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9화. 싸움연습



내 말이 끝나자

훈지 씨는 안고 있던 나를 떼어냈다.




그리고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주며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을 확인하고

그는 다시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내가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알아서 정리할게요."





"다시는 당신이 울게 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온몸에 들어갔던 힘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훈지 씨."






"왜요?"





"너무 멀리 돌아 와서

 미안해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가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가 미안해요.

 내가 당신을 이렇게

 돌아오게 만든 거에요.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해요."





한참을 아무말 없이 안고 있던

그가 천천히 나에게서 떨어졌다.





"씻고 나와요.

 정아 씨 잠드는 거 보고 갈게요."





"정말 그래 줄 거에요?"





"마음이 불안할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실은... 나 혼자 어떻게 자나...

 걱정됐어요."





"나 가고 혹시라도 누가 오거나 하면

 문 열지 말고 바로 전화해요.

 알았죠?"





"네."





아침이 밝았을 때

그는 이미 가고 없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훈지 씨, 언제 갔어요?

 덕분에 편안하게 잠들었어요.

 고마워요.]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어쩐지 코를 심하게 골더라고요.]





[정말요?]





[농담이에요.ㅎ

 이따가 촬영 끝나고 연락할게요.]





나는 카페에 가기가 겁이 났다.



혼자 있을 때

또 어제처럼 그 여자가 찾아오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카페에 도착한 뒤

오픈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님을 확인했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우진 씨가 들어왔다.





"우진 씨!"





"어제 잘 잤어요?"





"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참, 그리고 어제 야구 경기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가요!"






"다음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요? 우진 씨, 무슨 일 있어요?"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갈까 해요."





"언제요? 왜요?"





"어머니 장례 치르고 나서

 스페인 주재원으로 다시 지원했어요.

 마음도 공허하고...

 몇 년간 나갔다가 들어오려구요."






"정말요...?

우진 씨 같이 좋은 친구와

헤어지게 돼서 섭섭해요..."






"저야말로 정아 씨 같은

 온실 속 화초 같은 친구를 두고 가서

 걱정되네요..."





"온실 속 화초요?"






"정아 씨! 강해져야 해요!

 그래야 상처 안 받죠."





'온실 속 화초...

 예전에 태형 씨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어...'





우진 씨가 가고 나서

나는 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아, 왜?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수연아, 나 싸움 잘 하는 방법 좀 알려줘."





"뭐라고? 뭘 잘 해?"





"싸움에서 이기는 스킬을 알려 달라고."





"아침부터 얘가 뭐라는 거야?

 너 누구랑 싸우게?"





"어. 그럴 수도 있어서.

 근데 누가 봐도 내가 이긴 걸로 보여야돼.

 어설프게 말고.

 확실히 이긴 걸로 보이게."





"흠... 상대가 누구야?

 너보다 나이가 많아?"





"나보다 어려."





"여자야?"





"응, 여자야."






"말빨이 좋아?"





"어. 그런 거 같애."





"우선 눈을 피하면 거기서

 이미 지고 들어가는 거야.

 눈을 피하지 마.

 그리고, 목소리를 높이면 안 돼.

 차분하게 말해야 상대가 더 당황해.


 떨리는 목소리는 더더욱 안 돼.

 천천히, 우아하게, 여유있는 말투로

 말하는 게 중요해.


 '나는 지금 하나도 안 쫄린다'

 이런 마음으로."






"안 쫄린다!! 이런 마음으로!!"





"행동도 크게 하지 말고.

 상대가 먼저 등을 돌리고

 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명심할께!"





나는 수연이와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했다.




지성 씨가 출근을 하고

나는 번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카페 문이 열리고

어제 내 뺨을 때렸던

그녀가 들어왔다.






"누가 잃을 게 많은지는 보면 알게 되겠죠."

 <50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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