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6화. 동문

sophie97
2026.06.23조회수 58
대표를 따라 주택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정말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은 곳에
돈까스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와...여기는 정말 아는 사람만 오는 찐 맛집이겠다!!"
"여직원들이 맛있다고 자주 오는 곳이니까
너도 좋아할 것 같은데?"
주택가 안쪽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저녁 시간 임에도 손님은 많지 않았다.
"수업하는 날 가끔씩 와서 먹어야겠다"
"여기 말고도 이 근처에 맛집 많으니까,
수업 끝나고 배고픈 날은 언제든지 전화해"
사실 일로 만난 사이였고,
아직 몇 번 보지 않은 사이였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안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문득 아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아까 의대 입학했다는 이야기는 뭐야?
그런데 왜 졸업 안 하고 그만 두게 됐어?"
"아..그 얘기...
그거 좀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내가 잘 안 꺼내는 이야기인데...ㅎㅎ
아까 급하다 보니 그 얘기까지 나오게 됐네."
'급해? 뭐가 급했다는 거지..'
나는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 기울기 시작하더니,
중학교 때 부도를 맞게 됐어.
우리 집을 일으켜 세울 사람은 나란 생각이 들어서
죽어라 공부해서 의대 합격까지는 했는데...
등록금은 내가 알바를 해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더라.
일하면서 공부하려니, 다른 애들 따라가기도 힘들고,
다들 워낙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라
장학금 받는 것도 쉽지 않고...
그래서, 한 학기인가 다니다가 나왔어.
돈 벌면 대학은 다시 들어가야지 했는데,
돈 벌고 사업 시작하니
그게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더라."
"뭐든지 다 때가 있다는 말 진짜 공감해..하하.."
나는 길지 않은 그의 요약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상상할 수는 없었지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가
왠지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뭔데?"
"내가 너 처음 봤던 날, 인터뷰 본 날 있잖아..?'
"응."
"네가 우리 학교 졸업한 거 보고, 은근히 반갑더라..?
나는 사실 학교 입학만 했지,
졸업도 못 했는데 말야..."
"입학했으면 동문인거지 뭐..ㅎㅎ
알고 보니, 자랑스러운 동문이었네!!"
"동문? 영광이네..ㅎㅎ"
[주문하신 돈까스 2개 나왔습니다.]
다시 학교 때로 돌아가,
학교 앞 식당에서 먹는 듯한 느낌으로
정말 오래 간만에 수다 떨면서 즐겁게 식사를 했다.
"오늘 근사한 데서 더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는데..."
"돈까스가 왜? 나는 오늘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먹은 돈까스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야.
정말 맛있게 먹었어. 덕분에~"
"훈지가 왜 네 수업을 좋아하는지 알겠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재주가 있구나.
내가 널 정확하게 봤어.
사업하다 보니까 이제 첫 인상만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보이거든?"
"내 첫인상?
사업가가 보는 내 첫인상은 어땠는데?
은근히 떨린다..."
"네 첫인상은 곱게 자란, 마음 따뜻하고,
예의바른 아가씨..
많이 배우고 좋은 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강단 있고 모험심 많은 사람?"
"내가 그렇게나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고?
오늘 인심이 후하시네...ㅎㅎ 감사합니다."
"진짜야..
내가 사업을 해도 빈말은 못 하는 사람이거든?"
"날씨도 시원한데 우리 커피 사서 공원 산책할래?
대표의 제안에 나도 기분 좋게 승낙했다.
"너무 좋지~~
지금 이 맘때가 저녁 산책하기에 제일 좋잖아."
그 때 내 휴대폰의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선생님, 저 라디오 방송 끝났어요.
지금 어디세요?
아직까지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건 아니죠?]
[우리는 지금 저녁 먹고, 산책 중이에요.😊
오늘 방송하느라 고생했는데 조심히 들어가고,
푹 쉬어요. 훈지씨.]
[우리가 누구에요?]
[대표님이랑 저요..]
"왜? 통화해야 할 거 있으면 괜찮으니까 편히 해."
"어, 아니야...
근데 있잖아..
의대까지 간 좋은 머리로 그냥 일만 하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다시 학교 갈 마음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해..
내가 영어는 확실하게 도와 줄께!"
"정아, 너 생각보다 더 멋진 여자구나"
"아까 못 했던 이야기 마저 하려구요." <1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