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1화 그것이 문제로다

옅은 신음소리와 함께 정국은 자신을 괴롭히던 깊은 꿈에서 깨어났다. 가느스름하게 뜬 눈에 보이는 것은 하얀색으로 둘러싸인 방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실이었지. 나 살아있는 건가, 가장 먼저 생각난 문장이었다. 분명히 자신은 아이를 구하고 트럭에 치여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졌는데 말이야.

트럭에 치인 사람치고는 몸을 뒤척여도 전혀 아프지 않단 말이지. 어디 하나는 부러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멀쩡했다.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똑바로 앉아 이리저리 살펴봐도 깔끔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게 꿈이라고 하기는 트럭과 몸이 충돌했던 그 느낌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정국이 혼돈에 빠져있는 사이에 세련된 복장의 여성분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국아,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 과로로 쓰러지니... 엄마가 걱정했잖아. 어디 아픈 곳은 없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로로 쓰러졌다고...? 이게 무슨 말이지? 정국은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 부분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조금 더 젊어 보인다는 사실도 알아챘지.




"나 괜찮아, 아픈 곳 없어."




다행이네. 그럼 엄마 퇴원 소속 좀 하고 올게. 자신의 어머니가 병실에서 나가자마자 정국은 옆 서랍에 올려져 있는 가방을 뒤졌다. 핸드폰을 찾은 정국은 화면을 켜서 날짜를 확인했다.

화면에 선명하게 뜨는 날짜 2019년 3월 9일.

그걸 본 정국은 제 눈을 의심했다. 2019년도는 갓 고등학생이 되었던 연도였다. 20살의 재수생이었던 자기가 17살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photo

"이,이게 말이 돼...?"




그래. 말도 안 되지. 이건 꿈이라고 확신하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뺨을 세게 쳤다. 윽...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찰진 소리와 얼얼하게 쓰려오는 뺨뿐이었다.




"ㅎ,허..."

"진짜로 아프네... 그럼 이거 꿈이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게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납득하기 시작했던 정국의 기억에 스치는 정신을 잃기 전에 읽었던 문장 하나.




photo




설마 아니요가 없는 건,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는 거잖아. 뭔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내 인생에...

하나의 생명을 구했으니, 망한 내 인생을 바로 잡을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건가.




photo

"그래. 기회를 줬으니까,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이 기회로 난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되는 거고."




정국은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망한 자신의 인생을 바로 잡겠다고.

........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정국은 모든 교과서를 한쪽에 쌓았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제일 중요한 국어를 펼쳤다. 첫 번째 페이지부터 찬찬히 읽던 정국의 머리가 핑 돌았다. 재수할 때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던 공부가 갑자기 잘 될리가.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말 동안 온갖 생각을 해본 정국은 일단 학교에 가서 수업을 제대로 들어보도록 결심한다. 월요일 날, 조금만 더 집에서 쉬라는 어머니의 말까지 마다한 정국은 굳은 마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 가면 해결될 줄 알았던 정국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졌다. 그 고민의 원인은 정국의 첫사랑이었던 여희주 때문이었다. 유명한 카사노바였던 정국의 마음을 훔쳐 간 당사자는 정국에게 관심이 1도 없었다. 희주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람둥이였는데, 그 사실을 정국은 몰랐던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그 바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

다시 시작할 기회가 왔는데.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공부를 선택하느냐, 이루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묻어둔 첫사랑을 선택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게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겠는 정국은 자신의 인생을 바로 잡고 첫사랑도 이루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photo

"내 인생, 내 사랑. 다 이루고 말 거야."




과연, 정국은 망해 버린 자신의 인생을 구하고 사랑까지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