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55화. 러브레터



내 인생에서 그렇게 오랫 동안,

그렇게 슬프게 울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 시간동안 태형씨는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은 내 옆에

가만히 같이 있어 주었다.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그냥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도

내 눈물의 이유를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저 위안이 되었다.





그쳤다가 다시 울고,

다시 멈췄다가 울음이 터지고

몇 번을 반복했다.





나중엔 탈진해서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번에도

내가 선택한 이별인데

왜 이별은 늘 아프고, 슬픈 건지 알 수 없다.





어둠과 적막 속에서 

나는 태형씨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가 잠들어 버렸다.





어렴풋이 동이 트면서

거실에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태형씨가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지

순간 이 상황이 낯설었다.





하지만, 곧

'아...이제 훈지씨를 볼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또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을 때,

태형씨도 잠에서 깼다.




"이제 그만하자....

 이러다가 쓰러지겠다.

 일어나봐. 침대에 뉘어 줄께..."





나는 그의 부축을 받아,

침실로 갔다.





"잠깐 앉아 있어봐.

 물 갖다 줄께..."




잠시 후에

그가 따뜻한 물 한 잔을

갖고 돌아왔다.





"여기..

 천천히 마셔.."




몇 모금을 마시고

물잔을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





"정아야...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말 하는 거 웃기긴 한데..

 너 지금 얼굴이 완전 엉망이다..

 우리는 이제...연인은 못 되겠다.ㅎ"






"정말? 그 정도로 엉망이야?"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거을 보고 기절하지나 마..

 그 정도 비주얼이면
 
 여자 친구도 놀라겠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지금 미친 것 같지?

 죽을 듯이 울었다가 이 타이밍에 웃음이 나오네.

 그런데 이게 현실이라서 더 웃프다."

 




"샤워하고 좀 자도록 해.

 그럴 땐 그냥 아무 생각 안 들게 

 자는 게 최고야."






"그럴께.."






"나는 집에 들려서 옷 갈아입고 출근해야겠다.

 이따 퇴근하면서 들릴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와 줬으면 좋겠어...

 그냥 내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어..겁나 이기적이다.."






그는 내 앞에 서서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따 술 사갖고 올까?"






"좋은 생각이야..ㅎ"






침실을 나가는 김대표에게

내가 다급히 말했다.





"이따 꼭 와야 돼..알았지?"





"알았어. 이따봐

 제발 그 얼굴 좀 어떻게 하고..

 못 봐 주겠어.."





그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거실로 나갔다.


김대표가 현관문 사이에 서서 뭔가를 읽고 있었다.


그가 내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친...얘한테 이런 면이 있었네?

 니네 이러고 연애했냐?

 진짜 닭살이다.."






그가 뭔가를 나에게 건냈다.

편지 봉투였다.






"이게 뭐야"






"현관문 앞에 놓여 있더라..

 훈지가 놓고 간 거 같은데?

 너 울고 있을 때 문 밖에 있었나봐.."






나는 김대표가 건넨 봉투를 받았다.





"갈께...이따 봐.

 좀 자고..

 알았지?"






"태형씨! 고마워..."





"알았으니까 빨리 씻어..ㅎ"






그렇게 김대표를 보내고,

내 손에 쥐어진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펼쳤다..






'아.....'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편지 안에는 
.
.
.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 전문이 적혀 있었다...


(**48화. my summer 편을 읽어 보시길...🙏)





"어떻게 하면 당신을 잡을 수 있을까..."  

<56화 중에서>


박지훈 팬이 많이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