로 바닥을 향했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놀이공원 바닥에 닿았다.





“주, 준이… 분명……”





카메라를 떨구자,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지금 내게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현재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단 한 사람, 이준 때문이었다.

두 눈 가득히 눈물이 차올랐다. 금방이라도 뚝 하고 떨어질 듯한 눈물은 다행인지 아닌지 눈가에 아슬아슬 맺혀있었다. 모두가 당황스러울 법한 상황에 내게 다가온 사람은 카메라를 떨어뜨리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 남자는 바닥에 나뒹구는 카메라를 주워 내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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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괜찮으세요?”

“……”

“왜… 울어요.”





아슬하게 맺혀있던 눈물이 결국 툭 하고 떨어졌다. 이준을 복사한 것 마냥 닮아있는 얼굴에 이준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듯한 그와 다른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눈물이 뺨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린다. 우는 와중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이준 생각에 눈물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내 앞의 남자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오열을 하는 나를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쉽게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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