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72화. 똥쟁이 코난

sophie97
2026.07.22조회수 16
우리는 포장해 온 중국 음식을 갖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내게 물었다.
"파리로 여행 온 거 보면,
이 근처 나라에 있는 거죠?"
"오...지금 코난 같았어요."
"딴 말로 돌리지 말구요...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면 안 돼요?
최소한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죠."
"아는 거랑 모르는 거랑 뭐가 달라요.
어차피 못 보는 건 똑같은데..."
"달라요. 완전 달라요!!
지구 어딘가에 있구나와
이 나라에 가 있구나가 어떻게 같아요?"
"지구 어딘가,
어느 나라에 있겠구나 생각해요 그럼."
"파리에서 헤어지기 전에 내가 꼭 알아낼 거에요."
그의 방으로 올라와
포장해 온 음식들을 막 꺼내려던 때였다.
[똑똑똑]
누군가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오빠. 저 윤서인데요.
큰일났어요!!"
"헉..."
우리 둘은 얼어붙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어떡해요..."
나는 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듯 말했다.
"어..어..윤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빠...문 좀요. 빨리요.
큰일 났다니까요."
'음식을 갖고 내 방으로 갔어야 했는데...
왜 그 생각을 이제야 한 거야..."
훈지씨는 발만 동동 구르는 나를 보며
화장실을 가리켰다.
나는 살금살금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깐만...
내가 지금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곧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무슨 일인데?"
"오빠...제 방에서 벌레가 나왔어요.
저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어떡해요....저 오늘 밤에 못 자요..."
'뭐야...저 여우는...
아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본 애잖아.'
나는 귀를 화장실 문에 바짝 갖다 댔다.
"그럼 내가 가서 벌레 잡아줄께.
빨리 가보자."
"아니에요...매니저 오빠가 지금 방에서 잡고 있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여기로 도망 온 거에요."
"지금쯤이면 다 잡았을 거 같은데...
내가 데려다 줄께."
"어? 오빠, 음식 포장해 왔어요?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
나도 배고픈데...
윤서 같이 먹어도 되죠?"
'헐...지금 뭐하는 거야?'
"내가 너무 배가 고파갖고
2인분을 사오기는 했는데...
모자를 거 같은데..."
"에이..저 조금 밖에 안 먹어요.
손 씻고 와야겠다!!"
'안 돼..안 돼...
어떡해...
미치겠네...'
나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곧바로 훈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서야!! 안 돼!!
오빠가 큰 일을 봤어.
지금 거기 들어가면 안 돼!!"
"네???
오빠...."
실망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느라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그 후,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을 참느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거울 속 내 얼굴이 빨간 사과 같았다.
잠시 후에, 훈지씨가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다.
"윤서가...
다시는 나를 오빠라고 부를 것 같지 않아요."
"와~~잘 됐다!!!"
나는 훈지씨를 덥석 안고,
팔짝팔짝 뛰었다.
"아니..내가 졸지에 똥쟁이가 되었는데
뭐가 그렇게 기뻐요?"
"아까 들었어요?? 벌레가 나와서 무서워 죽는다고...
와...보통 여우가 아니던데요?"
"정말 벌레를 무서워할 수도 있죠."
"에? 그걸 믿는다구요?
남자들이 이렇게 여자를 몰라.
오빠 오빠 하면서 매니저가 벌레 잡고 있는데
여길 왜 와?
그리고, 훈지씨 방 번호는 왜 알려 줬어요?
그러고 보니까, 이 오빠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아니 그럼 물어보는데 어떻게 대답을 안 해요?"
"나보고는 일본 따라 온 김대표
바로 비행기 태워서 안 보냈다고
뭐라고 했잖아요.
생각 안 나요? 오빠!!"
"오빠? 와...너무 좋다.
한 번만 더 해 봐요."
"남자들은 왜 이렇게 오빠라는 호칭을 좋아해요?"
"정아씨도 생각해봐요.
귀여운 남동생이 누나, 누나 하고 따라 다니면
어떨거 같아요?"
"음...너무 귀엽겠다..."
"인정?"
"인정!"
우리는 바로 쿨하게 합의를 보고,
포장된 음식들을 풀기 시작했다.
"오빠, 이것 좀 풀어 주세요."
"풉...
어!! 잠깐!! 반지!!"
그가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카드 봉투 속 반지를 알아봤다.
"반지가 너무 잘 어울린다.
나를 잊으려고 떠났다면서...
반지는 왜 끼고 있는 거에요?"
"반지는 그냥 반지지 뭐...
의미 두면서 그렇게 보지 말아요."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치 않으려고 애썼다.
그 때,
그가 손을 목 주위로 올려
티셔츠 안에서 뭔가를 꺼내는 것 같았다.
티 셔츠 안에서 보이지 않있던
목걸이를 밖으로 꺼냈다.
그 목걸이에는...
나와 똑같은 반지가 펜던트로 걸려 있었다.
"훈지씨...설마?"
"응. 맞아요. 이거 커플링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왜 잊지도 못하면서
자꾸 안 되는 걸 하려고 애써요?..."
"안 되는 거는...
그건... 우리가 계속 만나는 거잖아요."
"아니..안 되는 건...
우리가 서로 없는 상태에서 버티려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만 인정하고, 이제 포기해요.
헛수고 그만 하고요.."
"하루만 더 있으면 안 돼요?" <7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