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뭐를 위해서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가는가?
전교 1등, S대, 좋은 직업. 그게 다 뭐라고 하나뿐인 삶을 즐거움 없이 살아가는가? 머리가 좋지 않으면, 좋은 대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인정해주지 않은 이 사회. 살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했고, 할 수 없다 해도 해내야 했다. 이건 의무이자 숙명이었다. 이 지옥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모두가 똑같은 숙명으로 태어났지만, 그 숙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꽃다운 10대를 지나고 대학생이 돼야 했었지만, 시간과 기회를 날리고 독서실에서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20살 재수생 같은.

"하아... 나 진짜 뭐 하는 거냐"
제 삶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고등학생 때, 그렇게 잘난 척 하면서 인생 막 살지는 않았겠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별수 없다는 걸 아는 정국은 달달한 향기를 품기는 전자담배를 쭈욱 빨아드렸다가 내뱉었다. 달달한 전자담배가 오늘따라 공허한 자신의 마음처럼 쓰게 느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저의 성적에 1도 관심이 없었던 부모님이 인서울 못했다고 혀를 끌끌 차면서 자신을 매몰차게 외면할 줄 꿈에도 몰랐지. 어느 대학교에 가든 상관없는 줄만 알았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재수를 시작한 지도 6개월 남짓 지난 시간. 그 시간 동안에 정국이 깨달은 건 다름이 아닌 후회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정국은 부모님이 주신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운동 신경까지 아주 타고난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무슨 일을 해도 후회라는 걸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누굴 사귀거나 헤어질 때까지도.
그랬던 정국이 후회를 깨달았다는 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똑바로 좀 살걸...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따위로 살았냐. 이 빌어먹을 새끼야"
지금 정국에게 할 수 있는 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가 버린 그 시간을 후회하는 것, 이 상황을 만든 당사자 본인을 원망하고 욕하는 것뿐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거려 두통약을 사려고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긴 정국. 자신의 앞에 있었던 아이가 손에 들고 있었던 공을 놓쳐 도로로 굴러가고, 그 공을 잡으려 뒤따라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에게 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그 아이의 엄마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아이에게 달려가려 했다.
"ㅇ,우진아...!!!"
그걸 본 정국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도로로 달려들어 아이를 잽싸게 품에 안았다. 그 뒤로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정국은 아이와 함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뒹굴어졌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희미하게 눈을 뜬 정국의 품에는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은 아이가 보였다. 생사가 오가는 그 와중에도 아이가 다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 정국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 정국의 눈앞에 어떤 문구가 띄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정국은 정신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