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0화. 숨은 의도


우리는 짧고도 행복한 반 나절을 함께 보내고,

다시 헤어질 준비를 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그가 준비를 할 동안

나는 잠깐 밖으로 나가서 

그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쇼핑했다. 



쇼핑한 것들을 내 캐리어에 모두 담고, 

훈지씨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런데 저 뒷좌석에 있는 캐리어는 뭐에요?

 혹시 나랑 같이 가는 거에요?"



"그러면 너무 좋겠지만...

 저 캐리어에 필요한 것들 담았으니까 

 이따 갖고 내려요. 

 훈지씨 씻고 준비할 동안 나가서 사온 것들이에요."


"아무래도 한국 보다 더우니까,

 속옷이랑 양말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넣었고..

 음식 안 맞을 때 먹으라고, 한국 라면이랑 간식꺼리"


"그리고...또 뭐 있었지?

 아..맞다.. 휴대폰!! 

 원래 쓰던 기종이랑 같은 걸로 샀어요.

 당장 부모님이나 사무실과 연락해야 하는데, 

 사러 가려면 시간도 따로 내야 하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요."




"이걸 그 시간 안에 다 끝내고 왔다구요?

 우와...진짜 존경스럽다...

 나는 당신의 그런 면이 참 좋아요."




"어떤 면이요?"

칭찬에 약한 나는 은근히 기대하는 말이 있었다.




"재력이요.."




"뭐라구요? 체력이요?"



"아니..재력이요...ㅎ 농담이에요..

 그런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면이 좋다구요.

 대표님도 당신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예의있게 대하잖아요.

 그게 처음부터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화제를 바꿨다.



"그래도 이제 한 달 밖에 안 남았으니까...

 나는 이번에 책 끝낸 기념으로 

 여행이나 다녀올까 해요."



"어디로요? 누구랑요?"



"일본으로 갈까 생각 중인데... 혼자서요."



"나 돌아와서.. 아니구나..."

잠시 화색이 돌던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국 돌아와서도 당분간은 촬영을 해야 하는구나.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아직 함께 여행을 다니기에는 위험해요.

 자카르타 쇼핑몰 같은 곳에서도 

 사진 찍힌 거 봐요."



"그런데 그 사진 출처를 아직 모르겠어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나중에 촬영 다 끝나고, 시간 날 때 

 우리 일본, 작은 도시로 여행 가요. 

 한국 사람들 많지 않은 시즈오카나  

 마쓰야마 같은 곳으로...

 내가 그 동안 일본어 공부 많이 해 놓을께요!!"



"좀 웃긴 말이긴 한데...너무 듬직하다~"



"그건 보통 아들한테 하는 말 아닌가..ㅎㅎ"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서 훈지씨 내려 주고, 바로 갈께요.

 하루의 휴가를 날 보러 와줘서 고마워요.

 도착해서 연락해요!! 건강 조심하구요."



그는 아쉬운 표정과 함께 손을 흔들며 

사람들 속으로 섞였다. 


그의 뒷모습이 사람들 사이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가 걸어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 대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시간 되면 사무실로 와 줄 수 있을까? 

 할 얘기가 있어.]



'할 얘기? 뭐지? 

 할 얘기라고 하면 왜 이렇게 긴장 먼저 되는 거야...'



다음 날, 대표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다.



현관으로 들어 가기 전, 

직원인 듯한 분들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친구분 이시죠?"



"아..네.. 안녕하세요? 오늘 뵙기로 해서요..."



"대표님 방에서 기다리시고 계세요."



"네, 감사합니다."



'뭐야... 저 사람들은 왜 나를 알고 있는 거야...?

그것도 대표 친구로...'



혼자 있을 줄 알고 들어갔던 대표실에는

김대표와 기자들이 몇 명 있었다.


머쓱해진 내가 재빨리 나가려고 하자,

대표는 나를 불러 친구라고 소개하며 

기자들에게 인사를 시켜줬다.


인사 후, 잠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근데 진짜 훈지 배우랑 

 그 여배우 사귀는 거에요?"



한 기자가 대표에게 묻는 듯 했다.



" 모르죠 뭐...

 그렇게 타지에 있으면 외롭고 의지할 곳도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배우들 사생활 그렇게 터치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뭐야...저건...'


나는 대표의 적극적이지 않은 아니, 

오히려 방관하는 듯한 태도에 내심 마음이 불편했다.




기자들이 모두 떠난 후, 

대표실로 다시 들어 갔을 때 

그는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태형씨? 그런데 왜 정정 기사는 안 내? 

 스캔들 사실 아니란 거 알잖아."



나는 대표실 문을 닫자마자 물었다.



"뭐 대단한 스캔들도 아니고 사진 하나 뜬 거 갖고...

 그리고, 지금은 또 영화 촬영 시기니까 

 오히려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나쁠 거 없어."



"그런 건가...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 뭐...

 그런데 오늘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지난 번 너 번역 시작했던 책 끝냈다고 

 들은 거 같은데.. 맞지?

 그거 끝내고 우리 소속사 배우들 

 영어 수업 맡는 거 다시 얘기해 보기로 했었잖아.

 정민쌤도 나쁘지 않은데, 

 나는 그래도 너랑 일하고 싶어.

 계약도 하고 정식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



그 후로 생각해 보지 않았고,

지금은 훈지씨 수업도 안 하고 있던 터라 

아예 머릿 속에서 지우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럼 훈지씨 수업도 다시 맡으라는 거야?"



"전체 다 맡는다면 훈지 수업도 다시 네가 해야겠지."



"그래? 한 번 생각해 볼께..그럼.."



"너는 우리 회사와 계약 맺고 

 배우들 수업 다 맡는 거 보다

 훈지랑 한 번이라도 더 만나는 게 중요한 거야?"



"두 분이 잘 어울리세요." <31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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