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6화. 3일간의 동거(2)


"아...이제야 좀 살 것 같다."




20시간 넘게 씻지 못했던 나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배는 안 고파요?"




"배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밥 먹은 게 언제였지?

 하루 넘게 아무것도 못 먹은 것 같아요..."




"그렇게 내 걱정을 하면서 날아 왔으면서..."




나는 빨리 그의 말을 끊었다.



"배고파요."





"그동안 한국 음식 먹고 싶었던 거 없었어요?"




"아...그러네...

 나 그동안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 다 먹을 수 있네!"





"뭐 먹고 싶은데요?"





"떡볶이요!"





"그리고 또?"





"음...돈까스!"





"초딩 입맛은 어디 가지 않았군요."


그가 피식 웃었다.





"빨리 떡볶이부터 시켜 주세요.

 나 돌체라떼도 마시고 싶어요. 오빠!"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농담에 흠칫 놀랐다.




순간, 훈지씨도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아...미안해요. 자꾸...

 나도 모르게...

 예전에 하던 장난이 나와서..."

 
 


그는 한걸음에 내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





"훈지씨. 이제 이러면 안 돼요."





"그 사람이랑 키스도 했어요?"





"뭐라구요? 무슨 그런 질문을..."





"했어요?"






"..."






"했냐구요?"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에게 제대로 된 충격을 주기로 결심했다.






"키스만 했을 것 같아요?"






"키스는 아직 안 했네. 다행이다..."






"했다니까요."






"아직 안 한 거 확실해요.

 겨우 뽀뽀만 했죠?

 내가 당신을 몰라요?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안 한 거 맞아요."





'뭐야...저 확신은...'





"마음대로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겠죠."





훈지씨는 주방 쪽으로 가려다가

나를 돌아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키스 이상은 절대 안 돼요.

 알았죠? 명심해요!"





나는 그의 비장한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빨리 떡볶이나 시켜 줘요.

 배고프단 말이에요."





1년 넘게 먹지 못 했던 떡볶이는

정말 천국의 맛이었다.





그렇게 천국을 맛 본 후,

나는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




몇 시간이나 흘렀는지 몰랐다.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뜨자 잠시 여기가 어딘지 몰라 멍했다.

훈지씨가 그런 나를 보고 말했다.





"여기 우리 집이에요.

 놀라지 말아요.

 그런데... 더 놀랄 일이 생겼어요.

 어떡하죠? 대표님이 밖에 와 있어요."





"뭐라구요?"





파리에서처럼 화장실로 숨기에는

내 캐리어도, 신발도

숨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어떡해요? 나 화장실로 숨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

훈지씨가 웃음이 터졌다.




"싫어요...나 또 똥쟁이가 될 순 없어요."





그는 월패드로 가서 현관문을 열었다.


김대표는 현관문을 열면서 투덜거렸다.





"왜 이렇게 문을 늦게 열어?

 집에 뭐 여자라도 숨겨놨냐?

 ...어? 진짜 여자 신발이 있네..."




거실로 들어 오는 김대표와 눈이 마주쳤다.





"...어?

아니...정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옷차림이 뭐야...잠옷이야?"





"너희 미쳤냐?" <87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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