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그렇게 오랫 동안,
그렇게 슬프게 울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 시간동안 태형씨는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은 내 옆에
가만히 같이 있어 주었다.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그냥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도
내 눈물의 이유를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저 위안이 되었다.
그쳤다가 다시 울고,
다시 멈췄다가 울음이 터지고
몇 번을 반복했다.
나중엔 탈진해서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번에도
내가 선택한 이별인데
왜 이별은 늘 아프고, 슬픈 건지 알 수 없다.
어둠과 적막 속에서
나는 태형씨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가 잠들어 버렸다.
어렴풋이 동이 트면서
거실에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태형씨가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지
순간 이 상황이 낯설었다.
하지만, 곧
'아...이제 훈지씨를 볼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또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을 때,
태형씨도 잠에서 깼다.
"이제 그만하자....
이러다가 쓰러지겠다.
일어나봐. 침대에 뉘어 줄께..."
나는 그의 부축을 받아,
침실로 갔다.
"잠깐 앉아 있어봐.
물 갖다 줄께..."
잠시 후에
그가 따뜻한 물 한 잔을
갖고 돌아왔다.
"여기..
천천히 마셔.."
몇 모금을 마시고
물잔을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
"정아야...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말 하는 거 웃기긴 한데..
너 지금 얼굴이 완전 엉망이다..
우리는 이제...연인은 못 되겠다.ㅎ"
"정말? 그 정도로 엉망이야?"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거을 보고 기절하지나 마..
그 정도 비주얼이면
여자 친구도 놀라겠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지금 미친 것 같지?
죽을 듯이 울었다가 이 타이밍에 웃음이 나오네.
그런데 이게 현실이라서 더 웃프다."
"샤워하고 좀 자도록 해.
그럴 땐 그냥 아무 생각 안 들게
자는 게 최고야."
"그럴께.."
"나는 집에 들려서 옷 갈아입고 출근해야겠다.
이따 퇴근하면서 들릴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와 줬으면 좋겠어...
그냥 내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어..겁나 이기적이다.."
그는 내 앞에 서서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따 술 사갖고 올까?"
"좋은 생각이야..ㅎ"
침실을 나가는 김대표에게
내가 다급히 말했다.
"이따 꼭 와야 돼..알았지?"
"알았어. 이따봐
제발 그 얼굴 좀 어떻게 하고..
못 봐 주겠어.."
그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거실로 나갔다.
김대표가 현관문 사이에 서서 뭔가를 읽고 있었다.
그가 내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친...얘한테 이런 면이 있었네?
니네 이러고 연애했냐?
진짜 닭살이다.."
그가 뭔가를 나에게 건냈다.
편지 봉투였다.
"이게 뭐야"
"현관문 앞에 놓여 있더라..
훈지가 놓고 간 거 같은데?
너 울고 있을 때 문 밖에 있었나봐.."
나는 김대표가 건넨 봉투를 받았다.
"갈께...이따 봐.
좀 자고..
알았지?"
"태형씨! 고마워..."
"알았으니까 빨리 씻어..ㅎ"
그렇게 김대표를 보내고,
내 손에 쥐어진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펼쳤다..
'아.....'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편지 안에는
.
.
.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 전문이 적혀 있었다...
(**48화. my summer 편을 읽어 보시길...🙏)
"어떻게 하면 당신을 잡을 수 있을까..."
<56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