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의 첫사랑
𝚎𝚙.00 _ 전학생
---
초록기운이 거리마다 스며들고,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계절. 무더위와 열심히 싸우는 동안에도 방학과 연휴가 있어 휴가를 갈 수 있는 여름이 찾아왔다.
우리 마을은 하필이면 산골짜기 중에서도 가장 깊은 산속, 주변엔 하천과 댐밖에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그 때문인지 여름 휴가철만 되면 더위를 피해 휴양하러 온 외지인들로 북적이기 일쑤였고.
마을 어른들은 지역 홍보가 된다며 좋아하셨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밤마다 고성방가하며 폭죽을 터뜨리는 시끄러운 사람들을 그리 달갑게 여기진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까지 하루 남은 지금.
나는 엄청 들뜬 마음으로 늘 그렇듯 제일 먼저 교실에 등교했다.
" 아... 엄청 덥네. "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자 얼마 안 지나서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놈의 에어컨은 언제 고쳐 주는 건지.. 그다지 시원하지 않은 바람을 내뿜는 에어컨과 엄청난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실외기가 윙윙거렸다.

" 얘들아 하이~ 아 뭐여, 윤여주 또 일등이야? "
" 일찍일찍 좀 다녀라 정해주. "
" 네가 너무 이른 거야. 그 시간엔 매미도 안 일어난다. "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해주도 곧이어 등교했다. 해주는 나와는 달리 성격도 밝고 어른들에게도 싹싹한 아이였다. 그리고 발이 어찌나 넓은지 해주가 모르는 소문이나 사람은 이 마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해주는 유행이나 주변의 평가에 민감한 아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이마에 그건 또 뭐냐, 외계인도 아니고. "
" 어머~ 촌스럽게 왜 이래? 이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상 머리핀인데, 서울 애들은 다 하더라. "
" 신상은 개뿔. "
드르륵-
" 자 다들 조용. 오늘 새 친구가 왔다. 즈~기 멀리 서울에서 왔다니까 좀 잘 챙기주고. "
" ..... "
" 자 함 자기소개 해봐라. "

" ... 이름은 전정국. 잘 부탁해. "
" ...... "
" 와 어떡해. 쟤 엄청 낯가리나 보다. "
흐즈므. 침묵을 깨고 혼잣말인 척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하는 해주 덕에 나만 식은땀을 흘렸다. 얼굴을 찡그리며 팔꿈치로 희원을 툭 치니 왜 그러냐며 해주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 긴장한 건가... '
전학생은 긴장한 건지, 원래 과묵한 편인 건지 자신의 이름 외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어느 쪽이든 전교생이 열 명 남짓한 이 시골학교에 전학 온 이상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 뻔했다.
나 역시 저렇게 과묵한 사람은 힘들다. 해주처럼 붙임성 좋은 애면 몰라도. 첫인상만 보면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들이닥칠지도 모르고.
" 자자 어차피 내일부터 방학이니까 정국이는 아무데나 가서 앉고, 보니까 여주가 정국이 옆집이드라. 집에 갈 때 같이가! 알제? "
" 네? 저요? "
" 네, 너요. 자 빨리 다음 수업 준비해. 조례 끝. "
아오씨. 잘못 걸렸다. 어쩐지 일주일 전에 부동산 박씨 아저씨가 입이 귀에 걸린 채 옆집 매물을 보여주고 있더라니. 새로 이사 온다는 부잣집 도련님이 얘였나.
.
.
" 야야 윤여주. 너 전정국이랑 인사했어? "
" 아 몰라. 말 한 번도 안 섞어봤어. "
" 왜애~ 도련님이라잖아 도련님~ 서울남자 아이가~ "
소문에 의하면 쟤네 집 엄청 잘 산대. 해주는 쉬는 시간마다 전정국과 인사해 보라며 나를 들들 볶았다. 그놈의 서울은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눈을 번뜩이며 재촉하는 해주가 귀찮아 고개를 돌리다가 전정국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자기 얘기 중인 거 알겠지... 으 쪽팔려. 그나저나 정국은 내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최초의 인간이었다. 묘한 분위기가 맴돌면서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는 촉촉한 눈빛까지.
참 특이하단 말이야.
.
.
딩동댕동~

종례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방학식이라 그런지 오전 수업만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선생님이 시켜서 안 할 수도 없고, 결국 전정국을 집까지 바래다줘야 하는 보디가드 노릇을 해야 한다니 마음이 심란해서 죽을 노릇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해주는 옆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교무실에 들어간 전정국을 같이 기다리자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 아 너무 더운데... "
" 야아~ 전정국!! 언제나와~!! "
" 미쳤냐 정해주. 제발 조용히 해. "
" 집에 좀 가자~! 으읍!! "
드르륵-
" 많이 기다렸어? "

" 가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