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여주
—야!오빠!
민윤기
— ······.
이여주
—오빠!!
민윤기
—어?어,왜
이여주
—게임 재밌어?
민윤기
—잠깐만.거의 끝났어.
지금 게임에 정신이 팔린 이 오빠는 내 남자친구다.꽤 오래 사귀어서 이젠 ‘야'라고도 편하게 부른다.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오빠가 변했다.우리 연애 초반과는 비교가 눈에 보일 정도로.
연애 초반에는 게임 하다가도 나한테 계속 말 걸어주고,손잡아 주고,때로는 내가 조금 싫은 표정을 보이면 바로 게임을 끄기도 했다.그런 오빠가 변했다.사랑이 식은 걸까?나보다 게임이 더 중요한 걸까?
이여주
—나 갈까?
민윤기
—어?왜?바빠?
이여주
—하···.
민윤기
—됐다.이제 끝났어.왜 그래?
이여주
—재밌어?

민윤기
—어?
이여주
—재밌냐고.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아는데 모르는 척하는 건지,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지.
민윤기
—갑자기 왜 그래 여주야.
이여주
—내가 왜 그러는 거 같아?오빠는 그냥 재밌게 게임이나 해.
민윤기
—이여주.
이여주
—뭐.
민윤기
—미안해.
표현이 아무리 부족한 오빠라지만,지금만큼은 조금만 더 노력해 줄 수는 없는 걸까?왜 매번 내가 이해해야 하고 오빠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걸까.
이여주
—갈게.
민윤기
—데려다줄까?
이여주
—됐어.혼자 가.
민윤기
—알겠어···.조심히 들어가.
오빠의 대답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내가 끝까지 붙잡는 걸 싫어하는 걸 안다고 해도 지금은 그냥 달려와서 말없이 안아주면 안 되는 걸까?오빠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렇게 초반과 많이 달라졌다.
.
이여주
—하···.연락도 안 오네,이젠.
중
—이여주 또 싸웠어?
이여주
—엄마,언제부터 있었어?
중
—그렇게 계속 걔 때문에 힘들 거면 헤어져
이여주
—ㅇ,엄마···.
중
—그렇게 맨날 너 혼자 끙끙대지 말고.도대체 몇 번 째야.
이여주
—내가 알아서 할게.
중
—엄마는 말했다.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그렇게 엄마는 또 한 번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았다.엄마가 이런 말 하는 건 처음이다.내가 그렇게나 힘들어 보였나.나도 모르게 내 표정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나 보다.지금 많이 힘든걸.
이여주
—하···.
난 핸드폰 갤러리에 들어가 오빠와 연애 초반 때 찍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았다.정말 보는 사진마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사진에서 드러나듯이 그땐 정말 누구보다 행복했다.힘들 때 그냥 안아주고,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그냥 내뱉는 오빠가 그저 재밌기도 했어.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 하나 없는 지금의 오빠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지 모르겠다.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나 혼자 설레고,나 혼자 즐거웠고,나 혼자 사랑한 거 같기도 해.덜 좋아하면 상처받는 것도 덜 할까?
이여주
—아직도 피시방인가···.또 게임 하느라 연락 한 통도 없는 건가.
난 불안함에 다시 집을 나와 피시방으로 향했다.그런데 예상은 뒤엎지를 않았고 오빠는 그대로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그냥 말없이 돌아가려고 했지만,너무 화가 나 그만 폭로하고 말았다.
이여주
—오빠.진짜 나는 안중에도 없지?
민윤기
—여주야,언제 왔어?
이여주
—그래도 그렇게 화면만 보고 얘기할 거야?
민윤기
—아,여주야.하···.아,잠깐만 진짜.
이여주
— ···됐다.우리 그만하자.
내가 그만하자는 말이 입에서 나오자,그제야 오빠는 바로 화면을 끄고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민윤기
—여주야,그게 무슨 말이야.아니지?
이여주
—내가 그럼 장난으로 말하는 거 같아?
민윤기
—너 울어···?
이여주
—오빤 내가 오빠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그렇지,어떻게 알아.게임에나 푹 빠져 있는데.
민윤기
—여주야···.오빠가 미안해.다시는 안 그럴게.
이여주
—오빠는 항상 그 소리야.그냥 그만하자.
그렇게 뒤를 돌았고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그때 뒤에서 나를 꽉 안았다.그건 오빠였고,나는 뿌리치려 했지만,오빠가 더욱더 세게 안는 바람에 그대로 있어야만 했다.
민윤기
—내가 다 잘못했어.여주야,나 너 없으면 안 돼.
이여주
—그러는 사람이··· 끕··· 그러는 사람이 왜 나한테 그래?도대체 왜?흐···.왜 항상 나를 힘들게 하냐고 흑··· 행복은 이제 내게 오지 않는 거야?
민윤기
—내가 많이 소홀해진 거 같아···.미안해,정말 미안해.
이여주
—됐어.오빠도 힘든 걸 좀 알아봐.혼자 짝사랑을 하든지 말든지 오빠도 내가 힘들었던 것처럼 똑같이 힘들어 봐.
그렇게 오빠의 팔의 힘은 좀 풀렸고 난 오빠의 팔을 뿌리치고 그 품에서 나왔다.그러고는 오빠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여주
—오빠는 날 진심으로 사랑하긴 했어?
민윤기
—당연한 걸 왜 ㅁ···,
이여주
—아니?오빠는 날 사랑하지 않았어.그래 뭐 사랑했다고 해도··· 나만큼은 아니었을걸?
민윤기
—여주야···.
이여주
—잘 살아.다시는 보지 말자.
민윤기
—이여주!이여주!!
홧김에 헤어지는 상황이 됐다.많이 흥분해서 헤어짐으로 이끌어진 거 같은데 사랑은 그렇게 한순간에 종료가 되었다.이게 과연 맞는 선택이었을까?
민윤기
—이여주!!
오빠가 따라 나왔는지 밖에 나와서 나를 크게 불러댔다.나는 순간적으로 오빠가 안 보이는 구석에 숨었다.그렇게 조금 멈추었던 눈물이 또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우는 소리가 혹시나 새어 나갈까 봐 손으로 입을 막고 울었다.
민윤기
—이여주!내가 잘못했어!나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여주야!!보고 싶어!이여주 사랑한다고!!다시 나에게로 와주라!제발··· 흑흐윽···.
그때 오빠가 큰 소리로 말하다가 소리가 끊겼다.나는 슬쩍 오빠 쪽을 보니 오빠가 쪼그려 앉아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니 나는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저렇게까지 오빠가 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마음이 너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민윤기
—여주야···.흑··· 내가 잘못했어···.
오빠는 울다 지쳤는지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뗐다.그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잡으면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이런저런 생각만 하다가 결국 놓쳤다.
이여주
—미안해 오빠··· 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