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방탄 매니저?

07. 난 주고 있어 [디펜스]

photo










07. 난 주고 있어










현재 시각 오전 7시.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허우적거리며 폰을 찾고는 알람을 끄고 천천히 눈을 뜨니 익숙한 내 방은 보이지 않고, 낯선 가구들이 보인다.




잠결에 헛것을 보는 것일까 싶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니, 뒤늦게 머리를 울리는 두통. 나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 여기가 어디야...?"






주위를 둘러보며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려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낯선 기억들이 떠오른다. 술 게임하기 전에 갑자기 반말을 하자고 하던 나, 호석이한테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던 나, 어떤 말들을 하고는 혼자 질질 짜면서 구석에 앉아있던 나.




하지만 그 뒤로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는 비속어 몇 마디를 내뱉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바로 방을 빠져나갈 기세로 방문 앞까지 갔다가 문 손잡이를 잡은 채 열까 말까 고민했다. 왠지 이 방 밖에 있는 사람들은 방탄일 것 같아서....




-달칵


-쿵






photo

"여주야, 일어났... 헉. 괜찮아?"


"아아... 괘, 괜찮아요."






내가 문을 못 열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밖에서 친히 문을 열어 내 이마까지 붉게 만들어준다.




생각보다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국자를 옆에 있는 선반 위에 올려두고는 양손으로 내 볼을 부여잡는 석진 오빠.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바보처럼 하하 웃었고, 석진 오빠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으... 아프겠다. 먼저 가서 밥 먹고 있어. 금방 약 갖다 줄게."






갖다 줄게...?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석진 오빠의 반말에 놀란 나. 당황스러워하며 어벙벙할 틈도 없이 내 등을 부엌 쪽으로 미는 석진 오빠에 나는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두 자리 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






photo

"어, 여주 왔네."





photo

"여주야, 잠은 잘 잤어?"






photo

"여주 배고프지? 얼른 밥 먹자!!"






어서 오라며 환한 미소를 나를 반기는 방탄. 근데... 다들 내게 반말을 하고 있다. 설마... 그 게임 이후로 계속 하는 건가...? 아니면 혹시 나도 모르는 다른 일이라도...?




괜히 불안한 느낌에 숟가락을 들어 밥을 깨작깨작 먹고 있으니 내 옆 자리에 앉은 지민이가 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photo

"왜 그래. 혹시 속이 안 좋아? 숙취해소제 사다 둘 걸...."





"어?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응? 갑자기 웬 존댓말? 우리 이제 계속 반말하는 거 아니었어?"


"네...?"








photo

"ㅋㅋㅋㅋㅋㅋ 기억 안 나나 보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지민과 정국을 번갈아보고 있으니, 뒤늦게 약과 밴드를 가지러 갔다 온 석진 오빠가 내게 다가오며 가볍게 웃었다.







photo

"우리 앞으로 반말하기로 했잖아. 싫어?"


"아, 아니ㅇ.... 좋아, 그렇게 하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하니, 부드러운 손길로 내 이마에 밴드를 붙여주는 석진 오빠.




생각보다 가까워진 거리에 눈을 댕굴댕굴 굴리니, 내 맞은편에 앉은 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photo

"근데, 여주는 몇 살이야?"


"어...?"


"여주는 우리 팬이라서 간단하게라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여주 나이 모르잖아. 여주는 몇 살이야? 스물넷? 스물다섯?"








"... 스물여덟."












-콜록콜록


"ㅁ, 뭐...?"







내 말 한마디에 갑자기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들고 있던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정국이, 사례가 들렸는지 콜록대며 물을 찾는 윤기, 물을 마시다가 뿜어버린 남준이까지.




방탄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며 내 말이 놀랐다는 것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는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와 윤기를 바라보는 호석이.







photo

"그럼... 윤기 형이랑 동갑?!!?"






호석이의 말에 방탄은 다시 한번 물을 뿜으며 이번에는 수건을 찾기 시작했다.









***









"태형아, 얼른 나와!! 이제 출발해야 돼!!"


"아, 잠깐만!! 목베개 좀 챙기고 갈게, 여주ㅇ... 아니, 여주 누나!!"






태형이만 빼고 다 탄 차 안. 나는 빠르게 돌아가는 초침에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톡톡 치며 태형이를 기다렸고, 다른 멤버들은 각자 자리에 편하게 앉아 익숙하게 휴대폰을 꺼냈다.






"헉헉... 가, 갑시다!! 출발!!!"






목베개를 안고 뛰어온 태형. 나는 태형이가 차 문을 닫음과 동시에 액셀을 밟았고, 운전 2년 차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최소한의 법만 지키며 운전한 덕분인지 다행히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고, 나는 방탄이들을 이끌어 녹음실 앞까지 데려왔다.






"누나... 우리 스케줄이 뭔지 설명도 안 해주고...."


"아, 맞다. 노래 작업이 다 끝나셨다고 해서, 바로 녹음하러 왔어!"






photo

"응? 아직 저랑 호석이랑 윤기 형이 작업하고 있는 곡은 안 끝났는데...?"


"아아, 타이틀 곡 말고. 그... magic shop 할 때 아미들한테 줄 선물 말이야. 그때 태형이가 노래를 주면 좋겠다고 했거든."






그제야 스멀스멀 떠오르는 기억들. 방탄들은 자신들이 종이에 썼던 것들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설마 그 노래가... 지금 우리가 녹음할 노래...?"


"응! 그 종이 보자마자 얼른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 그러니까-"






나는 방탄이들의 등 뒤로가 두 손으로 한 명, 한 명씩의 등을 밀었다.






"얼른 노래하자. 아미들을 위해서."









***









한편, 먼저 녹음실에 들어온 윤기와 호석. 잠깐 작곡가가 화장실을 간 상태라 둘은 조금 여유가 있었고, 윤기는 그 틈에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






"형, 형은 그 종이에 뭐라고 적었어?"


"나? 음... 뭐라고 적었더라."


"뭐야, 기억 안 나?"






호석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답하는 윤기.






"아, 기억났다."







photo

"사랑."






"뭐? 사랑? 뭔... 그걸 어떻게 바로 줘...? 물질적인 게 아닌데 팬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아아


-얘들아, 오래 기다렸지? 시작하자.






그때, 헤드폰에서 들리는 작곡가 목소리. 결국 호석은 윤기의 답을 듣지 못하고 혼자 고민에 빠진 채 녹음을 시작해야 했다.








photo

"글쎄, 난 주고 있는데. 알아채면 좋겠다."






윤기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