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지묘
(마녀의 고양이)
-마녀의 고양이-
W. 설하
트리거 경고,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존재하며,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잔인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녀 '동백'은, 살아온 세월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언제나 죽음을 갈망하던 마녀였다. 그녀는 언제나 영면에 드는 것을 꿈꿔왔으나, 큰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마녀'로서의 삶은 그녀가 영면에 드는 것을 늘상 방해하곤 했다. 영생을 사는 것은 따분했다. 그 무엇도,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그녀에게는 억겁 같은 시간의 반복일 뿐이었다.
"정말로, 죽고 싶어?"
"...."
동백은 대답 없이 제 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이 오싹하리만치 싸늘하게 식어있었지만 동백이 그에 겁을 먹는 일은 없었다. 두 번째 마녀,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동백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눈동자가 동백꽃처럼 붉다며 제게 '동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사실과, 제게 이 지겹고 지겨운 영생을 선물해 준 여인이라는 것만이 기억날 뿐이었다.
"죽을 수 있어요?"
"네가 원한다면."
"원해요."
"그리고 네가 해낸다면."
"뭘 하면 되는데요?"
동백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늘상 죽어있기만 하던 동백의 눈에 이채가 도는 것을 보며, 두 번째 마녀는 어이없다는 듯 동백을 흘겨보았다. 허나 그뿐이었다. 저가 죽고 싶다는데 뭐 어쩔 텐가. 그녀는 이미 동백을 마녀로 만드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 그 이후는 그녀가 알 바가 아니었으나, 매번 저렇게 죽은 눈을 하고 세상 다 산 노인네처럼 누워만 있는 동백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져 호의를 베푸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늘 죽은 눈을 하고 있던 그 눈에 생기가 돌게 된 이유가 죽음이라니. 꽤 오랜 세월을 같이 있었다고 생각함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아이라, 두 번째 마녀는 생각했다.
"'마녀지묘', 알아?"
"... 몰라요."
"그럴 것 같았어. 아무튼, '마녀지묘'를 만들어. 그리고 죽여달라고 해."
"그러면 죽을 수 있어요?"
"아마도."
"그럼 그 마녀지묘는 어떻게 만드는데요?"
"나야 모르지."
"....."
"하지만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줄 순 있어."
동백이 눈을 반짝였다. 진짜요? 어디로 찾아가면 돼요? 하며 묻는 동백의 목소리엔 희미하게나마 환희가 묻어났다. 너 정말 진심으로 죽고 싶은가 보구나? 하며 두 번째 마녀가 중얼거렸다. 엊그제 저 아래의 작은 마을에서 슬쩍 훔쳐 온 곰방대를 입에 문 두 번째 마녀가, 커다란 나뭇잎을 하나 집어 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나뭇잎을 긁어내며 글자처럼 보이는 것들을 써 내려갔다. 동백은 그 글자들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언어였다.
"이게 뭐예요?"
"내 고향 말. 넌 못 읽을걸."
두 번째 마녀의 말대로, 동백은 글자들을 읽을 수 없었다. 두 번째 마녀는 동백이 글자들을 쳐다보던, 말던, 계속해서 나뭇잎을 긁어낼 뿐이었다. 커다란 나뭇잎이 두 번째 마녀가 쓴 글자들로 빼곡히 채워지고 나서야, 그녀는 손톱 사이에 낀 나뭇잎 조각들을 떼어내며 말했다.
"이걸 들고 동쪽으로 나흘 밤낮 동안 가면, 넓은 강이 나올 거야. 괜히 오기로 헤엄쳐서 강 건너려다 빠져서 개고생하지 말고, 강물이 흐르는 대로 내려가다 보면 작은 나루터가 있을 거야."
"...."
"나루터엔 나뭇배가 하나 있을 거야. 그 배 근처에 수염을 배꼽까지 기른 노인이 있을 건데, 그 노인더러 '백련'에게 데려다 달라고 해."
"....."
"노인이 너더러 누구냐고 물으면, '가혜'가 보내서 왔다고 하렴. 계속 의심하거든 그 나뭇잎을 보여주던가."
"...."
"'백련'을 만나면, 그 나뭇잎을 전해줘. 참, 걔는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가는 길에 다람쥐라도 하나 잡아서 선물해. 좋아할걸?"
그럼, 잘 가. 가혜가 말했다. 두 번째 마녀의 이름이었다.
동백은 그 길로 나뭇잎을 품에 넣고는 해가 뜨는 방향으로 달렸다. 밤낮을 쉬지 않고 산길을 달린 탓에 발바닥은 금세 너덜너덜해졌지만, 마녀의 힘이 동백을 보호하듯 그녀를 한번 감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몸 여기저기에 난 상처들이 깔끔하게 아물고는 했다. 그래서 동백은 쉬지 않고 달렸다. 잠도 자지 않고,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지도 않고, 그저 가혜가 일러준 대로 계속해서 달리기만 했다. 가혜가 말한 강에 동백이 도착한 날은, 동백이 길을 떠나온 지 꼬박 나흘째 되던 날의 아침이었다.
동백은 강가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녀가 멈추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던 붉은 기운들이 그녀를 감쌌다. 다시금 상처들이 아물었다. 동백은 넓디넓은 강을 한번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헤엄쳐서 건너도 될 것 같은데. 동백은 되도록이면 빨리 그 '백련'이라는 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동백이 죽고 싶어 하는 이유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강물에 발을 한 번 담근 동백은, 이내 가혜의 말을 떠올렸다.
"괜히 오기로 헤엄쳐서 강 건너려다 빠져서 개고생하지 말고,"
동백은 얌전히 강물에서 빠져나왔다.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동백이 가혜와 함께 살면서 그녀의 말이 틀린 적은 몇 없었다. 동백은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서 걸었다. 이따금 목이 마르면 강물을 한 움큼 떠다가 목을 축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물길을 따라가는 동백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 강을 향해 달려왔을 때처럼, 나루터를 찾아 걷는 동백의 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꼬박 하루를 걸어 내려간 나루터에는, 가혜가 말한 대로 배꼽까지 수염을 기른 노인이 걸터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뉘시오."
"... 날 '백련'에게 데려다줘."
"'백련'이라... 근 120년간 그녀를 찾은 이가 없는데, 그대는 누구길래 '백련'을 찾소?"
"'가혜'가 보낸 사람이다."
노인은 한동안 동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강가에 걸쳐두었던 나룻배를 밀어 강으로 띄웠다. 타시오, 하는 노인의 말에 동백이 조심스레 나룻배에 걸터앉자, 노인은 알 수 없는 뱃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를 젓기 시작했다. 강물을 거슬러 거슬러, 강의 반대편에 도착할 때까지 노인의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뭍에 다다르고 나서야 노인은 동백에 내리라는 듯, 노래를 멈추고 그녀에게 눈짓할 뿐이었다.
"이 앞의 흙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사냥꾼의 오두막이 하나 나올 거요. 거 주인과 마주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
"오두막에서 백 보 떨어진 곳에서 왼쪽으로 가다 보면 또 절벽이 하나 나올 거요."
"...."
"절벽 아래 동굴이 하나 있소. 거기가 그대가 찾는 '백련'이 사는 곳이오."
동백이 물끄러미 흙길 너머를 바라보았다. 노인은 동백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다시금 알 수 없는 뱃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를 저었다. 동백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잘 다듬어진 흙길이 그녀의 발에 포근하게 닿았다.
저 먼 하늘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동백은 노인이 말했던 오두막이 가까이에 있음을 깨달았다. 흙길을 따라 자박자박 걷던 동백은, 그제야 가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걔는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가는 길에 다람쥐라도 하나 잡아서 선물해. 좋아할걸?"
귀찮게. 쯧-, 하며 혀 차는 소리를 낸 동백은 저가 서 있던 흙길을 살짝 파내어 위치를 표시해 두고는 산으로 뛰어들었다. 다람쥐, 다람쥐라. 귀여운 거면 다람쥐가 아닌 다른 동물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산짐승 따위에게 귀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동백은 무작정 다람쥐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깽-! 깨갱-!"
"... 여우?"
탐스러운 주황빛 털이 붉은 피로 얼룩져있었다. 여우는 덫에 걸린 제 앞발이 아픈 듯, 멀쩡한 앞발로 덫을 떼어내려 용을 쓰고 있었으나, 여우가 움직일수록 덫은 그 앞발을 더욱이 꽉 조일뿐이었다. 아직 새끼인가. 작디작은 여우를 보며 동백이 생각했다.
"... 귀여운 거."
동백의 손에서 흘러나온 붉은빛이 여우를 향해 나아갔다. 깨갱! 하며 울부짖는 새끼 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동백은 무심하게 덫을 고장 낼 뿐이었다. 덫은 헐거웠다. 아마도 사냥에 능하지 못한 사람이 이 덫을 만들었으리라. 고장 난 덫은 금세 새끼 여우의 앞발을 놓아주었다. 겁에 질린 눈동자를 빛내며, 공포에 옴짝달싹 못하던 새끼 여우가 동백을 응시했다. 낑낑거리는 새끼 여우의 뒷덜미를 낚아챈 동백은 미련 없이 산에서 걸음을 돌렸다.
"걱정 마.“
"... 끼잉,“
"그 사람, 귀여운 걸 좋아한다 했으니까, 네 가죽을 벗겨내거나 하진 않을걸.“
"....“
"... 아마도.“
확신은 없는지라, 동백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새끼 여우는 여즉 겁에 질려 동백에게 잡힌 몸을 딱딱하게 굳힐 뿐이었다. 뭐, 내 알바는 아니니까, 하는 생각과 함께 동백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두막이 바로 근처였다. 오두막에서 백 보 떨어진 곳, 그쪽으로부터 왼쪽. 불어오는 바람이 날카로운 것을 보아하니 노인의 말대로 절벽이 있는 듯했다. 동백의 걸음엔 망설임이 없었다.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 따위야 그 앞길에 방해물조차 될 수 없었으니, 동백이 절벽에 다다른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흐른 뒤였다.
날카롭게 깎아지른 절벽을 보던 동백이 허탈한 숨을 내쉬었다. 동굴이 어딨다고, 하며 동백은 조심스레 절벽의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는 낭떠러지는, 짙은 안개 덕에 그 끝을 감히 예상할 수도 없었다. 이걸 어째, 하던 동백은, 낭떠러지를 마주하자마자 더 딱딱하게 몸을 굳힌 새끼 여우를 잠시간 바라보았다. 두고 갈 수도 없고. 아직 새끼인 이 여우는 저가 늘상 하던 대로 절벽에서 몸을 내던졌다가는 놀라서 심장이 멈춰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선 곤란했다.
"진짜 귀찮은 선물이네.“
붉은 기운이 저 멀리서부터 흘러들어왔다. 동백은 제 눈을 닮은 그 붉은 기운을 온몸에 휘감았다. 새끼 여우가 놀라지 않도록, 그 눈을 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낑낑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조금만 참아, 하는 말을 내뱉은 동백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깽!“
붉은 바람이 한바탕 불었던 절벽 위에는, 누군가가 있었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백련은 눈을 찌푸렸다. 바람을 타고 비릿한 피비린내가 흘러들었다.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불쌍한 산짐승이 사냥꾼의 덫에 걸린 것일 터, 백련은 안타까운 표정을 채 숨기지 못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피비린내를 맡으며, 백련은 부디 그 불쌍한 생명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 그대가 '백련'인가?“
예기치 못한 손님에 백련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동굴의 입구에 서 있는 소녀에게서는 기묘한 향이 났다. 그 향 사이에 섞인 피비린내가 문득 익숙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돌리니, 소녀의 품 안에서 바싹 굳어있는 새끼 여우가 보였다. 그녀의 시선에 그제야 제 품에 안겨있던 것을 알아챈 듯, 소녀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백련의 앞에 섰다.
"자, 선물.“
"....“
"가혜가 그러던데, 너는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고.“
얼떨결에 새끼 여우를 품에 안아들게 된 백련이 큰 눈을 깜빡였다. 제 앞의 이 소녀는 그제야 귀찮은 짐짝을 치워냈다는 후련한 표정을 내보이며 백련을 응시했다. 아아, 가혜. 실로 오랜만에 듣는 친우의 이름이었다.
"가혜가 보낸 사람인가요?“
"... 사람은 아냐. 세 번째 마녀다.“
"아아,"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부탁했다. 널 만나고 싶어서.“
"아무튼, 그럼 당신이 '동백'이겠군요.“
소녀의 고운 이마가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보며 백련은 저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하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백련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던 소녀는 문득 이름을 바꾸던가 해야지, 하는 중얼거림을 내뱉곤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마녀지묘'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러 왔어.“
"아아,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가르쳐 드리죠.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음, 상관없어.“
"그래요. 아시겠지만 저는 백련이라 합니다. 첫 번째 마녀지요. 그대를 '동백'이라 부르면 될까요?“
소녀는 다시금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소녀가 대뜸 백련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
"홍월,이라고 불러줘.“
백련은 웃으며 그 손을 맞잡으며 웃었다.
그래요, 홍월.
-이야기꾼의 이야기, 마녀 '동백' 中,
"홍월,"
나지막한 목소리에 홍월이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받은 머릿결이 아름답게 찰랑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국은, 다시금 어렴풋이 생각나는 제 스승의 모습에 눈을 깜빡여야만 했다. 같은 마녀라서 일까, 이리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것은. 용건이 무엇이냐는 듯, 홍월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린 정국이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 지민이 경국에서 출발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 그래, 그럼."
"...."
"전에 내가 부탁한 일은?"
"...."
"못했구나."
"... 죄송합니다."
정국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홍월이 얼굴에 반듯한 미소를 걸었다. 뭐, 기대도 안 했어. 하는 그 말에 정국이 몸을 떨었다.
"네가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하게 될 거야."
"...."
"내 손으로 태자의 눈을 뽑으면, 그럼 네 죄책감이 좀 덜어질까?"
"...."
"되려, 후회하지 않겠나?"
홍월이 물었다. 정국은 아무런 대답도 내뱉지 않았다. 그저, 그 큰 눈을 질끈 감아버릴 뿐이었다. 호랑이 꽃의 열매, 태자의, 제 주군의 행복을 위해, 자유를 위해 얻어야 할 대가는 정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었다. 제 앞의 이 여인은, 태자의 호위무사인 제게 태자의 눈을 척출해내오라는 명령을 내리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직접, 태자에게 손을 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래, 차라리 태형에게 신뢰를 잃어서라도 정국, 저 자신이 하는 것이 백번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국은 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홍월에게 제 피로 달인 독약을 먹이는데 성공하고, 마녀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태형에게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외쳤던 날처럼, 정국은 다시금 도망칠 궁리만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망, 그래. 마녀의 손에 잡히지만 않으면 될 일 아닌가. 어차피 비석의 내용을 죄다 알고 있는 정국으로서는, 홍월에게 태형이 얼마나 쓸모없는 패일뿐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다가 도망치면-,
"...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지요."
"뭐, 그래. 그래도 지민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내게 그것을 가져다줘."
"...."
"아니면 네가 그리도 싸고도는 태자가, 크게 다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심하면 죽겠지, 하며 홍월이 중얼거렸다. 정국이 입술을 짓씹었다. 도망칠 수 없다. 정국에게 태형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도망치는 것이 태형의 목숨에 더 위협이 되는 이상, 정국은 몇 번이고 태형의 눈을 뽑아내는 쪽을 택하리라. 비릿한 쇠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정국이 예, 하는 짤막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가봐도 좋아."
홍월의 눈이 곱게 접힌다. 정국이 고개를 들어 그 눈을 마주했다. 제 스승과 닮은, 붉디붉은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저를 집어삼킬 듯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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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노래 들으셨나요
킹탄소년단,,,,사랑해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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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팬플러스에서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
IN GAME 이라는 작품이에요!
새 작품에도 많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