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맘 놓고 있는것도, 정리하는 것도.. '
내가 사라지기 직전에 만난 너는 행운이었다.
오늘도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스타트-
정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재미없다.
" 아.. 너무 일찍 일어났나.. "
오늘은 유독 눈이 일찍 떠졌고,
그덕에 이번엔 지각은 면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좀 있다가 할까, 거의 2시간은 남았으니.. "
" 아.. 머리 아파.. "
어제의 일 때문에 도저히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
사람을 때리고 나서 그 사람의 표정에서 배어나오는 분노와 같은 감정이, 그 눈빛이 나를 흥분시켰다.
이런 감정.. 느끼면 안되는데..
너무 깊이 파고들어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돌이킬 수 없을듯한.
때문에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꽤나 있다.
" 안되는 걸 알면서도 왜 멈추질 못해.. "
" 왜.. 자꾸만 더 파고드려 해.. "
그만 두려 했는데, 아니 그만 두었는데.
다시 필요해졌다.
내가 필요없어서 그만둔게 아니라 그만둬야 하니까 그만두었던 것인데, 지금. 그게 너무도 필요해졌다.
아무거나 붙잡고 하고싶었다.
" 학교 가야 하는데..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난 7시 38분.
시간도 그렇고, 학교 가기 전에 할수도 없으니 그냥 포기했다.
" 그냥 빨리 나가서 학교나 일찍 들어가 있을걸 그랬나.. "
또 괜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휙휙- 젓고는 간단히 씻고나서 재빨리 교복으로 갈아입고는 책가방을 챙겨 집밖으로 나왔다.
학교에 도착해서 반으로 들어왔을 때,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뭔가 보복같은 일이 일어날까 했지만, 역시나 한번 알고난 후에는 절대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나서 교과서를 꺼내려 사물함 문을 열었는데,
순간 후두둑- 하고 무언가 떨어졌다.
초..콜릿과 손,편지..?
이게 뭐야..
지호에게.
지호야, 어제 너의 그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쿨한 모습에 반했어.
처음엔 너 역시 여느 애들과 다를거 없는
그냥 찐따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다르더라.
너의 그 모습이 내겐 너무나도 멋져보였어.
나랑 사귈래?
" 아.. 그러고 보니, 책상 속에도 있었던가.. "
" 처리하기 귀찮은데.. "
귀찮은건 딱 질색하는 지호가 이런 일을 겪은게 처음이 아니라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려 했는데..
복도를 지나가던 도중에 만난 어떤 여학생에게 선물을 받았다.
" 아..! 저기.. 지호선배..? "
" 맞는데 누구? "
" 아, 그..그게.. 여기요! "
그 여학생은 지호에게 정성스레 꾸민듯한 조그마한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하늘색 상자를 건네주더니 그대로 지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아..? "
지호는 저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잠깐동안 그냥 버려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아이의 정성이 돋보여 그냥 들고가기로 했다.
어차피 가져가도 열어보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손에 상자를 들고 반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안재효와 눈이 마주쳤다.
내 눈을 피하는 듯 보이긴 했지만.
그래서 더 마주치고 싶었다.
자리로 가서 상자를 내려놓고는 안재효의 자리로 가서 아까와는 다르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안재효의 바로 앞에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 아, 깜짝야..! "
" 놀랬냐? "
" 어, 존나 깜짝 놀랬다. "
안재효의 대답에 피식- 하는 웃음이 나왔다.
진심으로 놀랐나보네..
" 나랑 놀자. "
" 미친놈아, 이제 곧 수업 시작이야. "
" 아니, 지금 말고. "
" 그럼 언제. "
" 끝나고. 학교 끝나고 나랑 놀자. "
" 그러지 뭐.. "
" 고맙다. 도망가진 말고. "
" 도망은 무슨.. "
수업이 끝나고, 재효는 자리에서 일어나 쭈욱- 하고 기지개를 폈다.
" 아으윽- 끝났다.. "
" 야, 우지호. "
" 어. 왜. "
" ..? 새꺄. 니가 놀자매. "
" 엉, 놀자. "
" ..?"
" 난 니가 도무지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
" 존나 황당해. "
" 내가 원래 좀 그래. "
지호는 가방을 챙겨 가볍게 들고는 재효의 옆으로 지나가려 했다.
그러다 가만히 서 있는 재효를 보고는
" 야. 안 오냐? "
고개를 까딱이며 재효를 바라보고 말하자.
재효는 그제야 발걸음을 돌려 지호의 곁으로 왔다.
" 뭐할건데. "
" 몰라. "
" ..? 대책없는 놈이네 이거.. "
" 맞아. "
" ..? 인정했.. 이상한놈. "
" 나도 알아. "
" 알고 있으니깐 그만 말해. "
" 너네 집 갈수 있냐. "
" 안돼. 다 되는데, 집은 안돼. "
" 아, 우지호 진짜.. 대체 왜 이러는데.. "
" 먼저 놀자고 했으면서 어디 가지는 또 못한대.. "
" 난 어떡해야 하는거냐.. "
" 미안. 집 정리가 안되어 있어서. "
"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자. 어차피 내일 보겠지만. "
" 하아.. 그래. 나중에 만나지 뭐.. "
" 고맙다. 잠깐이지만 시간 내어줘서. "
" 뭐? "
" 고맙다고. 나 간다- "
" 야, 우지호 잠ㅁ..! "
" 안녕- "
지호는 재효를 지나쳐 걸어갔고, 재효는 그런 지호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지호는 그저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 진짜 이상한 놈이야.. "
재효는 혼자 작게 중얼거리고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