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해가 웃을 때

《노란 해가 웃을 때》 7화

7화 붓끝에 남은 사람




잠을 설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이 들기는 했다.


눈을 감았고 이불도 덮었고 소화가 촛불을 끄고 나가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밤새 꺼지지 않았다.


‘그대가 나를 미워하는 만큼 나는 그대를 오래 생각해 왔다.’


‘그때는…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내어놓을 수 있을지 모르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잠시 후 답답해서 다시 걷어냈다.


“사랑한다는 말을 무슨 귀한 패물처럼 아껴둔대.”


내가 달라고 했나.

아니. 애초에 내가 먼저 물어보기는 했다.


‘저를 사랑하십니까?’


“…….”


그 생각에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 진짜.”


어젯밤의 나는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다.

술을 마셔서 그랬을까. 한 잔밖에 안 마셨는데.

그럼 등불 탓이다.

사람을 괜히 이상하게 만드는 붉은 등불.

아니면 폭죽.

아니면 달빛.


뭐든 한노아만 아니면 됐다.


그런데 아무리 핑계를 골라도 마지막엔 결국 그 얼굴이 남았다.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조금은 미안하고 조금은 지쳐 보이던 눈.


그 얼굴로 ‘버린 적 없다.’ 라고 말하던 사람.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미워해야 했다. 아직은.


그 사람이 떠난 이유를 들었다고 해서 내가 홀로 보낸 세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열이 나도록 앓았던 날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편지 한 장 없었던 건 여전히 괘씸했다.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사람이 말이야. 손이 없었나.”


혼잣말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붓도 잘 잡더만.”


그때 방문 밖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대로 굳었다.


“…소화야.”


“예, 아기씨.”


목소리가 떨렸다.


분명 웃었다.


“방금 웃었지.”


“아닙니다.”


“들었어.”


“새가 운 것 같습니다.”


“새가 ‘푸흡’ 하고 울어?”


...


곧 소화가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내밀었다.


“그래도 어젯밤보단 안색이 좋아지셨습니다.”


“들어와.”


소화가 얌전히 들어와 세숫물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자꾸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해.”


“정말 아무것도—”


“소화야.”


결국 소화가 졌다.


“…어젯밤 공자님과 오래 계셨잖아요.”


손이 멈췄다.


“오래는 무슨.”


“달이 중천에서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요.”


“그건 이야기가 길어져서 그런 거야.”


“무슨 이야기요?”


“…집안 이야기.”


“집안 이야기 하시는데 얼굴이 왜 그렇게 붉어지셨어요?”


나는 즉시 손으로 뺨을 감쌌다.


“안 붉어졌거든.”


소화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더 얄미웠다.


“오늘 한노아 마주치면 나 없다고 해.”


“공자님이 아기씨를 눈앞에서 보셔도요?”


“…그럼 네가 어떻게든 가려.”


“제가 공자님보다 키가 한참 작은데 어떻게요.”


“…….”


말이 안 통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세숫물에 손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손끝을 적셨다.


그 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어났나?”


손끝이 물속에서 그대로 굳었다.

소화와 내 시선이 동시에 문으로 향했다.


“…왜 아침부터 와.”


나도 모르게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밖에서 노아가 태연하게 말했다.


“다 들린다.”


“…….”


죽고 싶다.


소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웃지 않으려는 얼굴이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침 문안.”


“필요 없습니다.”


“그럼 아침 식사.”


“이미 먹었습니다.”


소화가 나를 바라봤다. 아직 상도 들어오지 않았다.

밖에서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렇군.”


노아가 아주 진지한 척 말했다.


“이 집에선 이제 빈 그릇으로도 식사를 하는 모양이지.”


나는 눈을 감았다.


“공자님.”


“응.”


“아침부터 사람 약 올리는 것이 그리 즐거우십니까.”


“그대 목소리를 들었으니 썩 나쁘진 않군.”


“…….”


어젯밤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해놓고 어떻게 아침부터 저럴 수 있지 정말 대단한 인간이다.


“아무 용건 없으시면 가십시오.”


“있는데.”


“무엇입니까.”


“얼굴 보고 싶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밖에서도 더는 말이 없었다.


잠시 뒤 노아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문 열라고 하진 않으마.”


장난기가 조금 걷힌 목소리였다.


“어젯밤 이야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라면 피해도 좋다.”


“….”


“그대가 생각할 시간은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손가락 사이로 물이 조용히 흘렀다.


“다만.”


그가 덧붙였다.


“내가 어젯밤 했던 말 때문에 오늘 하루까지 망치진 마.”


“…공자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아니. 전혀.”


아주 짧은 말. 나는 문 밖을 바라봤다.


“그대보다 조금 더 태연한 척할 뿐이지.”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내려앉았다.

밖에서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은 꼭 먹어.”


그리고 발걸음이 멀어졌다. 나는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

소화가 옆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분 같으신데요.”


“한 번 더 말하면 너 오늘 아침밥 없어.”


소화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

나는 괜히 물을 한 번 세게 휘저었다.

파문이 잔뜩 일었다. 마음도 꼭 저 꼴이었다.


*

그날 오전 좌의정 댁에서 사람들이 왔다.


혼례복의 치수를 다시 확인하고 장신구와 폐백에 필요한 물품들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안채가 순식간에 비단과 함과 보자기로 가득 찼다.


“소매를 조금 더 올려보시겠습니까.”


나는 말없이 팔을 들었다.

침선비가 줄자로 손목부터 어깨까지 치수를 쟀다.

붉은 비단이 내 몸 위로 겹겹이 올라왔다.


혼례복.


이제는 정말 피할 수 없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혼례란 참 이상했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옷과 음식과 날짜는 너무도 착실하게 준비되었다.


“곱습니다.”


침선비가 말했다.


“얼굴빛이 희셔서 붉은색이 참 잘 받으십니다.”


옆에 앉아 있던 좌의정 댁의 나이 든 부인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 여인을 알고 있었다.


한씨 집안의 먼 친척으로 큰집 안살림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라 들었다.

그녀는 내 모습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았다.


“곱긴 하지요.”


말끝이 묘했다.


“본디 얼굴과 솜씨야 신분을 가리지 않는 법이니.”


방 안의 공기가 아주 조금 식었다.


소화의 손이 멈췄다.


나는 거울 속으로 그 여인을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왕실 그림을 대대로 맡아온 집안의 여식이라 들었습니다. 손재주 또한 남다르다지요.”


“과찬이십니다.”


“허나 좌의정 댁 안주인 자리는 손재주만으로 지키는 자리가 아니지요.”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명심하겠습니다.”


그 여인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래요. 워낙 영특하다 들었으니 말씀을 잘 알아들으시겠지.”


말뜻도 알아들었다.


너는 낮다.

네가 아무리 곱고 영특해도 좌의정 댁에 들어오면 네 자리를 알아야 한다.


늘 듣던 말이었다.


직접적이든 이렇게 비단으로 감싸져 있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때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한노아였다.


나도 그 여인도 동시에 문 쪽을 바라봤다.


노아는 열린 문밖 마루에 서 있었다.

얼마나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여인들이 있는 방이니 예를 지키려는 듯 문턱 바깥에 선 채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숙모님. 오신 줄 몰랐습니다.”


여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공자님. 오래간만입니다.”


“예.”


노아가 웃었다.


익숙한,

누구도 흠잡기 어려운 웃음.


“방금 좋은 말씀을 하고 계신 듯하여 저도 조금 들었습니다.”


내 속이 내려앉았다.


괜히 끼어들지 않았으면 했다. 나 때문에.

그런데 노아는 내 쪽을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아주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좌의정 댁 안주인 자리는 손재주만으로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고 하셨지요.”


“그렇지요.”


“그럼 무엇으로 지키는 자리입니까.”


여인이 잠시 말을 고르다가 대답했다.


“가문의 법도와 체면, 그리고 안살림을 두루 살필 덕목이 있어야겠지요.”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나는 미간을 아주 조금 좁혔다.

뭐 하자는 거지.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노아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집안에서 제가 가장 모자란 것이 법도와 체면이라.”


여인의 얼굴이 굳었다.


“공자님.”


“그 사람이라도 갖추고 들어오면 균형이 맞지 않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웃으면 안 된다.

지금 웃으면 큰일 난다.


소화도 비슷한 생각인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어깨에 힘을 주고 있었다.


여인은 헛기침을 했다.


“농이 지나치십니다.”


“죄송합니다.”


노아는 전혀 죄송하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이제야 나를 바라봤다.


붉은 혼례복을 걸친 채 서 있는 나를.


그의 시선이 한순간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런데 그 잠깐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잘 어울리는군.”


나는 시선을 돌렸다.


“아직 치수를 보는 중입니다.”


“그래도.”


그의 눈이 느릿하게 휘었다.


“미리 알아두길 잘했네.”


“무엇을요.”


“혼례날엔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걸.”


“왜 그러십니까.”


노아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신부 보느라 예법을 잊을까 봐.”


침선비 한 사람이 고개를 홱 돌렸다.


소화는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나가세요.”


“알았다.”


“지금 당장요.”


“그러지.”


노아는 순순히 물러났다.


문밖으로 돌아서기 전 나를 향해 입모양만 작게 움직였다.


‘예쁘다.’


나는 당장 손에 잡히는 바늘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화가 나면서도 기분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제일 짜증 났다.


혼례복 치수를 다 재고 나니 숨이 막혔다.


나는 소화에게 잠깐 혼자 있겠다고 말한 뒤 안채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버님의 화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드나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혼자 들어가는 일은 줄었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먹.

종이.

아교.

오래된 나무.


그리고 아주 희미한 안료 냄새.


바깥 세상과는 다른 공기였다.

이곳에 들어오면 늘 마음이 가라앉았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붓은 거짓말을 못한다.


손이 떨리면 선도 떨리고 망설이면 먹이 고이고,

마음이 급하면 종이가 먼저 안다.


나는 벽 쪽 선반을 바라봤다.


아버님의 붓들이 크기대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릴 적에는 그 붓을 몰래 만졌다가 호되게 혼난 적도 있었다.


‘여자가 붓을 쥐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붓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남들이 묻게 되는 것이 문제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보다 조금 부드러운 말이었지만 뜻은 같았다.


하지 마라. 들키지 마라. 바라지도 마라.


나는 천천히 화실 안쪽 작은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감춰두었던 족자를 꺼냈다.


한노아의 얼굴. 몇 해 전의 한노아.


아직 지금처럼 선이 짙지 않았고 소년의 흔적이 얼굴 곳곳에 남아 있는 모습.


그림 속 노아는 웃고 있었다.


얄밉게. 그 시절 그대로.

나는 한참 그것을 바라봤다.


“…너 때문에 이게 아직도 남아 있잖아.”


그날 태워버릴 수도 있었다.


그 애가 떠난 뒤 열이 내리고 나서 화로 앞까지 들고 간 적도 있었다.

불길에 종이 귀퉁이를 대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끝내 그러지 못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으니까. 잊고 싶으면서도 잊어버리는 건 더 무서웠다.


나는 옆에 놓인 붓을 들었다.


문득 지금의 한노아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스스로에게 놀랐다.


“…왜 이러지”


붓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다시 들었다.


“아니, 그냥 비교만.”


누구에게 변명하는지도 모르겠다.


새 종이를 펼쳤다.


먹을 아주 조금만 묻혔다.


눈.

먼저 눈부터 그렸다.

몇 해 전보다 더 깊어졌다.


웃을 때는 여전히 가볍지만 웃지 않을 때 그 눈 아래로 아주 얕은 피로가 내려앉는다.


어젯밤처럼.


‘나는 그대를 지키겠다고 떠났지만 실은 그대를 가장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


붓끝이 잠시 멈췄다.


먹이 종이에 조금 깊게 배었다.


“또 흔들렸네.”


그때였다.


“그러니까 자국이 남는다고 했잖아.”


손이 굳었다.


심장이 그대로 떨어졌다.


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문밖.


한노아가 서 있었다.


“….”


“….”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종이 위를 팔로 가렸다.


노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아주 느리게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안 봤다.”


“봤잖아요.”


“반쯤.”


“그게 본 거예요.”


“그럼 사과하지.”


그는 정말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그 태도가 너무 순순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황급히 새 그림을 접었다.

그러다 그 옆에 펼쳐둔 옛 족자를 뒤늦게 발견했다.


늦었다.


노아의 시선이 이미 그곳에 닿아 있었다.


그림 속의 자신에게.


이번에는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나는 족자를 급히 말아버렸다.


“나가주세요.”


노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자님.”


“그래.”


“나가주시라고요.”


“알았다.”


그는 문턱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돌아서지는 않았다.


“…하나만 물어도 되나.”


“싫습니다.”


“그럼 안 묻지.”


그는 정말 묻지 않았다.


그것도 짜증 났다.


차라리 물어보면 화라도 낼 텐데.


“왜 여기 오셨습니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물었다.


“그대 찾으러.”


“왜요.”


“아까 숙모님 말씀 때문에 마음 상했을까 봐.”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래서 위로라도 하러 오신 겁니까.”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의 시선이 내가 말아쥔 족자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내가 위로받게 생겼군.”


“무슨 뜻입니까.”


노아가 아주 조심스럽게 웃었다.


“내 얼굴을 그렇게 정성껏 그려놓은 사람이 세상에 있었다니.”


“…….”


“생각보다 기분이 좋네.”


나는 족자를 등 뒤로 숨겼다.


“착각하지 마세요.”


“응.”


“공자님이 좋아서 그린 거 아닙니다.”


“알았다.”


“정말입니다.”


“그래.”


대답이 지나치게 순했다.


“왜 안 믿는 얼굴입니까.”


“믿고 있는데.”


“아닌데요.”


“그럼 어떤 이유로 그렸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노아가 바로 말했다.


“대답 안 해도 된다.”


순간, 그가 정했던 규칙이 떠올랐다.


마지막 하나.


나는 그를 바라봤다.


“세 번째 규칙.”


노아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기억하고 있었군.”


“아직 안 알려주셨잖아요.”


“지금 알려줄까.”


“말해보세요.”


그는 문턱 밖에 그대로 선 채 말했다.


“셋째.”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서로 숨기고 싶은 것은 억지로 들춰보지 않는다.”


나는 족자를 쥔 손에 조금 힘을 줬다.


“그게 규칙입니까.”


“그래.”


“공자님께 상당히 유리한 규칙 같네요.”


“나도 숨기는 것이 많아 보이나?”


“아주.”


노아가 피식 웃었다.


“부정하지 않으마.”


그러고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미리 알면 재미없다면서요.”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다.”


그의 웃음이 조금 희미해졌다.


“숨긴 것이 그대를 다치게 만들면 그때는 모른 척하지 않겠다.”


나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숨긴 것 때문에 그대가 다치게 된다면.”


노아는 천천히 덧붙였다.


“그대가 묻기 전에 내가 말하겠다.”


어젯밤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몇 년 동안 말하지 않았던 것들. 떠난 이유.

윤가의 혼사. 자신의 두려움.


“공자님은 이미 한 번 어기신 것 같은데요.”


“그러니 이번부터 지키려는 거지.”


너무 뻔뻔해서 웃음이 났다.


“…규칙을 자기 마음대로 소급하지 마세요.”


“그대가 허락하면 오늘부터.”


나는 그를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는 더 이상 족자를 보려 하지 않았다.


“그럼 난 나가 있지.”


돌아서려는 그의 등 뒤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날이에요.”


노아가 멈췄다.


나는 스스로 놀랐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기다렸다. 내가 계속 말할지, 그만둘지.

그 기다림이 오히려 나를 조금 용감하게 만들었다.


“공자님 떠나기 전날.”


아주 천천히 말했다.


“저 그림… 그때 그린 겁니다.”


노아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잠시 뒤 그가 돌아봤다.

아까와 다른 얼굴이었다.


“전날?”


“예.”


“내가 도화서 뒤뜰에서 본 것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였습니다.”


노아의 입술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

정말 놀라면 이 사람도 말이 없어지는구나.


처음 알았다.


“그럼 그때.”


그가 나직이 말했다.


“내 얼굴을 그리고 있었던 거였네.”


“말씀드렸잖아요. 좋아서 그린 거 아니라고.”


“응.”


“자꾸 웃지 마세요.”


“안 웃고 있다.”


정말이었다.

노아는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눈.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오래 잃어버렸다가 이제야 발견한 사람 같기도 했다.


“왜 그런 얼굴을 하세요.”


노아가 아주 천천히 물었다.


“그때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나.”


나는 잠시 망설였다.


“…태우려고 한 적은 있습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런데요?”


“못 태웠어요.”


“왜.”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이번엔


침묵하지 않았다.


“잊어버릴까 봐.”


그 말이 화실 안에 떨어졌다.


아주 작은 말이었는데 이상할 만큼 크게 울렸다.


노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괜히 민망했다.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땐 다시 못 볼 줄 알았으니까요.”


급히 덧붙였다.


“그림을 남겨둔 건 그것뿐입니다.”


“…그것뿐이어도.”


노아가 낮게 말했다.


“나한텐 충분한데.”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가 웃었다.


이번 웃음은 평소와 달랐다.


예쁘게 웃지도 않았고 사람을 놀리려는 기색도 없었다.


그냥—


기쁜 사람이 웃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더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먼저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정말 나가주세요.”


“알았다.”


“그리고 이 그림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마십시오.”


“물론.”


“아버님께도요.”


“알았다.”


“좌의정 댁에도.”


“죽을 때까지.”


“…그렇게까지 말하실 필요는 없고요.”


노아가 문턱을 넘다가 멈췄다.


“ㅇㅇ아.”


“왜요.”


“새로 그리던 건.”


심장이 철렁했다.


“안 봤다면서요!”


“눈만 봤다.”


“그걸 봤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저 얼굴 다시 원래의 한노아다.


“예전보다 잘생기게 그렸더군.”


“나가세요.”


“지금 간다.”


“한노아!”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마루를 빠져나갔다.


나는 가까이 있던 베개를 집어 던졌다.


물론 문턱에도 못 닿았다.


화실엔 다시 나 혼자 남았다.


나는 한참 숨을 몰아쉬다 천천히 종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로 그린 눈.


먹이 조금 번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까보다 더 닮아 있었다.


저녁이 되어도 기분이 이상했다.


한노아에게 들켰다.


내가 몰래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것도 하필 그 사람 얼굴을 몇 년 동안 숨겨두었다는 것.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오늘 저녁부터 이불 속에서 평생 나오지 않을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한노아가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녁상에서도. 아버님 앞에서도.

하인들이 드나드는 자리에서도.


그는 평소와 똑같았다.


아버님과 조정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한 번씩 나를 놀리고.

단 한 번도 그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내 쪽에서 자꾸 눈치를 보게 되었다.


정말 말하지 않네.

정말 모른 척해주네.

그 사실이 조금 이상했다.

사람들은 보통 비밀을 알게 되면 그것으로 상대를 조금씩 소유하려 한다.


‘나는 네가 숨기는 것을 안다.’


그런 눈. 그런 말투. 그런 우위.

그런데 노아에게는 그게 없었다.

그는 정말로 문밖에 두고 나온 것처럼 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버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혼례 준비가 급하여 내일 일찍 도화서에 들어가 봐야겠다.”


“제가 장부는 봐두겠습니다.”


내가 답하자 아버님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과 함께 나를 한 번 바라보셨다.


“요즘 네 손이 다시 먹에 물드는구나.”


심장이 멎었다.

손을 내려다봤다.


검지 옆.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은 아주 희미한 먹자국이 남아 있었다.


“…책을 보다가 묻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아버님의 시선이 손끝에 잠시 머물렀다.

그 짧은 시간이 몇 식경처럼 느껴졌다.


그때 노아가 태연하게 자기 소매를 내보였다.


“제 탓입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아버님도 시선을 옮겼다.


노아의 소매 끝에 먹물이 묻어 있었다.


“오늘 제가 글씨를 쓰다 벼루를 건드렸습니다. ㅇㅇ이 정리해주다 손에 먹이 묻었지요.”


언제 묻힌 거지.

노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버님은 잠시 우리 둘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례를 앞두었으니 손에 상처 나지 않게 조심하거라.”


“예.”


아버님이 나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노아는 차를 마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공자님.”


“응.”


“소매.”


“아.”


그가 내려다봤다.


“조금 전에 묻었나보군.”


“일부러 묻히신 거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바보인 줄 압니까.”


노아가 찻잔 너머로 웃었다.

나는 낮게 말했다.


“왜 거짓말하셨습니까.”


“규칙을 지켰을 뿐이다.”


“셋째 규칙이요?”


“그래.”


“숨기고 싶은 건 캐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비밀 때문에 네가 곤란해지려 하면 모른 척하지 않는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노아는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라는 듯.

그게 오히려 마음을 건드렸다.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그가 나를 바라봤다.


“무엇을.”


“저랑 혼례를 지키려고 청국까지 가고.”


한마디.


“제 그림도 모른 척해주고.”


두 마디.


“아버님께 거짓말까지 하시고.”


세 마디.


말할수록 나도 내가 뭘 묻는지 알 것 같았다.


“왜 계속…”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제 편을 드시는 겁니까.”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아주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다 웃었다.


“그 대답.”


그가 말했다.


“어젯밤 아껴두겠다고 한 것과 같은 답인데.”


숨이 턱 막혔다.


나는 곧장 눈을 피했다.


“됐습니다.”


“그대가 물었잖아.”


“안 듣겠습니다.”


“알았다.”


“정말 말하지 마세요.”


“응.”


순순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잘 듣지.

그런데 몇 초 뒤 그가 덧붙였다.


“다만 하나는 정정하지.”


“…뭘요.”


“내가 계속 네 편을 드는 게 아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노아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처음부터 내 편이 그대였던 거다.”


“…….”


말이 없어졌다.


이 사람은 정말.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인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얼굴이 붉은데.”


“더워서요.”


“초봄인데.”


“공자님.”


그가 입을 다물었다.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마루 끝까지 걸어간 뒤에야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뜨거웠다. 정말 지독하게.


밤이 깊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오래도록 책을 펼쳐놓고 있었다.


한 장도 읽지 못했다.


글자는 분명 아는데 문장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 편이 그대였던 거다.’


책장을 넘겼다.


또 같은 문장이 들렸다.


한 번 더 넘겼다. 여전히 들렸다. 결국 책을 덮었다.


“사람 하나 때문에 독서까지 안 되네.”


촛불이 흔들렸다.


내 손끝엔 낮의 먹물이 아직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문득 서랍 안에 넣어둔 족자가 생각났다.


예전의 한노아.


그리고 오늘 새로 그리다 만 눈. 두 그림 사이에는 몇 년이 있었다.


그 몇 년 동안 그는 변했고 나도 변했다.

그런데 붓끝만은 이상하게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천천히 쓸었다.


어쩌면 미워한다는 건 잊지 못했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잊어버린 사람에게는 화도 나지 않으니까.

미워할 이유도 묻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대답도 남지 않으니까.


나는 아직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청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왜 한 번도 소식을 보내지 않았는지. 윤서련과는 정확히 어떤 사이인지.

왜 돌아오자마자 혼례를 서둘렀는지.


그리고—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


또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는 두 손으로 뺨을 눌렀다.


“그건 나중에.”


혼자 중얼거렸다.


아직은.

정말 아직은 아니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기씨.”


소화였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문이 열렸다.


소화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다.


“영감 어르신께서 사랑채로 오시랍니다.”


순간 며칠 전의 기억이 겹쳤다.


처음 한노아의 귀환 소식을 들었던 날도 이랬다.


조용한 밤.


갑작스러운 부름.


나는 도포를 걸쳤다.


“왜 부르시는데.”


“저도 자세히는….”


소화가 잠시 말을 망설였다.


“좌의정 댁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심장이 서늘해졌다.


“이 시간에?”


“예.”


사랑채로 가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마당에는 달빛이 희게 내려앉아 있었다.


문앞에 낯선 가마 하나가 보였다.


좌의정 댁 문장이 새겨진 가마.


한노아도 와 있었다.


아버님과 마주 앉은 그의 얼굴에는 오늘 하루 내내 보였던 장난기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이 입을 열었다.


“방금 좌의정 댁에서 전갈이 왔다.”


나는 무릎 위로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혼례일 때문입니까.”


“혼례일도 포함되어 있다.”


그 말에 노아가 아주 미세하게 미간을 좁혔다.


아버님이 봉한 서찰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붉은 봉인.


한씨 가문의 문양.


“원래 예정했던 날보다 혼례를 앞당기겠다고 한다.”


“…얼마나요.”


“열흘.”


숨이 멎었다.


“열흘 뒤라고요?”


“그래.”


나는 본능적으로 노아를 바라봤다.


그 또한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얼굴이 굳어 있었다.


“공자님께선 모르셨습니까.”


노아가 짧게 대답했다.


“몰랐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게도 상의 없었군.”


아버님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또 하나.”


이상했다.


아버님의 얼굴이 혼례 날짜 하나를 전할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좌의정 대감께서 직접 오신다.”


나는 눈을 들었다.


“…직접요?”


“내일.”


방 안이 조용해졌다.


좌의정.


한노아의 할아버지.


처음 내 집안과 혼약을 맺었다가 더 큰 힘을 가진 윤가를 보며 마음을 돌렸던 사람.


한노아에게 나와의 약조를 끊으라 했던 사람.


그리고 지금도 윤가와의 혼사를 바라는 세력의 중심에 있을 사람.


그가 직접 온다.

노아가 서찰을 집어 들었다.

봉함을 확인하는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할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나오실 줄은 몰랐는데.”


아버님이 물었다.


“무슨 뜻인가.”


노아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서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혼례를 열흘 뒤로 당기면서 직접 이 집에 오시겠다는 건.”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혼례를 축하하러 오시는 걸 수도 있겠지.”


“그렇지 않다면요.”


내가 물었다.


노아의 표정에서 마지막 남은 웃음까지 사라졌다.


“조건을 걸러 오시는 거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버님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조건을.”


노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


“나를 꺾을 조건.”


그리고 시선이 내게 닿았다.


“아니면.”


한 박자.


“그대를.”


손끝이 차가워졌다.


나는 무릎 위에서 손을 꼭 쥐었다.


며칠 전이었다면 무서웠을 것이다.


좌의정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내가 어디에 서 있는 사람인지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중인의 딸.


한씨 집안보다 낮은 사람.


그 집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밀어낼 수 있는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가장 먼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낮의 화실.


문턱 밖에서 멈추던 한노아.


‘서로 숨기고 싶은 것은 억지로 들춰보지 않는다.’


그리고 저녁.


‘처음부터 내 편이 그대였던 거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노아를 바라봤다.


“공자님.”


“응.”


“첫 번째 규칙 아직 유효합니까.”


노아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물론.”


“제가 고개로 허락하면 따르고, 거부하면 그 즉시 멈추겠다고 하셨죠.”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은.”


노아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제 옆에 계세요.”


방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노아의 얼굴에 아주 희미한 변화가 일었다.


“그럴게.”


낮고 단단한 대답이었다.


“이번엔 어디도 가지 않겠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손끝에 주었던 힘을 조금 풀었다.

창밖으로 달빛이 길게 흘러들었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한노아에게 내 곁에 있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일


그 사람을 한 번 떠나게 만들었던 이가 우리 앞에 온다.


열흘 뒤의 혼례보다 당장 내일이 더 가까웠다.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나는 알 것 같았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한노아의 대답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나도 내 자리를 말해야 했다.



7화 붓끝에 남은 사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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