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89화. 한라산 넘어 에베레스트

sophie97
2026.10.10조회수 35
나는 혼자 가겠다는 훈지 씨가
걱정되어 말렸다.
"엄마, 아빠가 심한 말씀은 안 하시겠지만,
그래도 나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만으로도
기분이 다운된단 말이에요."
"나는 남자잖아요.
정아 씨처럼 그렇게 세심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니까...
괜찮을거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그런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내 마음이 놓이지 않는데..."
"진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나 못 믿어요?"
"믿지만..."
"내일 매니저 형한테
스케줄 확인해 보고 알려 줄게요."
"알겠어요.
그런데... 혹시라도"
그는 내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잘 할게요.
정아 씨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게
잘 하고 올게요."
"훈지 씨... 자신 있어요?"
나는 다 알아서 하겠다는 그의 말에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자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최선을 다 할거에요."
그다음 날.
그는 스케줄을 확인한 뒤
모레 저녁이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엄마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다.
'엄마, 아빠도 문제지만...
훈지 씨 집에서
지금 우리가 같이 지낸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면... 그게 더 큰 일이야...'
집에 갈 때 가져갈 선물을
내가 준비해서 전달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훈지 씨는 그것마저도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이렇게 모든 걸 맡겨도 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언니!!"
"어... 정아야. 왜?"
"언니, 있잖아.
훈지 씨가 집으로 가기로 한 날,
언니가 집에 좀 가 있어 주면 안 될까?
훈지 씨가 혼자 있으면 너무 떨릴 거 같은데..."
"혼자 간다고?
너랑 같이 가는 거 아니야?"
"훈지 씨가 혼자 가겠다고 해서..."
"왜?"
"내가 언니한테 하는 걸 보고...
본인을 감싸겠다고
또 못되게 행동할 것 같다고
가지 말라고 하던데."
"아... 그렇게까지 생각한다고?
그런데 나까지 있으면
더 떨리는 거 아닌가?"
"그런가?
훈지 씨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덜 떨릴 거 같은데...
언니가 가서 훈지 씨 편을
좀 들어주면 안 돼?"
"엄마한테 나는 모른다고 얘기했는데...
가서 편들어 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아... 그렇게 되나...
미치겠네..."
"정아야...
너는 박훈지가 듣기 싫은 말을
들을까봐 그렇게 걱정이 되니?"
"어... 걱정돼서 미치겠어."
"참...나...
사랑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 놓는구나."
"뭐야... 언니도 다 이런 과정을 겪고
결혼한 거야."
"글쎄... 나는 그냥 이 사람이랑
오래 만났으니까 당연히 결혼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지.
너처럼 그렇게 절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언니. 나 전화 온다.
나중에 할께. 끊어."
"세모네모!! 무슨 일이에요?"
"정아 씨. 혹시 어머니가
어떤 색을 좋아하시는지 알아요?"
"우리 엄마요?
음... 보라색을 좋아했던 거 같은데.
그건 왜요?"
"아니에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뭐지? 선물을 뭘 사려고 그러는 거지?'
그 때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떴다.
"누구지?"
훈지 씨 누님이었다.
[훈지한테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던데...
혹시... 훈지 요새 정아 씨랑 함께 지내나요?
집에 청소하러 갔는데 생활한 흔적이 없어서요.]
'아... 뭐라고 대답하지?
훈지 씨가 아니라고 했으니까...
우선 나도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게 낫겠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
[아닙니다.
걱정하시지 마세요.]
"하아... 첩첩산중이네..."
드디어 훈지 씨가
집으로 가는 날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바람에
카페에서도 실수연발이었다.
카페라테를 주문한 손님에게
카페모카를 만들어 주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킨 손님에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주었다.
카페가 끝나고 나서도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번역 일을 하며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9시가 좀 지났을 무렵,
훈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모네모~~!!"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취기가
묻어 있었다.
"정말요?
아빠가 그렇게까지 얘기했다구요?" <90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