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부름에 도착한 교무실에는 학생이라기엔 너무나도 밝은 머리 색과 귀가 무거워 보이는 피어싱들, 제대로 입지도 않고 모양만 낸 교복 차림의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선생님은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이 소문 많은 선배와 나를 지독하게도 엮어버렸다. 1 대 1 과외라는 명목 아래.
선배님의 이름은 자주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나보다 한 학년 위, 고등학교 3학년 김태형 선배.
공부는 할 생각도 없고, 교내 규정은 철저히 짓밟고 놀러다니는 걸로 유명한 이 선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 선배를 혼내고 벌 주는 걸 포기했다.
'그런데 내가 이 선배 과외라니...
나 공부하기에도 바쁜 이 시기에...!!'
내 처절한 외침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며 웃어 준 다음, 그대로 몸을 돌려 나와 선배로부터 멀어졌다.
"후우... 선배님,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
저는 주말 말고는 야자 시간 밖에 시간이 안 날 것 같은데."
내 부름에 짐짓 놀라는 가 싶더니, 곧 선배는 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뭐, 굳이 할 필요 있나. 그냥 모양만 잡아. 야자 시간 괜찮다 했지? 그럼 야자 시간에 대충 도서실로 나와. 시간 때우다 갈 테니까."
'무슨 저딴 소리가 다 있어?
그러니까, 흉내만 내고 생색은 다 내라는 거 아냐??
허, 남들이 엮이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네, 있어.'
"그건 안돼요. 선배는 어떨지 몰라도, 저는 선생님이 내린 지시라, 제대로 해야 하거든요.
협조 좀 부탁 드릴게요, 선배님."
"하, 그걸 굳이 해야겠냐?
솔직히 말 할까? 나 공부 할 생각 없어. 해야 할 이유도 없고. 과외는 더더욱 싫고. 그냥 때려 쳐라. 어?"
순간, 감정이 확 상해서 정말 그대로 교무실로 들어가서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힘든 일이란 걸 아는 선생님이, 그동안 자잘하게 쌓인 벌점들을 모두 지워주고 봉사 점수 대학 지원서를 써 주신다고 했으니, 이 일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에는 너무 아까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참자, 참아야 한다.
꿈에 그리던 교대에, 한 발짝 아니 어쩌면 두 세 걸음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야.
남들에게 쉽게 넘겨줄 순 없는 일이라고.'
"선배님, 그럼 오늘 야자 시간에
도서관에서 뵈는 걸로 하겠습니다.
아, 시간만 대충 때울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어느 정도 준비는 해 오시는 게 좋으실거에요."
이 이상으로 저 선배와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말을 끝내자마자 서둘러 발길을 돌려 교실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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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뭐하는 년이야 저건?"
정가을이 교실로 걸어가는 뒤통수를 멍하니 쳐다만 보며, 태형이 혼자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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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부장이라는 작자에게 끌려가, 듣지도 않을 잔소리를 들은데다가, 웬 이상한 여자애랑 과외라는 명목으로 일주일에 5번이나 마주치게 생겼다.
생긴 건, 곱상하고 범생이처럼 생겼는데 성깔이 굉장했다.
지 할 말만 딱 끝내고 가는 걸 보면 싸가지도 없고.
속으로 좆됐다를 연발하며 정신을 차린 뒤, 머리를 거칠게 털며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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