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81화. 내겐 너무 완벽한 그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어

하니씩 살펴보았다.





'이 사람... 뭐지...?'





나는 그가 모아 놓은 것들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그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게스트룸에 있는 나를 발견한 그가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






"정아 씨.

 짐은 내가 풀 테니까

 그대로 둬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어!! 그거 내 보물 상자인데!!"





"이걸 다 보관하고 있었어요?"





"그럼요.

 나한테 너무 소중한 것들이라서."





그는 상자 안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건 휴게소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고,

 이건 테루엘 성당 입장권."




손끝으로 작은 티켓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건

 스페인에 갈 때 탔던 비행기 티켓."





잠시 말을 멈춘 그가

상자 안쪽에서 편지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정아 씨가 나에게 처음으로 써 준 러브레터"





그는 큰 보물이라도 자랑하듯

상자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그 안에는 목걸이도 하나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 목걸이는 왜 주지 않았어요?"





훈지 씨는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혹시 다른 여자친구한테 주려고 한 게

 여기 잘못 들어와 있는 거에요?"





나는 놀리듯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훈지 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 목걸이는 줄리앙 어머니가

 정아 씨에게 전해 달라고 했던 거에요."





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파리에 갔을 때 줄리앙 어머니가

 줄리앙 물건 중에서 발견했다며

 정아 씨에게 주려고 샀던 것 같다고 했어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그 당시에는...

 정아 씨가 너무 슬퍼해서 줄 수가 없었고

 그 후에는 나도 잊고 있었어요.

 너무 늦게 전해줘서 미안해요."





그가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훈지 씨..."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 상자를 보니까

 내가 그동안..."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훈지 씨한테 못 되게 굴었던 게 후회돼요."






"정아 씨가요? 그런 적 없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정아 씨에게 상처를 준 적은 있어도...

 정아 씨는 나에게 항상 다정했어요."




그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그의 말에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기억해 줘서 고마워요..."





나는 침실로 먼저 들어왔다.

잠자리에 누워 아까 상자 속에서

보았던 것들을 떠올렸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가 우리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그의 마음을 늘 의심하고,

불평했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그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헤어졌던 동안 했던 모진 말들과

행동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말할 수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 세모네모!!"




훈지 씨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왜 돌아누웠어요?

 혹시...목걸이 너무 늦게 전해줘서

 마음 상했어요?"





"...아니요..."


"전해주는 훈지 씨 마음이

 더 아팠을 거 같은데..."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잘 간직하고 있다가

 전해 줘서 고마워요..."





"줄리앙이 내가 정아 씨 곁에 없는 동안

 정아 씨를 지켜 주고 위로해 줬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고마운 일이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정아 씨 곁에 없으니까

 더 너그럽게 생각되는 거 아닐까요?"




그가 작게 웃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오늘은 외워야 할 대본이 있어요.

 정아 씨 먼저 자요.

 굿나잇"





"그럼. 오늘은 나 먼저 잘게요."




거실로 나간 훈지 씨에게

말로는 전하지 못 한 내 마음을 메시지를 보냈다.





[훈지 씨...

 당신은 내게 너무 완벽한 남자 친구에요.]





잠시 후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내가 정아 씨 많이 속상하게 한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나는 잠들기 전에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 사람을 다시는 놓치지 않을거야.'






"왜 자꾸 만나자고 하시는 거야?" <82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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