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얼떨결에 데이트

"형!! 여주 누나!!! 우리 왔어!!"
밝은 목소리로 시끌벅적하게 들어오는 여섯 명. 가장 먼저 집에 들어온 태형은 입꼬리를 귀에 걸고 들어왔다가 나와 윤기가 어색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앞에 있는 소파에 두 손 가득 들었던 짐을 두고는 의심스럽다는 듯 나와 윤기를 쳐다보는 태형. 나는 태형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을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둘이 무슨 일 있었어? 여주 누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ㅁ, 무슨 일은.... 그런 거 아니야."
"... 아닌 거 확실해, 형?"
아니라는 내 말을 믿어주지도 않고 같은 질문을 윤기에게 또 하는 태형.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윤기를 쳐다봤고, 윤기는 나와 눈을 한 번 마주치더니 피식 웃으며 태형을 바라봤다.

"무슨 일, 있었는데."
윤기의 말에 순간 정색을 하는 태형. 태형과 윤기 사이에서 잠시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가 뒤이어 들어오는 다른 멤버들로 인해 둘의 분위기는 다시 괜찮아졌다.
와중에 윤기의 대답을 듣고 얼굴이 더 붉어진 나.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아까는 잘만 없다고 하더만, 왜 지금은 무슨 일 있다고 하는 거야!! 왜!!!!!

"응? 여주 누나, 무슨 할 말 있어?"
"아... 아냐...."
나 혼자 생쇼를 하고 있으니, 이런 내 행동에 호석이가 의문을 품고 물어왔다. 누나는 그냥 지금... 좀 혼자 있고 싶어.... 나는 얼굴이 더 붉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멤버들이 나를 발견하기 전에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갔다.
***
여주가 들어가고 남은 일곱 명. 아직 상황을 모르는 다섯 명은 분위기가 이상한 태형과 윤기를 슬쩍슬쩍 바라보다 그만 자리를 비켜줬고, 거실에 단 둘만 남았을 때 그제야 태형이 입을 열었다.
"뭐 한 거야? 여주 누나한테."
"동생들은 몰라도 되는 거, 랄까?"
"형, 여주 누나 좋아해?"
인상을 구기며 윤기에게 날카롭게 묻는 태형. 윤기는 태형의 물음에 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태형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태형의 앞에 서고는 담담하게 내뱉은 한 마디.

"응. 좋아해."
"......."
"너는? 넌 여주 좋아해?"
윤기의 물음에 잠시 입을 뻥긋뻥긋하더니 곧 고민에 빠진 태형. 몇 분이 지나도 깔끔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윤기는 피식 웃으며 태형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태형아. 바로 대답 안 나오는 거 보면, 너 여주 좋아하는 거 아니야."
"...... 형."
"미안한데, 난 자기 마음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놈한테 기회 안 준다. 어설픈 방해도 하지 마."
"......."
그 말을 끝으로 태형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윤기. 윤기의 앞에서 한 마디도 못했던 태형은 윤기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들 정도로 주먹에 힘을 주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그러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기분은 상하지만, 윤기의 말에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던 태형이었다.
***
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앉지도 못하고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앞으로 윤기 얼굴 어떻게 보지. 하아... 근데 나 태형이 좋아하잖아. 왜 윤기랑 ㅋ... 하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 안만 뱅뱅 도는 나.
괜히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를 반복한 나는 부재중 1통이 온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최근 기록을 눌렀다. 최근 기록에 찍힌 사람은, 대표님. 나는 더 늦기 전에 얼른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전화... 하셨어요?"
-아, 여주 씨. 애들 숙소에서 몰래 사진 찍던 사생들 잡아가지고 연락드렸어요. 이제 곧 기사 나갈 거니까 애들한테 미리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좀 무리니... 음, 다음 주부터 애들 다시 활동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여주 씨가 잘 케어해 줘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더 조심해 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대표님. 나는 끊어진 통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방 문 앞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다 잠시 멈칫, 생각에 빠진 나.
... 괜찮겠지...?
아직 윤기를 보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 그래도 이건 일이니 숨을 한 번 크게 들이키고는 천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TV를 보며 과일을 먹고 있는 멤버들. 근데... 그중에 윤기가 안 보인다. 나는 멤버들을 향해 걸어가다가 나와 제일 가까이 있는 태형이의 팔을 붙잡고는 윤기에 대해 물었다.
"태형아, 윤기 어디 갔어?"
"... 몰라."
"...응?"
퉁명스럽게 모른다고 말하고는 어두운 얼굴로 갑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는 태형. 나는 당황스러움에 태형이의 방문만 두 눈을 꿈뻑거리며 쳐다봤고, 태형이와 내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옆에 앉아있던 남준이가 말을 꺼냈다.
"태형이랑 윤기 형 지금 사이 안 좋아, 누나."
"...응? 갑자기...?"
"그러게. 갑자기 그러네. 근데 윤기 형은 왜 찾아?"
"아, 좋은 소식이 있어서. 잠깐 다들 내 말 좀 들어볼래?"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내 말 좀 들어달라고 하니, 리모콘을 들고 있던 정국이가 얼른 TV를 끄고는 나를 바라본다. 모두 다 내게 쏠려있는 시선. 나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는 아까 대표님께 들은 말을 전했다.
"우리 다음 주부터 다시 활동해도 괜찮을 것 같아."

"엥? 벌써? 너무 이른 거 아냐?"
"그... 숙소 주변에서 사진 찍던 사생이 잡혔대. 내일부터는 아니더라도 다음 주부터는 활동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어."

"헐. 진짜?!"
내 말에 아이처럼 좋아하는 정국이와 지민이. 다른 멤버들도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지만 다들 하나같이 다행이라는 미소를 입가에 띄고 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멤버들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져 함께 웃었고, 그때 꿋꿋이 안 열릴 것만 같았던 윤기의 방문이 열렸다. 웬일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셔츠에 슬랙스, 불편하다고 안 차던 시계까지 멀끔히 차고 나온 윤기.
윤기는 멤버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모자와 마스크를 건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며 받지도 못하고 윤기만 올려다 보니, 나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 윤기.

"나가자."
"...응? ...갑자기? 아, 윤기야. 아까 대표님께ㅅ...."
"너희가 얘기하는 거 방 안까지 다 들렸어. 괜히 말 돌리지 말고, 김여주. 나랑 잠깐 나가자. 응?"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 끌어올리는 윤기.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윤기를 따라 나갔다.
{Behind}

"뭐야, 윤기 형 갑자기 왜 저래."

"윤기 형한테 저런 옷이 있었어? 항상 후드티밖에 안 입었잖아."

"나도 오늘 처음 보니까, 우리 조용히 하고 있자."
여주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윤기를 신기하게 보고 있는 멤버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