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6화. 3일간의 동거(2)

sophie97
2026.07.29조회수 43
"아...이제야 좀 살 것 같다."
20시간 넘게 씻지 못했던 나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배는 안 고파요?"
"배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밥 먹은 게 언제였지?
하루 넘게 아무것도 못 먹은 것 같아요..."
"그렇게 내 걱정을 하면서 날아 왔으면서..."
나는 빨리 그의 말을 끊었다.
"배고파요."
"그동안 한국 음식 먹고 싶었던 거 없었어요?"
"아...그러네...
나 그동안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 다 먹을 수 있네!"
"뭐 먹고 싶은데요?"
"떡볶이요!"
"그리고 또?"
"음...돈까스!"
"초딩 입맛은 어디 가지 않았군요."
그가 피식 웃었다.
"빨리 떡볶이부터 시켜 주세요.
나 돌체라떼도 마시고 싶어요. 오빠!"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농담에 흠칫 놀랐다.
순간, 훈지씨도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아...미안해요. 자꾸...
나도 모르게...
예전에 하던 장난이 나와서..."
그는 한걸음에 내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
"훈지씨. 이제 이러면 안 돼요."
"그 사람이랑 키스도 했어요?"
"뭐라구요? 무슨 그런 질문을..."
"했어요?"
"..."
"했냐구요?"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에게 제대로 된 충격을 주기로 결심했다.
"키스만 했을 것 같아요?"
"키스는 아직 안 했네. 다행이다..."
"했다니까요."
"아직 안 한 거 확실해요.
겨우 뽀뽀만 했죠?
내가 당신을 몰라요?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안 한 거 맞아요."
'뭐야...저 확신은...'
"마음대로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겠죠."
훈지씨는 주방 쪽으로 가려다가
나를 돌아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키스 이상은 절대 안 돼요.
알았죠? 명심해요!"
나는 그의 비장한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빨리 떡볶이나 시켜 줘요.
배고프단 말이에요."
1년 넘게 먹지 못 했던 떡볶이는
정말 천국의 맛이었다.
그렇게 천국을 맛 본 후,
나는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
몇 시간이나 흘렀는지 몰랐다.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뜨자 잠시 여기가 어딘지 몰라 멍했다.
훈지씨가 그런 나를 보고 말했다.
"여기 우리 집이에요.
놀라지 말아요.
그런데... 더 놀랄 일이 생겼어요.
어떡하죠? 대표님이 밖에 와 있어요."
"뭐라구요?"
파리에서처럼 화장실로 숨기에는
내 캐리어도, 신발도
숨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어떡해요? 나 화장실로 숨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
훈지씨가 웃음이 터졌다.
"싫어요...나 또 똥쟁이가 될 순 없어요."
그는 월패드로 가서 현관문을 열었다.
김대표는 현관문을 열면서 투덜거렸다.
"왜 이렇게 문을 늦게 열어?
집에 뭐 여자라도 숨겨놨냐?
...어? 진짜 여자 신발이 있네..."
거실로 들어 오는 김대표와 눈이 마주쳤다.
"...어?
아니...정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옷차림이 뭐야...잠옷이야?"
"너희 미쳤냐?" <8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